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배출 ‘정수슬러지’서 비소·불소 다량 검출, 무단 폐기 나몰라라

기준 초과한 정수슬러지, 지정폐기물 아닌 일반폐기물로 버려져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0-25 0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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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배출 ‘정수슬러지’서 비소·불소 다량 검출, 무단 폐기 나몰라라

맹독물질 비소 최고 54.27mg/kg, 불소 801mg/kg 등 검출…수돗물서도 검출 ‘의심’

 

폐기물관리법의 허점을 이용해 연간 40만톤 이상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업장폐기물 ‘정수슬러지’가 무단폐기 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하루 3백톤 가량의 정수슬러지를 배출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와 환경단체 환경과사람들은 공동성분 분석을 진행, 정수슬러지가 ‘일반폐기물’로 처리되선 안 될 물질임을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나몰라라 방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비소·불소 기준 초과한 정수슬러지, 지정폐기물 아닌 일반폐기물로 버려져
서울시 정수장에서 배출하는 ‘정수슬러지’에서 맹독물질인 ‘비소’와 ‘불소’가 다량 검출됐다.
특히 정수슬러지에서 묻어나온 비소와 불소가 기준치를 두 배 넘게 초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1천만 서울시민이 먹는 수돗물에서도 검출되는 것은 아닐까 강하게 의심되고 있다.

 

25일 환경단체 (사)환경과사람들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과 17일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과 함께 서울시 산하 6개(광암, 구의, 뚝도, 영등포, 암사, 강북) 정수장의 정수슬러지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비소는 최고 54.27mg/kg, 불소는 최고 801mg/kg이 검출되는 등 공히 비소(기준치 25mg/kg)와 불소(400mg/kg)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 서울대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분석 결과


‘정수슬러지’는 수돗물 생산 과정(침전 및 역세척공정)중 원수(강물)를 맑게 하기 위해 황산알루미늄(Alum)과 폴리염화알루미늄(PAC), 소석회 등 화학물질을 응집제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부유 현탁물이 침전 또는 억류되며 강의 펄과 섞여 만들어진 찌꺼기다.

환경과사람들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하태경 의원이 “서울시가 지난 2015년 비소 등이 포함된 정수슬러지 8만여톤을 무단폐기 했다”고 지적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문제 제기에 들어갔다.

하 의원의 지적대로 정수슬러지에서 비소 등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면 현행 폐기물관리법 상 성·복토재 등으로 재활용 되어선 안 되는 ‘지정폐기물’이고, 현행법의 맹점을 이용해 배출업자가 악성 유해물질을 함유한 정수슬러지를 우리 국토에 마구 버리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됐다.


환경과사람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에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정수슬러지의 외부기관에 의한 공동 성분 분석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3월 진행된 이창학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관철해 낼 수 있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8월 16일과 17일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과 함께 서울시 산하 6개(광암, 구의, 뚝도, 영등포, 암사, 강북) 정수장의 정수슬러지 시료를 채취했다.

 

▲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와 (사)환경과사람들은 지난 8월 16일과 17일 <서울대농생명공동기기원> 연구원들과 함께 정수슬러지 공동분석을 위한 정수슬러지 시표 채취를 진행했다. 


서울대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분석 결과 서울시 산하 6개 정수장에서 비소는 최고 54.27mg/kg, 불소는 최고 801mg/kg이 검출되는 등 공히 비소(기준치 25mg/kg)와 불소(400mg/kg)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비소(As)는 원자량 74.92의 금속원소로, 미량원소로 독성이 강해 ‘사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비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농약과 제초제, 베어링 합금, 반도체 생산 등에 많이 쓰여 공기와 물을 통해 노출된다.

비소는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피부암이 발병할 수 있으며, 특히 고농도의 무기 비소를 흡입하면 폐를 자극해 호흡곤란, 소화기관 장애 등이 유발되고 지속적 노출 시에는 폐암이 발병할 수 있어 매우 주의가 요구된다.

불소(F)는 정식 명칭은 ‘플루오르(Fluorine)’로, 붕산과 함께 살충제나 쥐약 등의 주 원료로 사용된다. 독성은 비소 다음으로 강하다.


불소는 독성이 강하고 면역체계를 손상시키고 백혈구의 활동을 약화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장기간 다량 섭취할 경우 관절염, 요통,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불소는 저농도로도 두뇌기능(중추신경계)에 악영향을 끼쳐 기억력과 IQ저하, 무기력, 우울증 등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지기도 했다.이 같은 분석결과에 대해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놀라울 정도로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가 이처럼 유유자적 할 수 있는 이유는 현행 ‘폐기물관리법’이 유해물질의 함유량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볼 수 있는 ‘함량시험(검사)’에 대한 규정이 없고, 매우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용출시험(검사)’만으로 “지정폐기물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하수처리 또는 정수과정에서 생긴 찌꺼기를 슬러지라고 한다.

이에 따라 정수슬러지를 배출하는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수도사업자들은 이 같은 폐기물관리법의 허점을 이용해 ‘지정폐기물’이어야 하는 정수슬러지를 ‘일반폐기물’로 분류해 폐기물처리업체와 용역계약을 통해 단순히 ‘치워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과사람들 최병환 대표는 “서울시는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국토가 망가지던 말던 현행법이 용출검사만으로 지정폐기물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고, 자기네는 법에 따라 적정처리하고 있다는 목불인견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정수슬러지가 유해물질인 걸 알면서도 국토를 오염시키고 국민 건강을 해치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고도정수처리시설로도 걸러지지 않는 비소와 불소, 수돗물에도?

한편 환경과사람들은 이번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의 분석 결과 각 정수슬러지에서 묻어나온 비소와 불소 수치가 너무 높아 이 같은 비소와 불소가 서울시가 자랑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로도 걸러지지 않는 물질 특성상 시민들이 먹는 수돗물까지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과사람들이 서울시 정수장에서 고농도 비소와 불소가 검출된 원인을 취수 과정에서 이미 오염된 원수를 취수했거나, '수돗물 불소화 사업'처럼 의도적으로 불소를 투입한 경우, 싸구려 응집제를 사용 했을 경우 등 3가지로 추려 분석해 본 결과, 취수과정에서 오염된 원수를 취수함에 따라 유해물질이 고농도로 검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환경과사람들에 따르면 서울시가 정수를 위해 원수를 취수하는 취수장의 경우 ‘강북 취수장’을 제외하면 구의‧자양, 암사, 풍납취수장 등이 모두 ‘잠실수중보’ 인근에 위치해 있는데, 이들 취수장의 상류엔 오염 하천인 왕숙천, 고덕천, 성내천 등이 위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하천변의 하수처리장, 공장, 축사 등에서 방류된 오염수가 흘러 내려와 한강 본류에 합류돼 취수됐고, 그게 정수과정을 통해 찌꺼기(슬러지)도 남기고 수돗물로도 공급되고 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서울시 산하 취·정수장 위치도

실제로 '잠실수중보' 근방의 자양‧구의, 풍납, 암사취수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왕숙천과 고덕천, 성내천 등의 오염수가 섞여 취수되는 문제로 이전‧폐쇄 등의 요구에 직면해 있었고, 실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수도시민들에게 먹는물로 공급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이에 따라 구의‧자양 취수장은 팔당댐 아래쪽 강북취수장과 이전‧통합을 추진했고, 2008년 공사에 착수, 2011년 공사를 완료해 본격 통수식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서울시는 통합취수장 건설에 1500억원 넘는 막대한 돈을 썼지만 이후 ‘기득수리권’ 문제로 수자원공사와 원수사용료 갈등을 빚자 슬그머니 자양취수장을 재사용(2016년)하고 있었다. 

최병환 환경과사람들 대표는 “우리가 정수슬러지 문제에 있어 서울시를 특별히 지목한 이유는 서울시는 산하 6개 정수장에서 하루 평균 300여 톤씩 정수슬러지를 발생시키는 전국 1위 배출업자인데다 연간 처리비용으로 약 40여억원에 이르는 혈세를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며, “서울시 배출 정수슬러지 문제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한 명의 공무원이 7년 이상 정수슬러지 업무를 전담해 처리하게 하는 등 상식 밖의 사안도 확인할 수 있었고, 약소기업의 정수슬러지 처리 특허기술을 탈취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대표는 “서울시와 같은 수도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편법이 횡행할 수 있도록 방치한 환경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하루속히 폐기물관리법을 손 봐 악성 유해물질인 정수슬러지가 더는 국민건강과 국토를 망가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환경부의 2016년 ‘정수처리오니 지역별 발생량, 처리방법, 처리업체 현황’에 따르면 정수슬러지는 한 해 전국적으로 총 44만9930톤이 발생한다.

 

[환경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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