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빠진 ‘환경’에서 인간이 포함된 ‘생태’로!

그린기자단 이정인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0-02 17: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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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는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생물이 각각 처해 있는 환경조건에 따라 알맞게 적응해 있는 상태. 생물은 집단 내의 개체 간의 상호관계뿐만 아니라 토양환경, 대기조성, 기상 등의 외적인 자연환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기 종족을 유지해가고 있는데, 이들 관계에서 이루어진 동식물 집단의 생활 상태를 생태라고 한다.

생태학자, 생태공원 같이 ‘생태’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생물이 환경조건에 알맞게 적응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은 ‘생태’적인 가치를 잘 실현하고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했다.

국립생태원의 정문 매표소로 들어가 조금 걷다보면 사슴생태원이 나온다. 산양, 고라니, 노루가 있는 이곳은 무릎까지 오는 풀이 깔려있고, 울긋불긋한 지형이면서 나무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넓었다. 몇몇 숨어있는 동물들을 찾는 재미도 있었는데,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서 정자에서 쉬거나 멀리 숨어서 지켜보는 동물들의 세세한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 사슴생태원


무언가 달랐다. 어렸을 때 갔던 동물원은 꽤 많은 곳이 시멘트나 흙으로 된 바닥에 비좁아 보이는 공간이고, 걷거나 버스를 타며 가까이서 동물들을 지켜본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는 그들이 사는 모습을 우리가 훔쳐보는 것 같았다.

전시관인 에코리움까지 가는 길도 평범하지 않았다. 곳곳에 있는 연못과 수풀 사이에서 걸으니 기분도 상쾌했고, 자연을 타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연 속에 흠뻑 들어가 있음을 느끼게 했다. 에코리움 앞의 둠벙에서도 거대한 빅토리아 수련을 비롯한 여러 수생식물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 에코리움 가는길

 

▲ 에코리움 둠벙


그리고 에코리움의 온대관과 연결된 에코케어센터로 향했다. 맹금류 방사장에서 뜨거운 햇볕을 피하려 그늘로 온 독수리, 열심히 털을 고르는 회색앵무, 지난 2016년 밀수업자에 의해 태국에서 밀반입되다가 인천공항에서 적발되어 이곳에서 보호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국제거래 협약 (CITES)’ 부속서 ‘Ⅱ종’에 해당하는 비단원숭이도 있었다.  

▲ 독수리
▲ 비단원숭이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건 흰손긴팔원숭이들이었다. 실내에 설치된 구조물을 신나게 타고 있었는데, 사람의 시선이 무서웠는지 두 마리가 작은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센터 안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는데 야외 방사장에서 두 마리의 흰손긴팔원숭이를 발견했다. 올라가면 무게 때문에 기울어지는 장대에서 둘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놀고, 잔디에서 서로 뒹굴고, 밧줄도 탄다. 그러다 중간에 힘들면 둘이 붙어 앉아 쉰다. 그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봤다.

▲ 영장류 야외 방사장


원숭이들이 뛰놀던 ‘영장류 야외 방사장’을 비롯한 국립생태원의 다양한 장소들은 진정 ‘생태’가 무엇인지 일깨워 주었다. 관람객의 시선에 중심을 둔 환경이 아닌, 그 생물이 원래 살던 환경에 초점을 두고, 노력하고 고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생물이 살던 서식지에 그대로 두고 살게 하는 것이 생물입장에서는 가장 좋을 것이고, 생태원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 그대로를 모방할 수는 없다. 자연적 행동권(생물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지역)은 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엄청나게 넓고, 그 면적 안에서도 수많은 생물들이 상호작용하며 생태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와 자유를 누릴 수 없는 낯선 환경에서 기르는 행위 자체가 생물들에게 독이 된다. 먹이를 찾거나, 사회적 위계질서를 형성하는 등의 자연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서식지를 복원하자. 그리고 더 이상 아이들에게 ‘생물’ 그 대상을 보여주지 말자, 여러 동식물이 어우러져 있는 그 생태계를 보여주자.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관찰하고, 생태계 속에서 쓸모없는 생물은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자. 그게 인간, 더 나아가 생태를 지키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

어린 시절에 사파리 월드에서 볼 수 있는 동물 명단에 라이거(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 사이에서 태어난 종)가 있어서 설레는 마음에 버스를 탔다. 거기서도 세계적으로 희귀한 종이라면서 엄청나게 광고를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생물에 귀천이 존재할까? 희귀한 생물을 사육한다고 해서 더 좋은 동물원일까? 물론 생물다양성과 종보존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생물을 소중히 여기는 건 괜찮다. 하지만, 희귀할수록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 생물의 서식지를 최대한 비슷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그린기자단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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