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NGO 간사의 하루> - 환경연합 김낙중 간사

‘환경이란 이름으로 살다’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10-22 10: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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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도 하고 일도 배우는 훌륭한 직장”

연봉 1천만원대 … 할 일 많고 일손부족해도 ‘보람’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의 한 주택가. 아침 8시를 조금 넘긴 출근시간의 풍경은 언제나 빠듯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다소 헐거운 차림의 한 청년은 흰색 티셔츠에 반바지, 샌들을 신고 자취방을 걸어 나와 출근 행렬에 파묻힌다.
시계(市界)를 넘다드는 지하철 3호선 구간으로 열 한 정거장. 대략 30여분이 소요되는 이 시간은 그가 지하철의 흔들림에 몸을 맡긴 채 하루 일정을 정리해 보는 시간이다. 여타 직장처럼 주5일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최근 그는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때문에 휴가는커녕 당장 한나절 숨 돌릴 여유가 그립다.
오전 9시,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동료 운동가들이 속속 사무실에 도착한다. 이들의 표정은 언제나 구김살이 없다. 대신 애써 내보이려하지 않아도 투사의 기질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5년차 환경 운동가 김낙중 간사는 자신의 책상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다. 그는 환경연합의 몇 안 되는 물 전문가이기도 하다.
밤 새 도착한 메일들을 확인하고 주요일정도 체크한다. 오늘은 그다지 바쁜 일정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도처에서 핸드폰이 걸려온다. 그의 책상 앞엔 시간이 꽤 소요되는 행정업무가 수북이 쌓여있다.
당초 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키로 했던 ‘물관리 체계에 관한 토론회’가 무산되면서 패널로 참석키로 했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일정취소를 알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대부분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됐던 토론회였기에 바쁜 시간에 차질을 주면 안 된다. 오후엔 방송사 환경프로그램의 아이템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 게다가 오늘은 퇴근시간 이후부터 저녁 8시까지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 당직근무일이다.
아무래도 무리다 싶었는지 그는 ‘당직일을 맞바꿔 줄 수 없냐’는 메신저를 동료에게 날렸다. 허락을 얻어낸 그의 입가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진다. 최근 과중한 업무 탓에 몸에 피로가 축적됐다는 그는 “몇 달동안 본의 아니게 무척이나 바쁜 일상의 연속 이었다”고 푸념했다. 국내 대표 NGO의 5년차 고참급 간사로 “이제 일도 익숙하고 해야 할 일은 더욱 많지만” 여전히 일손이 모자라고 고민을 함께 의논할 동료도 부족하단다.

서른 넷 환경운동가의 ‘일과 긍지’
십수년 전, 91학번의 새내기 김 간사는 최루탄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에 있었다. 강경대군 치사 사건이 90년대 학생운동의 도화선이 돼 분신시위가 잦았던 시절이다. 3남 1녀의 둘째로 충남 청양에서 상경해 사회학을 전공했던 김낙중 청년도 당대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시위 함성에 익숙한 캠퍼스 생활을 전전하다 군대를 다녀와 ’99년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졸업이후 뚜렷한 진로를 예정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의 말을 빌어 “시험 준비도 좀 하다가 그만두고 친구들과 회사경영도 시도해 보던 시절” 이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사회의 꽉 짜인 틀에 포박된 일상이 사회적 문제의식이 품고 있던 그의 성향과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무언가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환경운동’이다. 그는 ’01년 환경연합의 공채를 통해 ‘환경운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통상 활동가로 불리는 이들에게 ‘입사’란 표현을 어울리지 않는 건 5년차 간사의 월급이 채 100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생활비를 충당하고 나면 사실상 급여란 표현이 무색해지는 ‘박봉’이다. 하지만 그는 매년 연봉을 경신하며 ‘무난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부럽거나 자신의 입지가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30대 중반에 이른 그에게 “사회공헌도 할 수 있고 일도 배울 수 있는 직장은 흔치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김 간사에게 환경운동은 고단함보다 희열처럼 느껴진다. 그는 “일이 좋다”고 했다. “저 마다의 인생이 있는데 조금도 부끄러울 이유가 없지요. 어차피 선택한 인생이니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저는 이곳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올해로 서른넷, 노총각 대열에 합류한 그는 아직 애인이 없어 퇴근이후 데이트 대신 달리기를 즐긴다고 했다.
향후 몇 년 간은 물 위원회 소속으로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계획이라는 김 간사. “참여정부가 형식적인 시민참여 유도가 불만” 이라는 그는 “언론도 상황설명에 그치는 보도가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주관적 판단도 내려야 할 때”라며 취재기자에게 충고도 덧붙인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사무실이 부산스러워진다. “점심도시락 함께 먹을 사람!”을 외치는 동료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그의 손이 번쩍 들어 올려진다. 쭈그려 앉아 그의 동태를 살피던 기자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 입구까지 마중을 나온다.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그의 얼굴에 맑고 깨끗한 미래가 잠시 오버랩 된다.
오늘도 환경연합 홈페이지엔 “녹색세상을 꿈꾸는 활동가를 모십니다”란 공지사항이 떴다. ‘연봉 1000만원 이내’란 단서가 붙었지만 ‘적임자가 없을 경우 채용하지 않습니다’란 저들만의 자긍심도 이해가 갈 듯 싶다.
취재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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