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피는 꽃, 납지리

온라인팀 eco@ecomedia.co.kr | 2016-10-07 11:04:32

 따갑게 내리쬐던 뙤약볕이 따스하게 느껴지고 찜통 더위가 물러난 요즘, 선선한 바람에 어느새 가을이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생명이 약동하던 여름이 지나고 동물들이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요즘 하천에 나가 어류조사를 하다가 아주 반가운 녀석을 만났다. 가을에 꽃이 피는 코스모스처럼 한 살이 중 가을에 가장 화려한 ‘납지리’라는 녀석이다.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드는 납지리에 대해 알아보자.


◆ 살아있는 조개 속에 산란을 하는 독특한 습성을 가진 납지리


납지리(Acheilognathus rhombeus)는 잉어과 납자루아과의 6~9cm정도의 작은 물고기이다. 납지리가 속해있는 납자루아과는 3속 15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11종이 대한민국 고유종 즉, 대한민국에만 서식하고 있는 종이다.
물 흐름이 느리고 수초가 우거진 하천이나 저수지에 서식하는 납지리는 작은 수서곤충들을 먹거나 주로 수초의 잎을 뜯어먹는다. 납지리가 속해 있는 납자루아과는 매우 독특한 산란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수초나 바위에 또는 바닥을 파고 알을 낳는 반면 납자루아과는 살아있는 담수이매패 즉, 민물조개의 몸 안에 알을 낳아 조개가 알을 지키게 한다.

 

△납지리가 좋아하는 물 흐름이 느리고 수초가 우거진 하천.

<직접 촬영>  

산란기가 되면 납지리 수컷은 화려한 발색을 띄고 건강한 조개를 골라 자신의 세력권을 만든다. 납지리 암컷은 얼핏 보면 똥으로 보이는 투명하고 긴 산란관을 내놓는다. 산란관이 길게 나온 암컷은 조개가 물을 뱉는 출수공에 자신의 긴 산란관을 넣고 알을 낳고 동시에 수컷은 조개가 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에 방정하여 조개의 몸 속에서 알이 수정되도록 한다.
이렇게 납지리는 조개의 몸속에 알을 낳음으로써 다른 물고기가 수백에서 수만개의 알을 낳아도 대부분 알 또는 치어상태에서 천적들에게 잡아먹히는 반면 불과 30여개 정도의 알만 낳아도 조개가 지키기 때문에 부화율이 높다는 이점을 가질 수 있다.

 

△납자루아과가 알을 낳는 민물조개.<직접 촬영>

◆ 잉어과 중 유일하게 가을을 산란기로 선택...그 이유는?
대부분 담수어류들은 봄이 산란기이다. 그 이유로는 봄에 산란을 해야 먹이가 풍부한 여름과 가을에 성숙하여 동면 후 내년 봄에 산란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납지리는 납자루아과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잉어과(cyprinidae) 60여 종 중에 유일하게 가을에 산란을 한다.
다른 녀석들이 봄에 산란을 하고 혼인색이 다 빠져 초라해질 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마치 코스모스처럼, 단풍처럼 찬란하게 자신의 색을 빛내는 것이다.
봄이 산란기인 다른 납자루아과와 달리 가을을 산란기로 선택한 납지리는 어떤 생태적인 이점을 얻었을까? 이를 정확히 확인하기위해 전북대학교 생물학과의 김형수 박사님께 자문을 구했다.

납자루아과 암컷의 투명한 산란관, 안쪽에 알이 보인다.

<직접 촬영> 

 

 
첫째, 봄이 산란기인 다른 납자루아과와 민물조개를 두고 산란장을 지키러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즉, 종간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납지리는 가을에 조개에 산란하는 유일한 어종이기 때문에 건강한 조개를 비교적 쉽게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봄에 하천에 나가보면 납자루아과 수컷들의 조개 쟁탈전이 치열하다).
둘째, 치어 시절 다른 납자루아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납지리를 제외한 다른 납자루아과의 알은 봄에 조개 몸 속에서 수정된 후 바로 발생되어서 여름이 오기 전 치어상태로 조개에서 나온다. 그러나 납지리의 알은 아주 독특한 특성이 있는데 가을에 조개에 알을 낳으면 알 상태로 발생이 한번 멈춘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개 안에 들어있는 알 상태로 조개의 몸 속에서 겨울을 난다. 그리고 봄이 와서 수온이 따듯해지면 다른 납자루아과는 한참 번식을 위해 알을 낳으려고 할 때 이미 치어상태로 조개 밖으로 빠져나와서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다른 납자루아과가 알을 낳거나 기껏해야 갓 조개에서 빠져나온 치어 상태일 때, 이미 겨울을 지내고 조개속에서 나온 납지리의 자손들은 크기나 먹이 섭식 등에서 경쟁력 있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대 김형수 박사님의 논문에서 인용)

 

△산란기인 봄철이 지나 가을이 되자 발색이 빠진 흰줄납줄개 수컷.<직접 촬영>
△반면 가을을 맞은 납지리 수컷 절정의 혼인색, 마치 장미를 연상시킨다.<직접 촬영> 


얼마전 어류조사를 하러 가서 채집한 납지리. 족대에 올라오는 순간 헉!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움이다.


◆ 외래어종에게 위협받는 납지리


 이처럼 아름다운 납지리를 볼 수 있는 하천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바로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 때문이다. 물 흐름이 잔잔하고 수초가 우거진 곳을 좋아하는 납지리는 마찬가지로 물 흐름이 느린 곳에 주로 서식하는 배스와 블루길과 서식처가 겹친다. 그렇게 되면 유영 속도가 느린 납지리는 배스나 블루길에게 피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잡아먹히고 만다.
실제로 납지리를 채집한 하천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납자루아과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납자루, 한강납줄개, 납지리 등 다양한 녀석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스낚시를 하기위해 사람들이 배스를 다른 곳에서 잡아와서 하천에 풀어버리는 바람에 배스가 닥치는 대로 토종어류를 잡아먹었고 지금은 납자루아과를 채집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납지리를 채집했던 하천에서 잡은 외래종 배스.<직접 촬영>

이처럼 우리가 단순히 낚시라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외래종을 하천에 풀거나 놔준다면 외래어종들에게 밀려 토종 민물고기들이 사라질 것이고 어쩌면 우리의 후손들은 납지리라는 물고기를 영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외래종을 방류하는 것을 자제하고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납지리를 우리 손으로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납지리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어 사진을 찍었지만 정말 직접 볼 때의 찬란한 발색을 담아낼 수가 없어 너무나 아쉬

△당시 채집한 배스의 배를 눌러 확인해보니 미처 소화되지 않은

납지리가 나왔다.<사진 출처=어린이과학동아>  

운 마음뿐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번 가을엔 하천에 나가서 아름답게 치장한 납지리를 직접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린기자단 김정훈, 한림대학교, juonghun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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