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 김현숙 주사보

야무진 미혼의 女傑, 토목직 남성 몫 ‘거뜬’
취재부 | eco@ecomedia.co.kr | 입력 2005-05-18 14: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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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분야 과거관행 탈피,
여성에게 폭넓은 기회 주어져야


암묵적인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알려져 여성의 활약이 더욱 드물었던 수도분야. 일반 장정의 전용 무대였던 이 분야에 최근 여성의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제 아무리 관가에서 여성의 파워가 증대되고 있는 시점이라 해도 다소 거친 토목분야에서의 약진은 그래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인천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 김현숙 주사보(33), 다부진 외모에 털털한 성격은 일반 남성들의 특징을 많이 닮아있지만, 제 아무리 변장을 해도 미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은연중에 묻어날 수밖에 없다.
그녀는 부모님, 오빠와 함께 20년 이상 인천에 거주해온 ‘토박이’이기도 하다.
“본부에 온 이후로 체중이 6kg이나 줄었어요. 욕심이 많고 내성적인면도 있어 제 자신이 지는 걸 싫어했거든요”
95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인천서부 수도사업소에서 다년간 물과 인연을 맺어온 그녀는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하고 지난해 본부에 입성한 최초의 여걸로 기록됐다.
‘수리학’을 전공할 당시도 수도 토목직에서의 활용을 꿈꿔보지 못했다는 그녀는 많은 뭍 남성들을 상대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거칠어져 있고 강해진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사업소의 업무가 민원에 집중돼 있는 반면, 본부의 업무는 장기적이고 굵직한 대형사업들로 채워져 있기에 그녀는 재차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공부를 많이 해야 했어요. 어디가든 거침없이 대답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했기에 개인시간을 투자해 공부를 하기도 했구요”
김 주사보가 현재 인천본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급수시설 미공급 지역인 송도 경제자유구역등에 용수공급 사업을 시행하는 업무다.
그래서 종종 직접 지하 관로를 들어가 현장을 점검하고 인부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잦다. “남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여자가 있으니, 처음엔 현장 근로자들도 일처리를 농담처럼 하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녀는 초창기 현장인부와 목소리를 높여가며 자주 싸워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쉽게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다른 남자직원들보다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고, 무조건 목소리를 크게 낼 것이 아니라 제대로 업무를 파악하고 꼼꼼하게 지적하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얕보는 일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점점 외부에서 더욱 인정받아 갔다.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그녀의 능력을 평가절하하거나 지레 짐작하는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여성이기에 얻을 수 있는 나름대로의 장점도 많다고 했다. “우선 첫 대면부터 남자직원들의 배려가 부드러워요. 또 여동생처럼 생각하시는지 결제 받기도 더 편하고요” 해맑게 웃는 그녀는 은연중에 인천본부의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우리 본부는 늘 가족같은 분위기에요. 제가 가장 나이가 어려 불편함이 많을 줄 알았지만 좋은 분들이 많이 배려해 주시고 개인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아요, 그래서 지금은 어떤 대형 사업을 추진해도 자신감 있고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고요”
수도분야는 어떤 곳이냐 묻는 기자에게 김 주사보는 “사람대 사람의 관계가 더욱 중요한 곳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 ‘트인 생각’ 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며 “관행으로부터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사람답지 않게 진중한 면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녀는 또 “공무원의 능동적이고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 자신의 믿음이 부족하면 목소리만 커질 수밖에 없다”며 추진 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면들 때문인지 본부내의 선배들은 “앞으로 시설부장도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농담을 곧잘 건넨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진급에 욕심이 없다고 한다. “저 사람 어때? 란 말이 나왔을 때, 현 실정에서 제몫을 다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소망일뿐이라고. 김 주사보는 또 여성들의 등용기회도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여성들은 남성들이 그냥 넘어갈 일도 섬세하게 챙기는데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단순 민원업무에만 여성인력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기회를 주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공무원 생활 중의 최대의 보람을 ‘물 공급이 원활치 못한 지역에 원인을 파악해 제대로 송수시켰던 일’로 꼽았다. 활동적인 일을 좋아해 스노우보드와 같은 겨울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녀는 “새로운 일을 접하는 것을 즐기고 호기심이 많은 여자”로 스스로를 평가했다.
김 주사보는 올해 크게 두 가지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첫째는 그동안 사귀어 왔던 연인과 미뤄왔던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고, 둘째는 심혈을 기울였던 송도 신도시에 인천상수도가 생산한 수돗물이 원활이 공급되는 광경을 목격하는 일이라고 했다. 가급적 젊은 시절 보다 폭넓은 업무를 접해보고 싶다는 그녀는 인천시민의 복지를 위해서라면 주어진 업무를 떠나 쉼없이 노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성들의 운신폭을 좁히는 구태의연한 고정관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그녀의 활약상은 이러한 걸림돌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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