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김자겸 K-water 해외사업 PM
온라인팀 eco@ecomedia.co.kr | 2015-06-10 16:43:41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얼마 전에 경제신문 1면 기사 중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미국 시카고시의 신용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주요 원인은 일리노이주 주대법원 재판정이 시카고시 공무원연금개혁법에 대한 판정에서 제소자이자 수혜자인 공무원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바로 정크본드 수준인 Ba1으로 강등시켰다. 결과적으로 현재 시 재정적자의 1/3에 해당하는 공무원연금 적자의 규모를 줄일 방법은 없어졌고, 남은 것은 언제 시가 파산하는지 지켜보는 것만 남았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도시인 시카고시가 망한다는 것도 이상하고, 뻔히 보이는 사태를 이 지경이 되도록 가게 내버려 두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연금제도 개혁에 말이 많다.


핵심 쟁점은 미래세대에게 부담지울 부분에 대한 논란이다. 한편은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편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안정성이 위협받는 것은 용납 못한다는 입장으로 판단된다.


과연 이런 상황이 연금만의 문제일까.


다른 데를 돌아볼 것 없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물 산업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은가. 한마디로 말해 물 산업에도 상황은 비슷한데도 대책은 없다는 사실이 유사하다. 논란이 되는 연금은 문제점이라도 부각되지만, 물 산업의 주축인 상하수도서비스 부문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론조차도 되지 않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고,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과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문제이다. 

이게 남의 일인가
상하수도서비스 부문의 재정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그게 도대체 미래 세대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여기서 하나씩 짚어 보자. 우선 상하수도시설은 지상에 있는 정수장이나 하수처리장 말고는 대부분 지하에 매설돼 있다. 따라서 사람들 눈에 안 보인다. 안보이니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두 번째는 지상의 시설이나 지하에 매설된 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기능을 잃어간다는 자연의 기본법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바꾸든지 아니면 보수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기능을 다하고, 바꾸거나 보수하는데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자료가 안 보인다. 아마 필자가 눈이 어두운 탓이거니 생각한다.


그래도 미국의 경우에는 2009년에 환경청(USEPA)이 발표한 자료가 있다. USEPA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20년간 노후 상하수도시설에 투자해야 할 금액은 상수부문에 384억 달러, 그리고 하수부문에 298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약 75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다. 문제는 미국정부도 발표만 해놓고 예산 투입은 미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회복에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아직 상하수도부문까지는 혜택을 못 보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형편일까?


아직 자료는 찾지 못해서 미국 사례를 가지고 추론해 본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지 꽤 됐으니 서비스 수준은 유사하다고 보고, 2014년 물 산업 매출 규모를 비교하면 우리가(9억9000만 달러, GWI) 미국의(108억4000만 달러, GWI) 약 9%에 해당하니까 약 68조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2015년 국가예산의 18%이고, 20년간 투입한다면 매년 약 3조4000억 원이라는 금액을 상하수도시설 개선에만 투입하여야 한다. 2015년 상하수도부문 예산이 약 4조4000억 원에 불과한 현실을 비추어볼 때 매우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상하수도 인프라에 적절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어떻게 대충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제 시기에 적절한 교체나 개선을 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발생한다.


싱크홀로 인한 재산과 인명 피해, 수시로 끊기는 수도로 인한 제조업의 손실과 생활상 불편, 비위생적이고 냄새나는 수돗물로 인한 국민 건강에 대한 위협과 수반되는 비용, 비가 조금만 세게 와도 넘치는 하수도로 인한 교통손실과 관련 구조물의 파손, 하천과 인근 해역의 오염으로 인한 수산자원의 감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 예상된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알고 있어도 예산이 없다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카고시의 경우에도 세입과 세출을 비교하면 파산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이해가 달린 문제는 스스로 눈을 가리고 앞을 보지 않으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국가도 예산이 부족해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하고, 사업자도 재정능력이 부족해 대비 못한다면 결국은 우리의 후손들이 이런 부담을 떠맡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지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의 사태들이 국가의 잠재경쟁력을 갉아먹기 때문에 금액으로 산출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즉 현 세대의 이기심으로 인해 미래 세대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연금구조와 너무나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누가 뭐래도 우리 아이들인데…
국가가 해결하기 힘들다면 우리는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즉 국가의 책무라고 책임을 미루면서 망가지는 시설을 방기해도 괜찮은가 하는 문제이다. 만약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바로 시설의 생명 유지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활동은 가지고 있는 시설의 현황을 파악하는 자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이다. 시설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언제, 어떤 종류의 투자가 이루어질지 알기 때문이다.


△ 김 자 겸
    K-water 해외사업PM
두 번째는 평가된 자산에 대하여 경제적인 재투자계획을 만들고, 세 번째로는 계획을 바탕으로 적절한 분담금의 산정과 적립계획의 수립이다. 지금의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하여 일부를 떠맡아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간의 책임 분담 비율이다. 각 세대는 자신과 미래의 세대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비율이 필요하다.

 


따라서 분담 비율은 연금개혁과 마찬가지로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고민 속에는 현재의 세대가 우리의 아이들이나 후손들에게 주는 배려가 포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언제까지나 모자라는 예산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 보자.

[환경미디어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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