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신애, 낯선 이의 얼굴에 나의 영혼을 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을 향해 걸어가다
문슬아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04-06 23: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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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냉정과열정사이) / 81.8x53cm / Oil on canvas / 2012

 

내면을 그리는 손짓 

 

이신애 화가는 인물화가다. 그는 인물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내면의 꿈, 희망, 삶의 고뇌를 표현한다.

 

화가의 작품은 구체적인 인물 형태에 추상적인 표현을 대비시키는 이중구조로, 심리적 갈등과 몽환적인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투명한 감성으로 다가오게 한다.

 

“풍경화나 정물화를 그리기도 했었지만 유독 인물을 그릴때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감정 이입이 더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다른 사람을 그렸는데도 분위기는 거의 저랑 닮게 나와요. 그러다보니 혹자는 자화상만 그리는 화가라고 말하기도 해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그린 것들이 상업적으로 끌리는 작품들은 아니어서 가끔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하지만 팔기위해 그리는 건 아니어서 상관없어요.”

 

타인의 모습을 통해 나의 내면을 표출한다는 것. 그릴 때만큼은 상업적인계산을 하지 않고 대상에 순수하게 다가가는 것.

 

어쩌면 인물을 그리는 화백의 몸짓은 자본주의의 파도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진실을 잃지 않으려는 가련한 영혼의 자맥질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화가는 모델을 선택하는 데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면의 모습이 구체화된 모델의 이미지와 합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누구든 그릴 수야 있겠지만 정말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분위기와 느낌, 감정이 모델의 이미지와 맞지 않으면 결국 그린다는 행위만 남을 뿐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걸 무수한 시도 끝에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그가 그린 인물에는 꽃이 함께 한다. 꽃은 인물의 심리를 나타내주는 또 하나의 도구. 하지만 꽃은 인물과는 달리 추상적 모티브에서 출발한다.

 

정확하게 떨어지는 그림이 주는 일종의 경외감이 있다면, 그녀가 표현한 추상화는 가슴에 더 할 수 없는 울림을 준다. 그녀는 앞으로도 이러한 구성은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낯선 타자의 눈동자에 어리어진 삶의 향연

 

“눈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선글라스를 낀 사람과는 대화하기가 힘들어요. 마음을 가리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소통의 창이 단절된 느낌이에요.”

 

내면의 세계를 추구하는 화가에게 있어, 눈은 누군가의 마음으로 향하는 유일한 창과도 같다. 화가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에도 가장 먼저 눈을 본다고 한다. 그리고 낯선 타자의 눈동자를 통해 삶의 희노애락을 표현한다.

 

화가의 그림 속에 보이는 인물들의 눈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슬픔과 그리움, 갈망과 애틋함에 젖어들게 하는, 그러면서도 숨겨진 희망을 보게 하는 힘이 존재한다.

 

화가는 어두운 시대에 실낱같은 희망과 같은 선한 아름다움을 눈동자 속에 심는다. 마치 시인 박노해가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외쳤던 것처럼. 어디를 둘러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 가운데 끝끝내 꺾이지 않을 최후의 한사람을 위해서 힘을 다해 글자를 새긴 것처럼.

 

화가는 캔버스 하나에 꼭 한명의 인물만 등장시킨다. 그 한명에게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기 때문이다. 간혹 두 사람 이상이 담긴 화폭이 있는데 그것도 한 사람씩 그린 작품을 연결한 것뿐이다.

 

작가에겐 많이 그리는 것보단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 영혼을 집중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 심상(그녀는 무엇을 꿈꾸는가) / 130.2x90.9cm / Oil on canvas / 2013

 

뚜벅뚜벅 걸어가다, 끝이 고독이라 할지라도

 

화가는 미술 전공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열등감에 젖었던 시절이 있었다. 결혼 후 다시 걷게된 미술의 길은 만만치 않았다.

 

미술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어린 친구들과 같이 배웠다. 크로키부터 시작해 석고 데생, 수채화 등 한걸음씩 차근차근 걸어왔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카라바치오, 렘프란트의 그림을 책으로 보면서 스스로 그림 그리는 법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 후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수많은 단체전에도 참여하며 세상과 소통의 끈을 이어왔다. 올해 8월 첫 주에는 안산 향토사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또 한 번의 개인전을 연다.

 

△ 이신애 화가
그녀는 평소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는다. 더 깊은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겸허히 떨쳐버리고 스스로 고독의 자리를 찾는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고독의 소산이다.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차분하게 인생의 섬세한 구석까지를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화가는 마음으로만 읽을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것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고독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왔던 모습처럼 작은 목표들을 향해 차근차근 걷고 있다.

 

화가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대작 중심의 전시를 여는 것. 100호 이상의 작품은 긴 호흡이 필요하기에 꾸준히 그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고독의 자리로 찾아 들어가 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오늘도 화가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내면의 세계를 향해 아름답고도 슬픈 영혼을 불태우고 있다.

 

□ 이(李信愛 , LEE SHINAE)

△ 개인전 182012안산 단원전시관, 삼현갤러리 초대전, 서울시의회 갤러리, 서울 KBS 시청자갤러리, 2011 안산향토사박물관, 하늘정원갤러리 초대전, 2009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2008 중국서안 양보루미술관 등

 

△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130여회 일본.중국.미국.이탈리아.네덜란드.필리핀.뉴질랜드 등

 

△ 현재 (사)한국미술협회, 한국인물작가회, 한국현대미술신기회, 서울미술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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