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빽빽하게 우거진 국내 산림이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역할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산불과 산사태 등 기후재난의 위험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림정책의 거버넌스 부재와 산주(山主) 200만 명의 무력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전략에 치명적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혜화포럼(이사장 안병옥)과 고려대 오정리질언스연구원(원장 이우균)은 29일 고려대 생명과학관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산림경영 방향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산림경영 현실화, 산불·가뭄·산사태 대응, 숲가꾸기를 통한 경제적 가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현장에는 산림·환경 전문가와 포럼 회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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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위기 시대의 산림경영 방향성 토론회 |
빽빽한 숲, 산불 연료로 버려져
첫 발제를 맡은 이우균 고려대 기후환경학과 교수(오정리질언스연구원장)는 “산림녹화 50년을 자랑했지만 정작 산림경영은 뒷전이었다”며 “빽빽한 산림은 이제 산불의 연료로 전락했고, 탄소흡수원으로서 경제적 활용은 제자리”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국내 산림정책이 ▲산주와 지자체 간 협치 부재 ▲탄소흡수량의 공간계획 부재 ▲산림산업 구조적 정체에 갇혀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산림청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관행과 특정 계층 중심의 ‘산피아’ 카르텔이 산림경영을 막아왔다”며 “재선충 방제 등 일부 사업은 예산만 잡아먹는 관료주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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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균 고려대 기후환경학과 교수(오정리질언스연구원장) |
숫자만 있고 공간계획 없는 반쪽짜리 탄소중립 계획
토론자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수립하는 탄소중립 계획이 ‘총량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국가와 광역·기초지자체 모두 흡수량 목표치와 시기만 설정했을 뿐, 어떤 공간에서 얼마만큼 흡수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가평군의 사례는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평군은 2020년 산림 탄소흡수량이 약 58만tCO₂eq(ha당 8.8톤)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이 교수는 “적절한 숲가꾸기와 벌채·재조림을 병행하면 탄소저장량을 늘릴 수 있다”며 산주협의체를 통한 경영규모화, 기초지자체 단위의 산림계획 법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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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택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목재 가공 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철강의 1/350, 알루미늄의 1/1,500에 불과하다”며 “목조주택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 대비 탄소배출량이 40%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산목재 자급률은 17.4%에 머물고, 펄프·보드용 저가 목재 중심이라 산업적 파급력이 제한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목재산업단지와 목재친화도시 연계 ▲지역 임업 자립 기반 강화 ▲목재 다단계 이용(cascade use) 확대를 제안했다.

정규원 숲산림기술사무소 박사는 “사유림이 많아 간벌·수확 규모가 작고 소득이 없어 산주가 방치한다”며 “이제는 숲가꾸기 사업에서 간벌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도를 목적형으로 전환하고 산림 직불제 도입을 통해 산주가 경영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토론에서도 거버넌스와 제도개선 필요성이 반복해서 제기됐다. 류현숙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처별 기후대응이 제각각이고 지자체는 능력이 없어 산불 피해만 키운다”고 비판했다. 조경두 서울시립대 교수는 “탄소흡수원 기능 극대화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확산이 국가 차원의 새로운 지향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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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병옥 혜화포럼 이사장 |
200만 산주, 손놓고 있는 실정
전국 산주는 약 200만 명에 이르지만, 실질적인 산림경영 주체로서의 역할은 전무하다. 토지기반 임업경영체제와 산주협의체 구성이 지연되고, 정부·지자체의 무계획이 겹치면서 숲은 방치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림을 단순한 녹지 개념이 아니라 국가적 자원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며 “산림정책의 패러다임을 산주·지자체·정부가 함께하는 협치형 거버넌스로 전환할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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