禍 자초한 해양수산부

- ‘말라카이트그린’ 사태를 지켜보며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1-25 15: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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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말 그대로 '초상집'이다. 지난 7일 해수부는 수입 수산물뿐만 아니라 국산 송어와 향어에서 말라카이트그린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당연한 수순처럼 해당 수산물의 출하정지 명령이 관련시도로 떨어졌고 시내 횟집은 그날 밤으로 손님이 뚝 떨어졌다.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가 배포된 지 불과 3시간 만에 신문지상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한 ‘대형사고’다. 언론은 일제히 '해수부 늑장대응', '오락가락 수산행정'하며 해수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초가삼간에 불을 놓아야 했던 사람들
계동에 세 들어 사는 해양수산부 사옥은 지금 ‘침묵’의 수준을 넘어 ‘침통’에 가깝다. 기자의 입장에서 그네들의 심경을 추측해보면 “빈대가 창궐한 건 알았지만 차마 초가삼간에 불을 놓기가 주저됐던” 그들의 속내가 감지된다. 해양수산부 사람들의 바다사랑은 유별나다. “그럼 농림부가 農心을 살피지 않고, 산림청이 山을 싫어할까”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겠으나 해수부를 출입하는 기자입장에서 본다면 적어도 그들은 ‘바다에서 나고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비춰진다.
吳장관 취임이후 ‘水요일엔 水산물을’, ‘우리나라 사람 고등어 선호 한다’며 유치(?)한 설문결과까지 발표하던 최근 몇 개월 동안 그들의 ‘수산물’ 홍보는 더욱 절절해 보였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간단한 기자간담회도 청사 인근 횟집에서 약속을 잡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런데 수입산도 아닌 국산 수산물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해야 했던 그네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얼굴을 스쳐지나가는 바닷사람들이 떠올랐다면 그야말로 ‘초가삼간에 불 놓는 심정’과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여론은 매서울 것이란 내부의 의견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발표를 서둘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은 해양수산부가 너무 섣부른 '고행성사'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먹거리에 대한 해프닝이 관련시장을 초토화시킨 사례를 우리는 너무도 여실히 기억하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피해망상’
그리고 해양수산부의 고해성사(告解聖事)

‘공업용 라면’에 세상이 떠들썩했다가 뒤늦게 무해하다는 발표가 뒤따랐을 때 이미 면가닥으로 어렵게 흥한 업들은 부도 위기에 내몰린 뒤였다. ‘쓰레기 만두’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얼마 후 그 만두가 ‘먹어도 되는 만두’로 다시 ‘둔갑’했을 때 이미 몇몇 중소기업 사장들이 목을 매 비명횡사한 뒤였다.
모두 언론에서 발화돼 여론에서 폭발하고 시간으로 잊힌 사건들이다. 흔히 ‘발암성’ 딱지가 붙고 있는 말라카이트그린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급선무다. 또 이를 배제한 양식 대안이 있는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 이 물질의 인체 위해성 규명은 국제적으로도 확인이 안 된 사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혹시 지레 겁먹은 해양수산부가 일단 ‘불부터 놓고 본 것’은 아닌지 발 빠른 뒷수습이 아쉽기만 하다. 당혹스런 표정으로 브리핑하던 해양수산부의 얼굴에 왜 주름진 어민과 상인들의 얼굴이 겹쳐졌을지는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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