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재탄생 된 한국의 사계

오랜 사생경험을 통해 얻어진 멋스럽고 섬세한 운필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3-05-06 10: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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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오산 홍성모 화백의 산수화는 담아하면서도 그윽한 품격이 있다. 이는 고의(古意)가 느껴지는 문인화 풍의 전통적 진경(眞境)의 세계나 그동안 선배 화가들이 추구해온 한국산수화의 평면을 뛰어넘는 멋스런 세계로 와 닿는다. 한국의 자연과 춘하추동 사계가 오산의 미학으로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화단의 한 중진 미술평론가는 오산의 작품세계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그는 호남 전통의 남종 산수화풍과 진경화풍을 혼용한 작품세계를 지향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통 수묵산수화 세계에 내재된 문인적 정서와 미감을 백묘법을 위주로 한 담백한 수묵화 양식으로 그려내는 유려한 수묵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이런 유려한 산수화가 태어나는 것일까. 오산의 산수는 오랜 사생경험을 통해 얻어진 섬세한 운필과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오산은 전국의 명승지는 물론 중국의 유명 경승지라면 모두 찾아다니는 사생광이다. 수년전부터 중국의 황산(안휘성), 안탕산(저장성 온주시)을 위시 명산 장가게, 백두산이 바라보이는 길림성 연길도 다녀왔다. 지난 3월 초순에는 심양, 연길을 한차례 다녀왔으며 하순에는 환경미디어 쪽빛순례 탐사반의 일원으로 민간인이 쉽사리 접근이 어려운 휴전선 부근 두타연도 다녀왔다.

남북분단 이후 일반의 접근이 어려웠던 두타연은 최근엔 군부대의 허가를 받으면 갈 수 있는 천혜의 절경. 이 답사에서 오산은 약 한 시간 동안 두타연의 폭포와 봄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이런 현장 탐구와 사생을 통해 운필을 다듬고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오산은 사생에 대한 열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즐겁게 살려고 한다. 그림 역시 나의 삶을 즐겁게 살기 위해 그린다. 덕분에 추위와 밤낮을 잊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직접 가봐야 자연의 색이 나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으며 행복하다.”
함께 사생을 많이 다니는 김대열 동국대 미술학부 교수는 “오산과 함께 사생여행을 다니며 때론 비를 만나게 되면 절집 처마 밑에서나 아니면 우산을 받쳐놓고라도 그림을 그리는 사생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었다”고 혀를 내둔다.

오산은 다른 한국 화가들과 다른 점이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선천성 심장병을 앓아왔다. 원광대 사범대 미술교육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84년 봄 어느 날. 오산은 갑자기 강의실에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오산의 가정 형편을 안 친구들이 성금을 각출하여 치료비를 만들어 주었다. 이들은 오산을 위해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모금도 했다. 그 결과 큰 수술을 받고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살아난 오산은 주위로부터 받은 은혜를 남을 위해 돕는 것으로 갚으리라 다짐한다. 1986년 국전(미술대전)서 산수화 부문에 특선한 그는 상금으로 어린아이의 수술비를 대주기 시작했다. 그 후 개인전에서 얻은 수익금과 연하장 등 수익사업에서 모은 돈으로 지금까지 수십 명에게 새 생명 혜택을 주었다.

또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오산심장사랑협회를 13년간 운영해왔다. 그리고 선천성 심장병과 소이증. 언청이 등 선천적 장애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마련해 주었다. 1997년 IMF때까지 각 지방의 JC와 인천 길병원, 지방의 신문사들과 결연하여 무료검진과 수술비를 돕는 일들을 하기도 했다.

필자는 20여 년 전 한 지인의 소개로 오산을 알게 됐고 그가 지방에서 개최한 심장병어린이 돕기 자선전시회를 후원하는 기회가 됐다. 당시 오산의 작품들은 심장병 투병으로 인한 어둔 인동초 같은 맛을 감출 수 없었다. 순백의 설경 산수와 강인하게 꿈틀거리는 고목들은 충격으로 와 닿았다. 단순한 사실적 표현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의 리듬이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오산의 산수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됐다.

오산은 독실한 원불교 신자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았으나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기적 같은 생명을 소생한 것은 어쩌면 부처의 가호가 아니었을까. 그가 한국의 산수에 자리 잡은 사암(寺庵)과 부처를 자주 그리는 것도 이런 인연의 소산은 아니었는지.

오산은 온갖 공해에 찌든 혼탁한 세계를 정화해 줄 소중하고 아름다운 작가이다. 그의 담아하고 격조 높은 산수화의 감동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글. 이재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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