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철 외교통상부 환경협력과장

협력과 경쟁 통해 국익에 기여할 터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4-06-21 01: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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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법조·정책인 등 전 분야 공동협력 필수
전문외교인력 전문성과 승진보장 동시 이뤄져야

껍질을 벗는 고통 ‘외통부에 흐르는 적막’
정신없이 돌아가는 윤전기를 바라보듯, 오늘날의 국제환경은 어떠한 예고도 없이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외교통상부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글로벌 외교를 통해 능동적 통상외교 활동을 한층 강화해 왔다. 외통부를 연상시킬 때, 대개의 사람들은 각 국가에 포진해 있는 ‘대사’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주재국 사무소에 상주하면서 불가침을 보장받으며 활약하는 그들은, 세계 곳곳에 위치해 자국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 국가를 하나의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외교부는 조직도 내에서 ‘해외영업부’에 해당하는 중책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기구나 조직이라는 것은 늘 대내외적인 변화에 따라 개혁을 요구받기 십상이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조직은 결국 오너(국민)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해 타의적 ‘환골탈태’의 수순을 밟거나, 형체도 없이 사라져 타부처로 뿔뿔이 흩어지게 마련이다.
외통부는 얼마 전부터 시작된 ‘새 외교통상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살갗으로 거듭나기 위한 ‘탈피’의 통과의례를 거치고 있다. 그동안 외통부는 외교관 비리를 시작으로, 대통령 폄하 발언으로 급기야 장관이 경질되는 등 잇단 파문을 감내해야 했다. 결국 정부기관 최초로 민간 컨설팅업체에 조직 진단을 맡기는 등 과감한 수술을 시도했고, ‘가치창출 업무가 30% 대에 그친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선고받기도 했다.
물론 정부조직의 특수성을 민간의 잣대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외교부는 지금 침묵하는 가운데 겸허히 결과를 수용하면서 그동안의 노력과는 차별되는 총체적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성숙을 위해선 늘 그에 상응한 고통이 따른다. 새로운 사고와 방법론으로 아픔을 감내하고 있는 외통부를 이런 상황 속에 만나는 일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환경협력과 부처내‘인기부서’로 알려져
외통부 환경협력과는 국제경제국 4개과 중의 한 부서로, 환경관계 국제협력에 관한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종합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91년 ‘과학환경과’로 출발한 환경협력과는 부처 내에서도 비교적 인기 좋은 부서로 알려져 있다. 대개의 환경관련 부서가 직원들로부터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이처럼 환경협력과가 남달리 ‘선전(善戰)’하고 있는 까닭이 궁금해진다.
환경협력과 유연철 과장은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는 세계 어디선가 환경외교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환경관련 국제 업무가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적 외교 실무를 원하는 직원들이 환경협력과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그는 “외교란 늘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듣고 내 의견을 설명하는 ‘경험’이 중요한 직분”이라고 강조하며, 모든 환경 정책이 ‘종합적 특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종합적 특성이란, 과학적 근거에 출발한 환경이 국가 경제적 측면과 법적인 측면을 충분히 아우르며 실익과 궁극적 목적에 부합되는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과학자를 비롯한 환경인, 법조인, 정책인등 모든 분야의 공동협력이 전제되어야 국가 간 환경외교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환경협력과의 역할에 대해서는 “국제 환경협약의 제정·이행 속에 우리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부서의 주된 목표라고 말한다. 아울러 협약에 앞서 국내적 조기경보체제를 갖추고, 부처별 의견을 종합해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환경협력과가 떠 안고 있는 현안문제는 ‘동북아환경협력강화방안’이라는 글로벌 이슈와, 북한을 다자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는 '한반도적 이슈'를 들 수 있다. ‘환경’이라는 공통의 논제를 통해 동북아에서의 국가적 위치를 확고히 하고, 나아가 ‘고립무원’의 북한을 이 범주 안으로 유도해 나가는 일이 그 목적인 것이다. 이미 환경문제는 국경을 초월한 지구촌의 관심사로 자리잡아 외교적 측면의 노력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북한을 환경적 측면으로 유도하는 일에는 특히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한국의 외로운 위치 ‘선발개도국’ 환경에 대한 총체적 개념 不在
유연철 과장은 많은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선진국도 아니며, 그렇다고 개도국도 아닌’ 국내의 입장에 외로운 감정을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협약상에 개도국에 해당되는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비교적 구속감이 덜한 편이나, OECD 가입국이라는 국제적 위상과 향후 더욱 거세질 감축압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선발개도국’이라는 어중간한 입장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현실속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어떻게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에 반영시키느냐는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며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관계를 외교적 노력을 통해 어떻게 조화로 이끌어 낼 것인가”하는 점이 성공의 여부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선 한중일로 대두되는 동북아국가간의 긴밀한 유대가 요구된다며, “경쟁을 통해 얻은 것은 또다시 협력에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환경의 기본은 어찌되었든 ‘규제’에서 출발한다고 전제하며, 날로 정부의 역할이 축소·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관련기술 개발과 이전에 보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술 이전 파트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국제사회에서 향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선발개도국’이란 불분명한 국가적 위상도 역으로 선진국의 환경규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이점이 있다며, 정확한 이해관계의 분석을 통해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외교의 현장에 지침이 될 만한 ‘환경에 대한 총체적 개념’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현재 환경의 가장 주된 골격을 이루는 개념은 환경과 경제, 사회의 조화를 의미하는 ‘지속가능발전’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우리의 환경정책이 ‘성장’위주로 치우쳐 있어 단기적으로 저비용을 지불하고, 장기적으로는 고비용을 쏟아내야 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환경과 경제를 아우르는 ‘총체적 환경개념’이 부재함에 따라, 현 상황으로는 환경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기대해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환경외교 인력, 전문성 + 승진욕구 동시에 배려를
유 과장은 환경외교 실무자의 고충을 내부적 문제와 외부적 문제로 축약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국제환경 담당자들에 대한 집행부의 배려가 부족한 점을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했다. 환경분야는 전체적 맥락으로 보아 가장 중요한 업무의 하나로 다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잦은 인사로 인해 인력의 전문성 확보가 어려운 문제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협력 파트를 강화하는 한편, 전문성이 인정된 인력들의 활동을 적극 보장하고 양성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외교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집행부의 배려를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환경이라는 한정된 분야속에서 그들의 근본적인 승진욕구도 전문성과 더불어 해결되어야 할 과제중의 하나로 꼽았다. 고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 확보와 개인적 승진욕구는 이처럼 각 분야에서 상충된 면을 나타내며, 늘 해법을 찾기 힘든 문제로 남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또한 그는 외부적으로 국민들이 국제 환경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 ‘지속가능소비패턴’으로 서둘러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소비로 일컬어지는 현재의 에너지 소비형태는 대형화·통합화로 구분되는 ‘서구식 소비패턴을 그대로 도입해온 결과’로 분석하며, 환경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첩경은 ‘동양적(재생형) 소비구조를 재현해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외부적 노력들이 국제적 환경외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초석으로 자리매김 할 때, 환경분야의 국제적 입지도 동시에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자신했다.
덧붙여 유과장은 언론의 보도행태도 지금과는 분명 달라진 모습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건 총리의 보좌역을 담당했던 지난 3월의 제주 환경장관회의를 떠올리며 “국내 환경인식을 제고시키고 세계속에 환경선진국의 이미지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였음에도, 대부분의 언론은 하시모토 전총리와 고건총리의 신사참배 발언만을 보도했다”며 흥미위주의 보도를 지양하고 본질을 흐리지 않는 언론 본의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환경외교 ‘열정적이며 강한 인상’ 중요
성공적인 환경외교를 위한 조건으로 그는 무엇보다 열정적인 자세를 우선조건으로 내세웠다.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다른 국가에 심어주고, 뜻하지 않은 양보를 얻어낸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매사에 능동적인 모습으로 외교의 임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교업무는 어떠한 능력보다 열정이 요구되는 직분”이라며 “어떠한 자질에 앞서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는 최고의 도구”라고 말했다.
또한 환경외교의 기조는 인류의 공동유산인 지구의 제한된 환경용량을 경쟁과 협력을 통해 보전해 나가는 것이라며, 국가 간 이익이 첨예하는 문제인 만큼 보편적 가치에 기여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환경협력과는 무한 경쟁의 국제환경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실리외교를 추구하는 한편, 환경보전이라는 인류보편 가치에 기여하기 위해 전문성과 추진력을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새 시대에 접어들어 지구환경보전이 전지구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경외교의 중요성은 날로 그 비중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지구환경보전 또한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아 우리의 국제적 입지에 부합하는 역할과 좌표의 설정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외통부 환경협력과의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연철 과장은 “각종 국제회의에 참가 여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외교관의 자세”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재가 우리의 환경외교 위상을 제고시키고, 나아가 선진개도국간의 합의 도출에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동북아지역 환경협력에 역량을 집중해 추진해나갈 예정이라는 외통부 환경협력과가, 세계속의 환경외교사절로 제 몫을 다해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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