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정부가 전기·전자, 반도체 소재, 철강, 식품 등 주요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순환경제 전환을 선도할 기업과 산업단지 16곳을 처음으로 지정하고, 자원순환 기반의 산업생태계 구축에 본격 나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순환경제 선도기업 및 산업단지로 선정된 16개 기업·기관과 한국환경공단이 참여한 가운데 ‘순환경제 선도기업·산업단지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최근 국제 정세 불안과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해외 원료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폐자원과 공정부산물을 재생원료로 활용하는 순환경제 체계를 산업 전반에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선정된 기업과 산업단지는 향후 5년간 업종별 핵심 순환경제 과제를 추진하게 되며, 정부는 규제 개선과 실증특례, 연구개발(R&D), 설비 구축 지원 등을 집중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개별 기업 넘어 가치사슬·산업단지 단위 협력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기업 지원을 넘어 재생원료 생산부터 활용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Value Chain)과 산업단지 단위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폐기물 처리 중심의 자원관리에서 벗어나 산업 생태계 전반에 순환경제를 내재화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핵심광물과 철강 원료, 폐냉매, 식품 부산물 등 다양한 산업 자원을 대상으로 재생원료 생산과 활용을 확대하고, 제품 수리·재사용, 포장재 재활용성 향상 등 자원순환 전 과정을 포괄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폐냉매 재생부터 가전 재사용까지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LG전자를 중심으로 폐냉매 순환체계 구축이 추진된다.
LG전자는 LX판토스와 함께 에어컨과 냉장고 등에서 회수된 폐냉매의 수거·운송 체계를 구축하고, 칠서리사이클링센터와 오운알투텍을 통해 재생 냉매를 생산할 예정이다. 경남테크노파크는 산업단지 내 폐냉매 회수·관리 표준체계 구축을 지원한다.
또한 반품이나 부분 불량 등으로 폐기되던 전자제품을 수리·복원해 다시 사용하는 ‘리퍼비시(Refurbish)’ 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제품 수명을 연장하고 자원 사용량을 줄이는 순환경제 모델을 실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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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전자제품 |
반도체 핵심광물 ‘하프늄’ 국내 순환체계 도전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희소금속인 하프늄(Hf)의 재활용이 핵심 과제로 추진된다.
PKC와 아데카코리아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부터 하프늄을 회수해 재생원료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반도체 공정에 활용하는 순환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프늄은 전 세계 생산량이 연간 70~75톤 수준에 불과한 전략광물로, 반도체 절연체와 원자력 산업 등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하프늄 외에도 다양한 희소금속으로 재활용 범위를 확대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 부산물,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
철강 분야에서는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슬래그, 오니류 등의 부산물을 고품질 재생원료로 전환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포스코와 신진기업, 세림상운, 진평은 그동안 매립되거나 저부가가치로 활용되던 부산물 속 철과 탄소 등 유가자원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현대제철은 흥진개발, 세움산업개발과 협력해 철강슬래그를 활용한 아스콘과 콘크리트 골재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철강산업의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동시에 건설자재 분야의 자원순환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푸드 산업도 순환경제 전환 가속
식품 분야에서는 삼양식품과 강원바이오에너지가 협력해 식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대부분 소각 처리되던 부산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회수 효과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삼양식품은 재활용이 어려웠던 복합재질 포장재를 개선해 재활용성을 높이는 사업도 추진한다. 포장재에서 알루미늄을 제거하고 단일 재질화를 확대해 재생원료 중심의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구현에 나설 예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참여 기업들과 함께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순환경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도 개선과 실증특례, 공정개선 및 설비 구축 지원, 연구개발 과제 발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자원 공급망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순환경제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순환경제 선도기업·산업단지가 산업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이정표가 되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도기업 지정은 단순한 자원재활용 정책을 넘어 공급망 안정화와 탄소중립, 산업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순환경제 정책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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