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탄소중립, 공정한 전환에 주목하는 이유

업종별, 노동자별, 연령별, 지역별 세밀한 전환 계획 필요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1-08 18: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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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김명화 기자] 정부는 최근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탄소중립((Net-Zero)’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표한 국내 탄소 배출량(2017년 기준)은 1년에 7억1000만 톤 정도인데, 흡수하는 양은 4000만 톤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회 모든 부문에서 탄소 배출이 안 돼야 하는 넷제로가 실현 가능할지 국내 현황을 살펴봤다.


지구 온도 상승 2100년까지 1.5℃로

IPCC(기후변화에 관한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전 지구 평균온도 1.5℃ 상승 제한을 위한 잔여탄소배출총량(carbon budget)은 4,200~5,800억CO2톤으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국가별로 제출한 감축 목표를 이행하더라도 2030년에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520~580억CO2톤에 이른다. 이는 1.5℃ 달성에 필요한 배출량인 250~350억CO2톤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2100년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3℃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2100년까지 1.5℃ 목표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5% 감축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050년까지 전 지구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0(net zero)’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1000억~1조CO2톤의 이산화탄소흡수(CDR)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올해 말까지 유엔에 제출할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탄소저감대책)’은 산업, 발전, 건물, 수송 등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기존 탄소 감축 기술을 확대하면서 혁신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2050년 탄소중립’ 전략은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과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고탄소 산업구조 혁신이다.


하지만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표한 국내 탄소 배출량(2017년 기준)은 1년에 7억1000만 톤에 이르고, 흡수량은 4000만 톤에 불과한 상황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국가 온실가스의 87%가 에너지에서 비롯되는 만큼 발전부문을 중심으로 한 산업 전반에서 에너지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보가 관건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주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선은 30%에 가까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를 앞당기고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도 중단해야만 한다. 

 

▲ <자료_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NDT실증연구센터>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가동 중인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60기이며, 건설 중인 발전소는 7기다. 정부가 봄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 석탄화력 10기를 4개월간 중지한 바 있고, 같은 해 2월 서천 1,2호기와 영동 1,2호기 등 3기가 폐지됐다. 앞으로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 석탄화력 10기를 2022년 이전에 조기 폐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2030년까지는 신재생에너지를 470%P를 늘리고, 석탄·석유·가스는 78%P를 줄여야 에너지 공급·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또 국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상당수가 폐기물발전에서 비롯된다. 폐기물발전은 폐가스를 비롯해 목재, 폐합성수지류, 폐타이어 등 산업시설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를 고형폐기물연료(이하 SRF)로 가공하고 이를 소각해 발생하는 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최근 발표한 ‘2019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잠정치’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1879만600toe(석유환산톤)으로 전년 대비 5.37% 증가했다. 이 중에서 폐기물에너지 비중은 42.9%로 여전히 절반을 차지한다. 태양광은 22.8% 수준에 머물러 있고, 풍력 역시 4.7%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물발전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2030년까지 태양광, 풍력 중심의 전원 비중확대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가 과제다.


지난해 절반에 가까운 폐기물에너지 비중은 2018년에는 50.7%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2.0%P 감소했으나 생산량은 0.7%P(6aks1845toe) 증가했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태양광 에너지 기반으로 늘었으나 폐기물에너지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만7457GWh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8.99% 증가한 양이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신규 발전설비를 구축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도 증가했다. 지난해 태양광 에너지 발전량은 1310만8645MWh로 2018년 920만8099MWh보다 42.4%(390만546MWh) 늘었다. 

 

지난해 발전량 비중을 보면 태양광 22.8%, 바이오 18.1%, 수력 4.9%, 풍력 4.7%, 연료전지 4.0%,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GCC) 1.8%, 해양 0.8%인데 반해 폐기물은 42.9%에 달한다. 폐기물에너지를 제외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어서 발전량 증가가 과제로 남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에너지원별 발전량은 석탄 40%, 원전 26%, 액화천연가스(LNG) 26%, 신재생에너지(폐기물 제외) 5%, 기타 3%이다.


탄소중립 인프라 강화
국제사회는 자원고갈과 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채취-생산-소비-폐기로 이루어지던 기존의 선형(linear) 경제구조를 순환형 경제(circular economy)로 전환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제품을 재활용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원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이를 통해 환경보호는 물론 관련 기술의 개발 및 혁신,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플라스틱은 지난 수십 년간 가장 많이 생산·활용된 재료 중 하나로, 2018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5900만 톤에 육박한다. 이중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비중은 14~1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의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금의 산업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볼 수밖에 없는데, 이행과정에서의 산업경쟁력 약화, 일자리 감소 및 공공요금 상승 등 물가상승 발생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업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대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산업 문제는 일자리, 생활 같은 우리 자신과 관련된 문제로써, 이른바 탈탄소 미래기술을 어떻게 개발해 상용화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산업 쪽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건 철강업인데, 원강을 녹일 때 쓰는 코크스 대신 수소를 투입하고, 원강 대신 스크럽을 재활용하면 온실가스가 안 나온다. 유럽에서 탄소국경세를 도입한다고 하고, 미국도 제품생산 때 탄소 배출이 어느 정도인가로 과세한다는데, 석유화학, 자동차 같은 우리의 주력 상품들이 모두 고탄소 제품이라서 자칫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탄소중립을 위한 3+1 실행전략 내용.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3+1 추진전략은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이라는 정책 방향과 재정제도 개선 등을 담은 ’탄소중립 인프라 강화‘다.


먼저, 경제구조 저탄소화를 위한 4대 과제로 고탄소 산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탄소다배출 업종 및 밸류체인 전반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고탄소 산업구조 혁신’과 내연기관차의 친환경차 전환 가속화와 모빌리티 전반에 대한 혁신을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 탄소중립도시 조성과 국토계획 차원의 탄소중립을 도모하는 ‘도시·국토 저탄소화’ 등이 제시됐다.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저탄소신산업과 기후산업을 본격 육성하는 ‘신유망산업 육성’, 혁신·벤처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는 ‘혁신생태계 저변구축’, 부문별 폐자원 순환망을 구축하는 ‘순환경제 활성화’가 3대 과제로 제시됐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의 세부 과제로는 ‘취약 산업계층 보호 및 신산업 체계로의 편입 지원’,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를 제시했다.

‘공정한 전환’이 필요
탄소 넷제로는 사회 모든 부문에서 탄소 배출이 안 돼야 한다. 자동차는 모두 전기화돼야 하고 전원도 지금처럼 석탄이나 엘엔지(LNG·액화석유가스)에 의존해선 안 된다. 집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 심지어 열에너지까지 전기에서 얻어야 한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 연구원은 “전 사회의 ‘전기화’로 가려면 현재 추정으로 현 생산 전력량의 2.55배가 필요하다”며 “그 필요량의 절대다수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60%로 확보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 이상으로 하려면 좀 더 강화된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에너지 계획에 따르면, 석탄발전은 당장 탄소중립 시점으로 지정한 2050년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2050년에 넷제로 상태가 되려면, 이미 그 시점보다 훨씬 앞서 탈석탄이 마무리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시점을 2030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마련 중인 권고안조차 탈석탄 완성 시점을 2050년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기반 산업 종사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는 입지 선정과 관련해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대응 필요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자신이 경유차를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른바 ‘공정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후퇴 시나리오가 섬세하게 마련되지 않았을 때 전환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라. 주유업계, 내연기관업계, 석탄발전업계 등은 업종별, 노동자별, 연령별, 지역별 전환 계획을 짜야 한다”며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재교육·재취업 지원비용 추산 작업도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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