[기자수첩] '규제완화' 능사 아니다

이상복 | eco@ecomedia.co.kr | 입력 2006-02-17 14: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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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수질정책



수질정책‘규제완화 능사인가’

지난 2일 강원도 춘천시의 한 농공단지. 온열기(난방용 열기구) 생산업체인 K업체 작업장에서 기술자들이 수밀시험에 한창이다. 용접공정을 마친 온열기를 질산액에 담근 후 기밀성을 보기 위한 공정이다.

1톤가량의 수조에 담긴 물은 질산액과 용접과정의 중금속이 혼합돼 그대로 배출될 경우 수질오염을 유발시킬 수 있는 산업폐수에 가깝다. 그러나 이 수조의 배출구에는 지름 150mm 가량의 호스가 연결돼 있다.

공장 뒷편으로 연결된 이 호스를 따라가 봤다. 생활하수구 맨홀을 흠뻑 적실만큼 얼마 전까지 폐수가 쏟아진 흔적이 역력하다. 취재기자와 동행한 춘천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정기점검 때도 없었던 시설”이라고 했다. 당황한 업주는 “단순한 수밀시험에 이용한 것이라 특별히 해로울 것도 없다”고 변명을 했다.

오히려 그는 시청 관계자들을 향해 “가뜩이나 어려운데 시(市)가 돕지는 못할망정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춘천시 관계자는 난감한 낯빛으로 기자와 업주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지도 · 단속권 지방이양 4년, 전국 하천수질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4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김태환 의원이 제시한 ‘전국하천 수질오염측정자료’ 분석결과는 악화일로에 있는 수질오염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 완화정책‘봇물’… 하천수질은 매년 악화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874개의 하천 중 절반에 달하는 260개소의 하천이 최하위 수질인 5등급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매년 해당하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정부는 되레 고삐를 늦추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은 “폐수배출 지도점검 등 불합리한 산업활동 규제를 합리화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배경에 대해 총리실은 “불합리하거나 과중한 정부의 수질환경규제로 부담 받는 기업의 고충을 경감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질규제로 기업이 부담을 느껴왔다’는 총리실의 해명은 폐수배출 지도점검의 본래 목적과 악화일로에 있는 수질환경의 현실을 망각한 발상이다. 제대로 된 환경설비를 갖춘 기업이 정부의 지도점검을 부담스러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는 완화 일변도의 수질정책과 단속권 지방이양이 수질오염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경제를 떠받고 있는 토착산업의 연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속권 지방이양 이후 환경사범 단속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총리실의 설명처럼 환경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환경오염으로 인한 국민부담은 오히려 가중될 게 명약관화하다.

그런 맥락에서 본지는 환경사범에 대한 지방정부의 자세를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부디 솜방망이를 들고 일벌백계를 논하는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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