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된장마을’에 가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축령산 정기를 담아 발효시키는 '전통 된장'
건강한 효소가 살아 숨쉬는 '아침고요된장마을'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7-08 23: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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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한 햇빛을 받고도 몸 기운이 들뜨지 않는 곳. 울창한 잣나무가 에워싸 햇볕과 바람을 걸러주기 때문일까. 축령산자락 아래가 한없이 고즈넉하기만 하다. 그곳에서 익어가는 장 맛이 궁금했다. 지천에 풀어놓은 마른 햇볕이 끌어오는 공기 한소끔, 꽃가루 한 줌, 그리고 바람 한 줄기로 버무려졌다는 전통 된장의 맛.

▲ 박광진 아침고요된장마을 대표
‘아침고요된장마을’
우리가 찾아간 곳은 바로 ‘아침고요된장마을(박광진 대표)’. 서울에서 1시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이미 알려진 ‘아침고요수목원’과도 가깝다.
축대 높은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마당을 중앙으로 전통 한옥 서너 채가 둘러앉았다. 군데군데 집채만 한 항아리들이 눈에 띈다. 그 옆으로 축령산으로 오르는 시작점쯤에 사람 반절 키만 한 된장 독이 즐비하다. 일렬종대로 줄 선 모습이 마치 우리를 위해 장맛의 진가를 보여주러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랄까. 따가운 볕 아래 질서정연한 모습이 겸손한 느낌마저 든다.

▲ 발효된 전통 된장의 맛을 보는 일행
'축령산 정기'로 빚은 전통 된장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가평은 예로부터 잣나무가 많은 곳이다. 전국 최대 잣나무 조림지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산출되는 잣의 80%가 이곳에서 수확된다. 한국의 소나무를 뜻하는 ‘코리안 파인(Korea Pine)’은 바로 ‘잣나무’를 뜻하는데, 나무 생육에 가장 적합한 북위 38도에 위치하고 있는 것 외에도 가평은 깨끗하고 산림자원이 풍부해 잣 재배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잣나무는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소나무보다 4.5배가량 많이 함유하고 있다. 잣나무는 삼림욕에 가장 좋은 숲인 셈이다. 축령산이 ‘치유의 숲’ 또는 ‘힐링 숲’으로 불리는 것도 피톤치드의 스트레스·우울증 해소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아침고요된장마을은 바로 가평 8경 중에서 제7경에 속하는 축령산림의 정기를 머금고 발효되는 우리 고유의 전통 된장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건강한 삶'으로의 회귀

축령산에 반해 이곳에 터를 잡고 전통 된장을 담가온 박광진 대표가 낙향한 지는 10여 년 남짓. 전자제품 관련 사업으로도 크게 성공한 그가 가평으로 내려온 이유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건강한 삶으로의 회귀. 물 맑고 산세 좋은 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소박한 바람 외에 특별한 욕심이 없었다고.
전통 된장을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가평균 상면 행현리에 터를 잡은 박 대표는 우리 고유의 전통 된장의 맛을 찾기 위해 전국에 유명하다는 된장은 거의 다 맛을 보았단다. 된장을 담을 깨끗한 독을 짓는 일부터 몸으로 하나하나 체득하며 일궈나가 지금에 이르렀다. 초창기에는 이렇게 독학으로 쌓은 노하우를 마을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지금의 돈독한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것이 지금의 ‘아침고요된장마을’과 '가평전통잣된장'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계기다. 현재 이곳에 있는 된장은 환자가 있는 병원에 납품하거나, 환자의 입맛을 돋우는 치료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또 된장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병원에 연구용으로 남품될 된장을 계속 만들어 숙성 중이다.

'발효'라는 놀라운 과정

장 맛을 보러 온 우리 일행을 위해 박 대표가 가평의 명물인 잣오일을 내왔다. 맑고 연한 노란빛깔을 띠고 있다. 가평 잣은 볶는 과정 없이 그대로 생 착즙해 일반 오일보다 보존 기간도 길고 좋은 성분 역시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열매와 약초로 담근 효소도 가져와 맛보기를 권했다. 블루베리, 돌미나리, 잣나뭇잎, 아로니아, 포도, 개복숭아, 매실, 산수유 등등 아주 다양하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부터, 와인처럼 향기로운 것들에 이르기까지 향은 달라도 어느 것이나 맛은 좋다.
효소는 독을 제거한다. 산야초 효소처럼 다양한 풀들로 효소를 발효시키면 풀이 갖고 있는 고유의 독성들이 사라진다. 발효를 시키면 영양소의 소화 흡수도 쉬워진다. 발효라는 과정은 우리에게 놀라운 현상들을 보여준다. 점심으로 내온 잣국수는 다 먹은 다음까지 오랫동안 고소한 잣의 여운을 남겼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얼마간 축령산을 올랐다. 산을 오르면서 잣나무에서 기생하는 각종 버섯도 발견했다. 함박꽃처럼 탐스런 꽃송이버섯부터 댕구알버섯, 표고버섯, 한잎버섯도 이곳에서 난다.
하늘로 솟구친 아름드리 잣나무가 녹색 피톤치드를 내뿜는 곳에 발길이 닿자 몸이 깨어나는 듯했다. 청명한 하늘과 바람이 맞닿아서 따뜻한 물기가 머릿속에 고였다 사라지는 첫 경험 같은 곳. 자연이라기보다는 정신이라 표현하고 싶은 풍경 속에서 힐링은 오래 지속됐다.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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