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녹화, 많이 심는 것만으론 부족…기후·습도·환기 고려해야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5-13 21: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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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도시 폭염 대응에서 나무와 녹지는 가장 즉각적인 적응 수단으로 꼽힌다. 나무 그늘은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보행자와 야외 노동자의 체감열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도시 녹화가 모든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냉방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 조건과 도시 밀도, 습도, 환기 구조에 따라 녹화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 공과대학교 간디나가르(IITGN)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연구에서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 138개 도시를 대상으로 도시 녹화와 열지수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열대 사바나, 반건조 스텝, 습윤 아열대 기후권에 걸친 도시들이다.

연구진은 단순히 지표면 온도만 측정하지 않고, 기온과 습도를 결합한 열지수를 활용했다. 열지수는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에 가까운 지표로, 폭염 피해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연구팀은 1㎞ 해상도의 열지수 지도를 구축하고, 위성 자료와 도시 데이터를 결합해 녹지가 도시 열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식생 상태는 향상된 식생지수(EVI), 잎면적지수(LAI), 광합성 활성 방사선 흡수 비율(fPAR) 등으로 나누어 살폈다. EVI는 녹지의 밀도와 활력을, LAI는 나뭇잎이 형성하는 캐노피 구조를, fPAR은 식물의 생리적 활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여기에 야간 조명 자료와 지역 기후대 자료를 더해 도시의 건축 밀도와 공간 형태도 함께 반영했다.

분석 결과, 녹지는 일정 수준까지 열지수를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EVI가 약 0.4, LAI가 약 0.05 수준에 도달할 때 식생 덮개와 캐노피 구조가 열지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나무와 녹지가 그늘을 만들고 증발산을 통해 주변 온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녹화가 일관되게 냉방 효과를 내지는 않았다. 특히 fPAR이 약 0.5 이상으로 높아지는 경우, 일부 환경에서는 오히려 열지수가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습하고 건물이 밀집한 도심 지역에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습도와 환기 문제에서 찾았다. 나무는 그늘과 증발산을 통해 도시를 식히지만, 증발산 과정에서 수분도 함께 배출한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이 수분이 공기 중으로 확산되며 냉방 효과를 강화한다. 반면 습도가 높고 거리 폭이 좁으며 환기가 잘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추가적인 수분이 지표면 근처에 머물 수 있다. 이 경우 그늘은 여전히 체감 완화를 제공하지만, 습도가 높아지면서 열지수는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수석 저자인 안가나 보라 박사도 “문제는 도시가 녹색이어야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녹지를 어디에, 얼마나 조성할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건조한 도시는 식생을 통해 강한 냉방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습하고 밀집된 지역에서는 공기 흐름과 습기 축적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도시 녹화 정책이 단순한 ‘나무 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습한 고밀도 지역에서는 수종 선택, 캐노피 간격, 가지치기, 관개 방식, 도로 폭과 건물 배치 등이 모두 중요해질 수 있다. 녹지가 그늘을 얼마나 제공하는지뿐 아니라, 배출된 수분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도 폭염 대응의 핵심 요소가 된다.

이는 기후 형평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대체로 환기가 부족하고 건물 밀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거나 야외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단순한 녹지 확대보다, 실제 체감열을 낮추고 습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정교한 녹화 계획이 필요하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1㎞ 도시 규모의 해상도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개별 거리나 수종별 세부 지침으로 바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거리 단위의 미세기후, 건물 형태, 관개, 가지치기, 지역 수종 특성 등을 반영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즉 XAI 기법을 활용해 어떤 도시 요인이 열지수를 높이거나 낮추는지 해석했다. 이는 복잡한 도시 기후 데이터를 정책 입안자와 도시계획가가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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