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靑-言 '때리기' 유감

이상복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0-06 15: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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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일보 보도문



이번에는 언론에 대해 청와대가 '때리기'에 나섰다. 한동안 전열을 다듬고 있던 언론의 '대통령 때리기'가 시들해질 무렵이다. 간헐적인 '대꾸'로 눈빛에 살기가 심상치 않던 청와대가 "구호는 일류신문, 기사는 삼류"라며 중앙지를 향해 강도 높은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예고없는 직사포에 J일보도 움찔한 듯 하다. '개인칼럼을 정식보고서인냥 쓰고도 일류신문이냐'는 비난을 받고 자존심이 온전할 리 없다. 게다가 각종 일간지들이 '베껴쓰기'로 한동안 몸살을 앓아왔던 터라 비난은 청와대에서 받고 눈치는 국민들에게' 받게 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J일보는 5일자 머릿기사로“세계적 정치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이 보고서를 통해‘한국은 방향타 잃은 배’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사실확인에 나선 청와대는 "홍콩의 영자신문에 애널리스트 개인이 기고한 칼럼을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왜곡 보도한 '기본이 안 된 기사'"라며 "(J일보는)구호는 일류신문이고 기사는 삼류"라고 조롱했다.

성난 청와대의 채찍은 연이어 M일보로 건너갔다. 같은 날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M일보는 "유라시아컨설팅그룹 보고서”라고 적시했다가 청와대로부터 "가장 부끄러운 경우가 오답을 베끼는 경우"라며 "사설을 쓴 논설위원실의 자질이 걱정스럽다"는 망신을 당했다.

대외언론 칼럼 '사실과주장'을 통해 청와대는 "한국 관련 해외소식은 일단 쓰고 보자는 이런 식의 태도는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의 기본을 저버린 일종의 추종주의" 라며 "1류, 1등을 외치는 신문들이 여전히 구태를 반복하는 현실은 언론만이 아닌 한국사회의 수준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이만하면 안가의 언론 대응도 '막가자는 수준'은 못되더라도 '두고보지 않겠다'는 수준은 분명한 것 같다. 청와대 내부의 움직임이 이러한데 '홍보가 최선의 정책'이라며 일찍이 '친절한 노무현식' 홍보지침을 하달받은 각 부처의 홍보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한 듯 싶다.

이미 각 부처를 '휘젓고 다니는' 기자들에 대해 "모든 언론사의 취재는 홍보담당관의 허락을 득하고 부적절한 보도에 대해 적극대응하며 가급적 개별취재는 삼가라"는 대언론 비공식 지침이 내려진 상태다.

사사건건 '언론권력이 발목을 잡기 때문에'며 방문을 잠그고 본다는 정부도 그렇거니와, 굶주린 들개의 이빨처럼 '일단 씹고보는' 언론의 처신도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얼마전 리크게이트와 관련해 취재원 공개를 거부하며 무려 85일의 옥고를 치른 뉴욕타임즈의 주디스 밀러기자가 석방됐다.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옥살이도 마다하지 않은 여기자의 저널리즘도 그렇거니와 그의 기자정신에 탄복해 스스로 보호받기를 포기한 취재원도 우리 현실에 빗대보면 이채롭기만 하다.

주디스 밀러는 美 중앙정보부(CIA)의 권력 앞에 '언변과 글'이 아니라 '침묵'으로 언론의 자유를 말하려 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수감명령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가장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는 자유언론이 있는 사회”라며 "정부가 밝히기 원치 않는 정보를 보도하는 자유로운 언론이 있는 사회가 그곳”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쳇말로 '말 많은 대통령'과 '줏대없는 언론'이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로 대립각을 세우며 서로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국내실정은 국민이 바라고 알고 싶어하는 '진실'에 거리가 먼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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