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위대한 대자연의 순환

그린기자단 정이준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1-01 17: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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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를 만나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아마 붉게 물든 단풍이 아닐까 싶다.


단풍이 붉게 물들 즈음 먼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들의 몸도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10월 19일이었다. 강릉에 위치한 연곡천에 연어를 만나러 갔다. 연어들은 힘찬 몸부림으로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안도현 시인의 『연어』를 보면 '거슬러 오르는 것은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아 간다는 거야. 꿈이라던가, 희망이라던가' 라는 구절이 있다.
연어들은 산란 후 죽을 운명인데도 왜 거슬러 오를까. 자신의 희생으로 자신의 자손들을 키워낼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까. 자연의 위대함, 신비함, 장엄함. 연어를 보면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연어들의 이야기를 다뤄 볼 것이다.

▲ 알을 낳으러 돌아온 연곡천의 연어. 직접 촬영


연어란 무엇인가
연어속(Oncorhynchus)에는 총 9종이 존재한다. 북태평양 연어 7종, 대서양 연어 2종이다. 그중에서 한반도에 자연 분포하는 종은 총 6종으로, 북한수역에 6종, 남한수역에 2종이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 '연어' 라고 얘기하는 것은 'Oncorhynchus keta', 해외 명칭은 '첨 연어(chum salmon)'이다. 'Oncorhynchus'라는 속명은 갈고리모양(Oncos) 코(rhynchus)를 뜻한다. 산란기 수컷 연어의 굽은 주둥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한다. 그리고 다른 한종은 시마연어(O. masou, 산천어 혹은 송어)로서, 바다로 내려가면 시마연어(송어)가 되고 강에 남으면 산천어가 된다. 연어들은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고 다시 강으로 돌아온다. 일반적인 물고기들의 일생과는 사뭇 다르다.
 

▲ 바다에서 생활할때의 연어. 전형적인 물고기의 외형이다. 사진제공
http://www.salmonfishingnow.com/chum-salmon-biology/

 

연어, 위대한 대자연의 순환
연어의 산란기는 9월 말에서 11월 말까지이다. 광활한 바닷속의 수많은 위협에서 살아남은 연어들은 많지 않다. 같은 시기에 태어나 바다로 나간 연어들 중 살아 돌아오는 연어들은 많아야 3% 남짓이다. 산란을 위해 머나먼 북태평양에서 돌아온 연어들은 강 하구에서 민물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치며 산란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적응 기간을 거치면서 연어들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먼저, 은색의 몸 빛깔이 녹갈색으로 변하며, 붉은색의 무늬를 띄게 된다.  

▲ 산란을 위해 외형이 바뀐 연어들. 위: 수컷 연어, 아래: 암컷 연어. 직접 촬영


이 붉은 무늬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이 색소는 단풍잎을 붉게 만드는 색소와 같다. 수컷의 무늬가 암컷보다 더 붉은데, 그 이유는 암컷은 카로티노이드를 알을 붉게 만드는데에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형도 달라진다. 수컷들은 경쟁자들과 싸우기 위해 턱이 구부러지고, 이빨이 발달하며, 체고가 높아진다. 또한 암컷들은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다.
 

▲ 위: 수컷 연어의 머리, 아래: 암컷 연어의 머리. 직접 촬영


"강물은 아래로 흐르면서 자신의 물살과 체온을 연어들에게 가르친단다. 그리고 길을 가르쳐주지. 강을 거슬러 올라야 하는 이유를 말이야." - 안도현, 『연어』 中.

적응기간을 마친 연어들은 강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연어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산란 과정 중 배설물이 나오게 되면 수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라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지느러미가 찢기고, 몸통에 상처가 생긴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상류를 향한다. 온몸이 찢겨나가 붉은 비늘은 온데간데없고 하얀 살이 드러나 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상류로 올라가다 죽는 연어들도 꽤 많다. 우여곡절 끝에 상류로 올라간 연어들은 물의 흐름이 느리고 비교적 맑은 곳에 꼬리로 땅을 파 산란장을 만든다. 암컷이 산란장을 만들면, 수컷은 주변을 경계한다. 산란장이 다 만들어지면 산란을 하고, 마지막 힘을 다해 꼬리로 알을 덮어 보호한다. 그리고 주변을 맴돌다 얼마 후 생을 마감한다.
 

▲ 산란 후 죽은 연어들. 직접 촬영



그런데, 연어들은 왜 이렇게 힘든 고생을 하며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바다는 넓고, 먹을 것이 많다. 하지만 그만큼 천적도 많다. 민물은 좁고, 먹을 것이 적지만 천적이 적어 안전하다. 부화할 자손들의 생존율을 높여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 탁광일 교수가 쓴 책의 제목이자, 연어의 삶을 가장 잘 요약한 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죽은 연어는 숲과 수서생물들을 먹여 살린다. 연어가 회귀하는 하천 근처의 나무들은 더욱 크게 성장한다고 한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은 냉수성인 연어가 살기 좋도록 강의 수온을 차갑게 유지해준다. 나뭇잎과 나뭇가지는 어린 연어의 은신처가 됨과 동시에 작은 수서생물들의 먹이가 되고, 이 작은 수서생물들은 곧 태어날 어린 연어들의 먹잇감이 된다.
 

▲ 민물에서 생활중인 어린 연어. 사진제공: 본인


어린 연어들은 약 두 달간의 부화 기간을 거쳐 늦겨울에 부화하고, 난황에 의존하여 한 달가량 둥지에서 머무른다. 헤엄치는 능력을 갖추게 된 연어들은 숲과 강을 부모 삼아 자란다. 3~5월경 몸길이가 3cm가량일 때 무리 지어 바다로 내려가 연안에서 생활하고, 7cm 이상이 되면 해류를 타고 먼 바다로 이동을 시작한다. 그렇게 바다로 나간 연어들은 오호츠크해를 지나 북태평양과 베링해, 알레스카만을 왔다 갔다 하며 몸집을 키운다.
 

▲ 연어의 이동 경로를 나타낸 자료. 사진출처:http://ecotopia.hani.co.kr/313628


그렇게 2~5년간 먼 바다에서 성장한 연어들은 때가 되면 고향으로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연어가 먼 바다에서 길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후각과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다고 한다. 먼저, 지구 자기장으로 고향으로 가는 방향을 알아내서 이동을 시작한다. 자신이 태어난 모천(母川)에 가까워져 오면, 후각을 통해 고향의 물 냄새를 맡아 고향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낸다. 이렇게 돌아온 연어들은 산란 후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강과 숲에 후손들을 맡긴 채 숨을 거둔다. 그리고 강과 숲은 또다시 어린 연어들을 키워준다. 그렇게 돕고 도우며 생명은 순환한다. 위대한 대자연의 대순환. 그 앞에선 경이롭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연어는 알을 지킬 필요가 없지만, 우리의 죽음이 새끼들을 키울 거야. 틀림없이 강이 알들을 지켜줄 거라고 믿어." - 안도현, 『연어』 中.


위기에 처한 연어
환경이 파괴되며 귀향에 성공하는 연어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농업용수를 위해 설치해놓은 보는 연어를 포함한 회유성 어종들에게 큰 장애물이 된다. 2년 전이였다. 고성 북천에 연어를 보러갔던 적이 있었다. 하류에서부터 약 2.5km 떨어진 지점, 보가 연어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수십 마리의 연어들은 보 아래에 모여있었다. 연이어 뛰어오르기를 시도해보지만, 보 아래의 수심이 너무 얕아 제대로 된 도약을 할 수 없었다. 온몸이 쓸려 하얀 살갗이 드러나 있었다. 어도가 존재했지만, 물이 흐르지 않아 소용이 없었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죽어가는 연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주변에는 연어의 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상류로 올라가지 못 해 주변에 산란을 한 것 같았다.
 

▲ 보 아래에서 연거푸 뛰어오르던 연어. 온몸이 상처로 가득하다. 직접 촬영


보 뿐만이 아니다. 골재 채취, 벌목 등으로 물이 오염되고 산란장소가 줄어들며 연어들은 갈수록 서식지를 잃고 있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인공부화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어의 인공부화가 진행 중이다. 올라오는 연어를 잡아 인공수정을 한 후 키워서 방류해 생존율을 올리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양양의 연어연구소에서 방류사업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을 보고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연어가 회귀하는 길목은 커다란 그물로 막혀 있다. 그리고 그 그물은 연구소의 입구로 연결된다. 길을 찾던 연어들은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온 연어는 사람의 손에 잡혀 컨베이어 벨트에 던져진다. 끌려 올라간 연어들은 각목에 뒤통수를 맞아 죽는다. 그리고 암컷의 배를 갈라 알을 꺼내고, 수컷의 배를 쥐어짜 정액을 뿌린다. 한 번에 죽지 않고 의식이 남아 버둥버둥 거리는데도 배를 갈라 알을 꺼내는 그 장면이 잊히지가 않는다. 알과 정액을 뽑아낸 연어들은 바구니에 짐짝처럼 던져진다.

▲ 양양 연어연구소 안으로 들어온 연어들. 직접 촬영


물론 인공수정이 자연 산란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양의 연어 회귀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많게는 7%까지 돌아오는 미국과 캐나다에 비하면 한참 적은 수치다. 인공수정 후 방류를 하기 이전에 연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보를 허물거나 어도를 설치하고, 골재채취나 벌목 등의 파괴 원인을 차단해 자연서식지를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인공적인 방류는 연어를 키우는 숲과 숲을 만드는 연어의 순환고리가 이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인공증식을 해서 수를 늘려도 정작 자연에 산란할 곳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도대체 왜 인공방류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방류한 연어가 정착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끊어진 연어와 숲의 순환고리를 되살리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소의 그물망을 운 좋게 피한 연어들에겐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양양에서는 매해 연어축제를 한다. 산란하러 올라온 연어들을 또다시 그물로 축제장 안으로 유인한다. 잡힌 연어들은 맨손잡이 체험의 대상이 되어 잡히고, 요리된다. 과연 이것이 축제일까? 인간 입장에서는 축제일지 몰라도, 연어의 입장에서는 비극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올해 여름, 죽이고 먹는 동물축제에 반대하는 '동물축제 반대축제'(동축반축)가 일어난 적도 있었다. 간디는 말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 할 수 있다'라고. 연어축제는 연어를 그저 먹는 대상으로만 본다. 그저 연어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해주고 잡아먹을 뿐이다. 아이들이 대체 무엇을 배우겠는가?

이전 기사 '물속의 친구들' 에서도 누누이 말했었다. 먹는 동물, 하등한 동물이라는 인식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물고기들의 미래는 없다고.
연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연어를 관찰하고, 연어와 숲의 순환에 대해서 배우고, 연어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축제를 여는 것이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할 것이다. 이런 축제는 정녕 열릴 수가 없는 것인가?

오늘도 연어는 올라간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안도현, 『연어』 中.

연어들은 그저 강물이 가르쳐주는 길을 따라 오늘도 묵묵히 상류로 향한다. 연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머나먼 바다에서 돌아오는 자연의 신비. 종족의 번식을 위한 숭고한 희생. 그 희생 속에서 위대한 자연의 대순환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여정이, 위대한 순환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기를. 끊어져 가는 고리가 다시 이어질 수 있기를 빌어본다.

▲ 한 무리의 연어. 직접 촬영


연어와 숲의 순환고리가 완전히 살아나는 날을 꿈꾸며. 연어, 위대한 대자연의 순환 마침.

[그린기자단 정이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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