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기후변화문제(국회의원 정두언)

정두언 국회의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기후변화특별위원회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9-10-01 14: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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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비가 많이 와요!
응, 알았다.
아빠, 비가 계속 오는데요.
그래, 알았다.
아빠, 비가 너무 오는데요.
사람들이 짐을 싸고 있어요.
그래? 알았다.
그런데 비가 곧 그치는 거 아니냐?
아빠, 무서워요.
그래, 조금만 있어보자
지난 해 12월 초 폴란드 포즈난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 다녀온 후‘폭우는 쏟아지고 물은 차오르는데, 우리는 기상뉴스만 보고 있었다’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먼 훗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금의 상황을 역사가 이렇게 기록할지 모른다. 그때 나는 기후변화 문제가 이제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책임있게 대처해야 하며, 전문인력을 키워 적극 활용하고, 국민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제 기후변화 현상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의미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이 문제는 이미 전지구적인 대세가 되었고, 전 세계가 이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부산히.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물론 정부는 오래전부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그런데 국민들은 정부가 무엇을 준비해왔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국민들은 기후변화문제를 방송의 다큐멘터리 소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고 관심도 없어 보인다. 이번 회의에 기자를 보낸 언론사는 단 세군데다. 그것도 기후변화 문제에 정통하지 않은 사건담당 기자들을 보냈다. 기자들은 매일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회의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고, 밤늦게 까지 끙끙대며 기사를 송고하지만, 데스크는‘별 사건 사고가 없잖아’하고 기사를 킬(kill)해 버린다. 정부에서 기후변화를 다루는 부서나 사람들은 미안하지만 솔직히 마이너리티에 속한다. 제일 중요한 당사자인 기업은 이 문제를 대부분 잘 모르거나, 알아도 애써 외면하려
한다.
이번에 미국 상원이 주최한 기후변화 심포지움에 참석해서 나는 석 달 전의 입장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상황은 더 다급해졌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이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입장을 급격하게 선회했기 때문이다. 즉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의 소극적인 입장을 바꾸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미국 상원에서 기후변화문제를 놓고 심포지움을 여는 것 자체가 놀라운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책이 지지부진했던 이유가 미국이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러던 미국이 이제 이 문제를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과 인도 등 선발 개도국의 불참을 핑계로 이 문제를 피해왔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OECD국가이면서 기후변화협약상 개도국으로 처신해왔던 우리나라와 멕시코가 주요 공격 타겟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문제는 기후변화대책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작금의 경제위기 상황이 없었더라도 기후변화대책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엄청난 발목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제 피해갈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그래서 난제 중의 난제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문제의 스타라고할 수 있는 영국의 니콜라스 스턴 경은 그의 유명
한‘스턴보고서’에서 기후변화대책과 경제성장은 양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 주장이‘참’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 굴뚝산업들이 사라져감으로써 이산화탄소 절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선진국들이 내세우는 강대국의 논리일 수도 있다. 마치 앞서 신자유주의 도래와 같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분명한 사실은 기후변화 대책의 단기적 비용은 매우 크다는 것,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만 독자노선을 고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저탄소 녹색성장’은 우리가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이고, 대외적으로도 적극적으로 내세워야 할 정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그냥‘돌격 앞으로’하며 밀고 갈 사항도 전혀 아니다. 당장 산업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산업이 이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그리고 대
외적으로는 정부가 적극적인 것으로 비춰지게끔 영리하고도 치밀한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이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이런 기본전략에 대해 범정부적이고 전 국민적인 컨센서스를 가지고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이런 컨센서스가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그리고 이런 컨센서스 하에서 당장의 규제보다는 먼저 인센티브제로 산업을 유도한다든지, 저탄소 에너지 개발보다는 기존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를 우선한다든지, 국제적인 강제의무 부담보다는 자발적인 목표치 설정 및 대외적 등록을 천명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원칙들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경제대국에 의한 신자유주의의 강제와 약소국들의 이에 대한 맹목적인(우리의 경우) 또는 비자발적인 추종으로 초래된 경제위기로 인하여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그 자체의 재앙적인 성격이외에 이에 대한 대처가 신자유주의의 경우와 같이 또 다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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