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 ‘호롱이’의 죽음이 동물복지에 봄바람을 일으키길

그린기자단 임효경, 한림대학교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0-02 17: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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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재난 문자 “[대전광역시청] 금일 17: 10분경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1마리 탈출 보문산 일원 주민 외출 자제 및 퇴근길 주의 바랍니다.”를 시작으로 지난 9월 말부터 동물원의 존폐 논란이 끝없이 이어졌고 동물원의 동물복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9월 18일 퓨마의 탈출과 사살, 박제 논란 속에서 퓨마 ‘호롱이’에게 수많은 동정과 애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드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뛰놀지도 못한 채 탈출 몇 시간 만에 사살된 퓨마의 삶이 단순히 슬프다. 불쌍하다. 라는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은 또 다른 동물이 똑같은 일을 당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퓨마가 탈출하게 된 원인과 그 원인이 있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동물원 측의 생포 주장에도 퓨마의 사살을 결정한 소방당국 경찰이 그 순간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퓨마의 희생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말 뿐인 동정과 애도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우리나라 자생동물이 아니었던 대형 포유류 퓨마는 사람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였고 그에 재난 문자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 끝없는 뉴스 기삿거리를 만들어냈다. 작고 보호받지 못한 동물의 동물원 탈출 결과가 알려지지도 않은 채 사살로 이어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대형 포유류로서 동물원의 동물복지 문제에 대한 사람들 관심의 시발점이 되어준 퓨마 ‘호롱이’에 애도를 표하며 동물원, 동물카페, 동물테마파크 등 동물을 이용한 사업에서 모든 동물이 평등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동물원의 사건·사고는 인간에 의한 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동물에 의한 인간의 피해도 포함된다. 지난 4월 맹수관 출입 시, 이인 일조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로 사육장 청소 중 흑표범에게 목을 물린 김해의 한 동물원의 사육사. 이 동물원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세 명의 사육사가 목숨을 잃었으며 실내에 맹수를 전시하고 맹수 먹이 주기 체험을 하는 등 동물원의 운영 면에서 안타까운 점이 많다. 위험한 맹수사의 경우 사육사의 안전을 위한 교육은 확실하고 반복적으로 행해져야만 한다. 홀로 사육장 청소에 들어간 사육사의 경우 교육에서의 문제 혹은 사육사 인원 부족이 원인이었다면 동물원 측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겠다. 맹수 이외에도 고래류의 사육사 공격도 이따금 발생하고는 하는데 이러한 경우 좁은 공간에서 자유롭지 못한 동물의 스트레스에 의한 공격 또는 사육사와의 관계에서의 문제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인간에 의한 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동물에 의한 인간의 피해도 그 원인이 온전히 동물에게만 있지 않다는 점. 동물원 측의 운영, 관리 등의 문제들이 모여 동물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동물원뿐만 아니라 동물카페, 동물 테마파크 또한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동물원법과 동물보호법, 야생생물법에 적용되지 않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어쩌면 동물원보다 규제가 더욱 시급하다. 한 구청 담당자의 “현행법상 동물 학대에 관한 규정이 미비”, “어떤 행위를 동물 학대로 볼 것인지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고, 동물 학대가 확연하다고 판단해도 경찰에 고발조치 하는 것 외에 행정적으로 규제할 방법 없다.” 는 말처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라쿤, 미어캣, 프레리도그 등의 야생동물 카페가 사람들의 삶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일차적 문제로는 사람과의 접촉에서 동물이 받을 스트레스, 제한된 생활공간과 자연환경으로 건강상의 문제, 사람에 적대적인 야생동물의 습성에 따른 사람의 피해와 동물 학대가 있을 것이다. 이차적인 문제로는 운영과 관리, 경제적인 문제로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개인 가정집으로 분양하거나 단순 유기해버리는 것이 있겠다.


 필자가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있을 때 한 지역 주민이 방치되어 있던 라쿤을 신고한 적이 있었다. 라쿤은 미국 너구리로서 우리나라 자생동물이 아니다. 특히 급격하게 인위적으로 늘어난 개체 수의 문제로 외래 야생동물 유해 종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야생동물을 구조, 치료하는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설립 목적과 맞지 않아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계속 머무를 수도, 외래종을 야생으로 방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라쿤은 보내질 동물원이 정해지기까지 구조센터에 머물게 되었고 현재는 서울대공원 야행관에서 적응 중이다. 미국 너구리인 라쿤이 왜, 어떻게 야생동물구조센터까지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 지역주민의 신고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잠시 머무는 라쿤


 일본 도쿄에는 20종이 넘는 올빼미 33마리를 보유한 이색 조류 카페가 있다. 일본 올빼미 카페 측의 “올빼미가 사람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점점 낮과 밤이 바뀐다.” 한 종업원의 “올빼미는 원래 야행성 동물이지만 카페 올빼미들은 아침 오픈 시간에 맞춰서 잠에서 깨고 문을 닫고 밤이 되면 자면서 휴식을 취해요.”라는 인터뷰와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실내에서 두 발이 묶인 채 무기력해 보이는 올빼미가 눈에 들어왔다. 이색카페에 대한 호기심보다 장시간 횃대에 앉아 있는 새들의 발바닥 건강 상태와 영양 상태, 자유비행시간이 주어지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앞섰다. 일본의 올빼미 카페가 있다면 우리나라 제주시에는 조류를 테마로한 “화조원”이 있다.


사진2. “화조원”의 벵갈수리부엉이 체험이 한창인 관람객 (출처: 글쓴이)
사진3. “화조원”의 가면올빼미 (출처: 글쓴이)
사진4. 성기를 물어뜯는 정형행동을 하는 “화조원“ 코아티 (출처: 글쓴이)
사진5. “화조원”의 새들을 위한 공터 잔디밭 (출처: 글쓴이)


일본과는 달리 야외에 있으며 하루에 두어 번 새들에게 산책, 비행시간이 주어진다는 점과 새들을 위해 따로 제법 크기 있는 공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체험형 동물 사업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은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그럼에도 새의 다리를 속박하는 밧줄의 길이가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관람객 유치를 위한 먹이 주기, 사진 찍기 프로그램으로 하루에도 수많은 관람객의 손을 거치고 카메라 셔터 소리에 새들이 받게 될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역시나 어떠한 보호의 굴레에도 속하지 않은 동물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동물원처럼 좁은 공간에 오래도록 갇혀 있는 동물에게서 발생하는 일정한 동작의 반복적인 행동, 즉 정형 행동을 수 분 동안 반복했던 코아티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방사장의 크기는 한눈에 보아도 턱없이 작았고 단순 관람이 목적이었기에 관람객의 시선을 잡지 못한다는 점에서 방치되어 있었으며 자신의 성기를 물어뜯고 같은 자리를 멍하니 맴도는 정형 행동을 보였다. 체험형 동물사업에서 ‘동물과 인간이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시간과 프로그램 운영 횟수를 제한’하고 ‘관계자의 항시 동행으로 비상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는 것, ‘동물의 치료를 위한 치료시설과 수의사의 충분한 배치’, ‘관계자와 관람객으로부터 받게 될 학대에 대한 신고의 강력한 처벌’과 ‘사업장 폐장 시 증빙되어야 하는 동물에 대한 향후 계획’이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지금의 체험형 동물사업처럼 동물이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이용가치가 다했을 때 쉽게 버려지는 행위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충청남도 서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의 경우 국가기관에서 운영되는 생태시설에 걸맞게 자연 친화적이며 종 특이적 환경이 고려된 동, 식물을 위한 시설이다. 특히나 국립생태원 에코케어센터 외부의 ‘영장류 야외 방사장’은 동물원의 동물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동물에게는 갇힌다는 느낌을 주고 관람객에게는 불쌍하다는 느낌을 주는 방사장의 철장이 아닌 ‘물’이라는 요소를 사용해 동물의 탈출을 자연스레 방지하는 모습은 마치 방사장에 사는 원숭이가 아닌, 실제 자연에서 마주한 원숭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한 동물의 행동반경을 고려하지 못한 다른 동물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방사장 크기와 나무, 나뭇가지, 밧줄을 이용한 환경 조성은 동물복지와 관련해 꾸준한 노력과 연구가 행해진 결과일 것이다. 사람들과의 거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원숭이가 받게 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인간에 의해 행동을 제한받지 않는 국립생태원의 에코케어센터는 동물원의 동물복지를 고려한 제도와 법률의 제정에서 이정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국립 생태원 에코케어센터 외부 ‘영장류 야외 방사장'

 

동물의 행동반경을 고려한 넓은 방사장, 철장 없는 자연 친환경적인 우리를 갖추기 위한 동물원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적은 예산이다. 동물복지가 낮은 수준의 동물원이 곧 동물원 관계자가 동물을 위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산 부족이 부지 부족, 사료 부족의 문제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복지 없는 동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대형 동물원 서울동물원, 에버랜드, 어린이대공원이 아닌 지방의 작은 개인 동물원의 경우 관람객 수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당장 동물에게 사료도 공급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예산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국립동물원의 경우 공무원의 순환구조도 문제가 된다. 동물을 위하는 마음의 수의사, 사육사가 수년의 경험과 노력으로 동물원장이 되는 것이 아닌, 단순 공무원 순환구조의 동물원장은 동물원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방사장의 면적 보수가 왜 필요한지 수의사, 사육사의 인력부족 심각성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코끼리와 같은 동물은 다른 동물의 치료와는 달리 전문적인 수의사가 필요하지만 동물 종마다 수의사 배치는 예산이라는 현실 문제로 인해 불가능하다. 예산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관람객도 중요하지만 입장료 인상 같은 방법도 있다.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한 먹이 주기, 사진 찍기, 만지기 프로그램으로 동물을 인간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 동물을 이용한 산업의 주인공이자 희생자인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예산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동물원과 동물카페를 규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제도 없이는 불가능하다. 2016년 5월 19대 국회에서 통과되고 2017년 5월부터 시행되었으며 2018년 6월 일부 개정되어 2018년 12월부터 시행될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 등록에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휴원 폐원 시 동물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며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등 동물원을 국가 관리 범주에 포함해 관리하고자 하는 법률이다. 동물원수족관법의 이전까지는 동물원을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에서 법률의 시행은 동물을 위한 좋은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 동물원수족관법률 일부


 “이 법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등록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원 및 수족관에 있는 야생생물 등을 보전·연구하고 그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며 생물 다양성 보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동물원수족관법 제1조(목적)에 해당되는 법률이다. 이 법의 목적에서 동물 복지에 해당되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야생동물의 보전, 연구, 생물 다양성을 목적으로 한 이 법률은 동물을 인간에게 맞추는 행정적 관리 위주의 법률이지 동물복지 자체만을 위한 법률이 아니다. 이 점은 정부, 시민단체, 개개인의 국민이 인식과 행동으로 동물복지의 미래를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원수족관법의 제정과 개정 자체는 동물복지에 한 걸음 다가간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동물원수족관법의 개정에 동물복지를 포함시키기 위해선 동물보호단체만의 노력으론 불가능하다. 국민 모두의 꾸준한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하다. 시민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동물원의 동물을 단순 구경거리가 아닌 한 생명체로 보고 우리 안에서 갇혀 사는 그들의 삶을 안타까워하고 공감할 줄 안다. 대전동물원 퓨마’호롱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한바탕 일어난 동물복지에 대한 이슈가 그저 스쳐 가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물원은 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말이 있다. 우리 인간도 사람이기 이전에 동물원의 그들과 같은 동물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린기자단 임효경, 한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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