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flying) 전갈? 밑들이

그린기자단 설성검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8-07 16: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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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시작되는 여름, 나무 그늘이 진 산길 주변에서는 기묘한 곤충이 등산객을 반기기도 한다. 나방이라 보기에는 너무 홀쭉하고 파리라고 보기에는 너무 크다. 가까이 살펴보면 길고 뾰족한 주둥이가 보인다. 그러다 꽁무니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되는데 꽁무니가 말려 올라가 있고 그 끝에는 가시가 달려 있으니 독을 가지고 있는 전갈의 꼬리가 이렇게 생기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저 가시는 독침인 것인가? 저 곤충을 피해 도망쳐야 하는 것인가? 

밑들이: 뾰족한 입과 전갈 같은 꼬리가 무시무시하다.



생긴 걸로만 보면 반드시 해코지를 할 것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곤충에겐 독은커녕 사람을 상하게 할 무기가 전혀 없다. ‘전갈 꼬리’는 암컷에게는 없고 수컷에게만 있는데 자세히 보면 침이 아닌 집게의 형태를 띠고 있으니 이 기묘한 곤충이 바로 밑들이이다.
꼬리 탓에 미국에서는 Scorpion fly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전갈 꼬리처럼 들려 있는 꽁무니는 사실 수컷의 생식 부속기이다. 짝짓기를 할 때 암컷을 붙잡는 기능과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런 기능을 가진 꼬리를 얻은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밑들이 수컷: 전갈을 연상시키는 수컷의 꼬리는 자세히 보면 집게 모양이다.


밑들이 무리는 다른 곤충을 긴 다리로 붙잡은 후 잡아먹는 육식성 곤충이다. 이 포식성은 동족에게도 예외가 아닌데, 특히 알을 만들기 위해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암컷이 포식성이 강하다. 밑들이 수컷들은 교미 시작도 전에 잡아먹힐지도 모르는 사마귀 수컷과 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밑들이 수컷은 사마귀 수컷보다는 영리해서, 먹이를 사냥해 암컷에게 바친 뒤 짝짓기를 시도한다. 먹이의 크기가 클수록 암컷이 먹이를 먹는 데 오래 걸리고, 이는 곧 오래 교미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교미 시간이 길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확실히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밑들이 수컷들은 더욱 큰 선물을 준비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밑들이 암컷: 꼬리가 밋밋하고 한결 순해 보이지만 오히려 무서운 것은 이쪽이다.



밑들이 암컷이 선물을 받으면, 수컷은 전갈 모양 꼬리로 암컷을 붙잡고 비로소 교미를 시작한다. 전갈 꼬리는 안정적인 짝짓기를 도울 뿐 아니라 도중에 잡아먹히는 참극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꼬리가 있다 하더라도 데이트 시간이 끝나는 즉시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한다. 조금이라도 늑장을 부리면 스스로가 새로운 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밑들이 무리들 대부분이 이런 습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멋있는 꼬리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참으로 힘든 사랑을 해야 하는 운명이다. 아슬아슬한 사랑 끝에 태어난 유충은 땅 속에서 동물의 시체나 유기물을 먹으며 성충이 되기를 기다린다. 

밑들이 얼굴: 밑들이는 꼬리 뿐 아니라 얼굴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밑들이 무리는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 곤충들 중에서 가장 오래 전인 트라이아스기에 등장했다. 그 당시의 화석과 비교해 봐도 요즘 모습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 살아 있는 화석이라 할만하다. 그러니 길가다 이들을 만난다면 기묘한 생김새, 그보다 더 기묘한 생태를 간직한 생생한 화석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행운인 것이다. 뾰족한 주둥이나 전갈 모양 꼬리를 보고 놀라거나 파리, 모기 잡듯 함부로 내리치지 말고 목숨 걸아야 하는 이들의 사랑을 응원해주기 바란다.

*해당 기사의 사진에 등장하는 밑들이는 한국 고유종 참밑들이Panorpa coreana입니다.

살짝 손에 내려앉은 밑들이. 생긴 것은 험악하지만 물지도 쏘지도 않으니 부디 보호를…….

[그린기자단 설성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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