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과 신국제무역 질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최정호 | eco@ecomedia.co.kr | 입력 2009-09-16 22: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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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자 전 세계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범세계적 과제다. 특히 금년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다. 그 이유는 금년 12월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 2013년 이후의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체제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환경보존은 경제성장과 상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한쪽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한쪽이 희생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간 유엔 등 국제기구와 NGO들이 끊임없는 토의를 통하여, 이제는 이 두 가지 가치가 양립되어야 하고 아울러 양립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확고해 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의 흐름을 직시하고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가 우리경제와 무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리의 대응 노력을 아래 두 가지 측면에서 점검해 보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담이 두려워 적기에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인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다면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해법은 무엇인가? 바로 인식과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정부는‘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여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여러 산업분야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 신제품을 다른 나라에 앞서 개발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상품과 기술의 창출은 국내시장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제적으로 볼 때 현재 유엔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협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의 하나는“공통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이다. 모든 국가가 참여하되, 선진국과 개도국은 차별화된 의무를 갖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원칙은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기후변화협상의 전도는 어둡다고 본다. 일부 선진국은 탄소배출 통제 수준에 차이가 생길 경우, 탄소배출의 통제가 강한 국가에서 약한 국가로 산업이 이전되는“탄소누출(carbon leakage)”을 문제시 한다. 탄소배출에 대한 통제가 강할 경우 기업의 생산비용은 그만큼 증가하게 되고, 국가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 원칙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감축 합의가 이루어지면, 합의 이행과정에서는 성실한 의무이행이냐 아니면 의무 불이행이냐의 차이
가 있을 뿐인데 이것을 탄소누출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문제로 삼는다면,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원칙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탄소누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최근 국경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국가의 경우에는 생산비용이 증가하여 그렇지 않은 여타국가의 동종 상품과 동등한 경쟁 여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국경에서 추가적인 부담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청정에너지안보법안(일명 Waxman & Markey 법안)에도 이러한 조항이 있다. 여기에 대해 많은 국가들은 무역전쟁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부과금을 징수해야 공정한 여건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등이 큰 논쟁거리로 비화될 것이다.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국가목표를 달성하면서, 국가간에 조화로운 이행을 확보하는 보다 바람직한 방법으로 배출권 거래제(Cap & Trade)가 거론되고 있다. 이 방식은 국내외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총량에 상한을 정하고 상한선 미만의 배출자와 상한선을 초과한 배출자가 배출권을 서로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시장기능에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국경조치보다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평가되지만, 문제는 많은 국가가 동 제도의 도입 초기 단계에는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배출권의 무상 배분을 시도할 것이라는 데 있다. 실제로 앞서 인용한 미국의 청정에너지안보법안도 상당 부분의 배출권을 기업에게 무상 배분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어느 국가는 배출권을 무상으로 배분하고, 다른 국가는 국가가 배출권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배분한다면, 결국 배출권 무상배분은 WTO가 금지하고 있는 보조금에 해당된다는 논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국제흐름의 변화를 반영하여, 정부는 지난 7월 녹색성장 전략과 5개년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8월초에는 2020년 까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 발표했다. 또한 상기 3개의 시나리오에 대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중기 감축 목표를 확정할 예정이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기울이고, 청정에너지와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우리의 노력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실례라고 하겠다. 실제로 환경과 무역관계는 최근까지 폐기물 처리, 화학물질 관리, 멸종동물 교역 등 일부 분야에서 상호관계가 논의되기는 했다. 또한 친환경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화에 대한 논의가 있으나 아직 친환경 상품의 세부적인 범위까지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대두되고, 기후변화 대응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기후변화 문제가 교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 같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국제교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무역질서의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대외교역이 경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국제논의 흐름을 세밀히 분석하여,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고, 동시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적절한 Post-2012 기후체제를 만들기 위해 진력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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