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 청신호...숲도 푸르게 할 수 있을까?

그린기자단 김현구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8-07 16: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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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호전되었다. 그에 따라 도로, 철도, 산림 등 각종 분야의 회담이 급물살을 타며 차례로 이루어졌고, 온 국민이 고대하던 이산가족 상봉까지 확정되었다. 오는 8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은 2015년 이후 3년만이다. 단 100명에게 주어지는 기회에 5만7000여명이 신청하여 5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족상쟁의 결과 생이별한 가족을 보기 위해 또다시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비공식적으로 부자상봉을 이룬 조금 특별한 이산가족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동물학의 거목 원홍구-원병오
먼저 원홍구(1888~1970)은 조선을 대표하는 생물학자이다. 특히 조류학자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나비학자 석주명을 비롯한 그의 수많은 제자들은 후에 한반도 전역에서 활동했다. 후에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 교수를 거쳐 과학원 생물학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북한 생물학을 이끌었다. 북한의 김일성조차도 그를 매우 아껴 사망 후에 평양 애국열사릉에 안장되었다.
원병오(1929~)는 원홍구의 아들이다. 그는 6.25전쟁때 월남하여 경희대 교수가 되었다. 그 역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저명한 조류학자가 된 후였다. 원병오는 남한에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많은 생물학적 업적을 남겼다.
1963년 그는 철새의 이동경로 연구를 위해 북방쇠찌르레기를 비롯한 조류에 가락지(조류의 다리에 부착하는 인식표)를 끼워 날려보낸다. 1965년 원홍구는 평양에서 그 북방쇠찌르레기를 채집하고 가락지를 확인한다. 가락지에는 ‘JAPAN C7655’가 새겨져 있었다. 조류학자이기에 이 새가 일본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원홍구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국제조류보호회의에 문의한다. 사실 당시 남한은 인식표를 생산하지 못해 일본에서 가락지를 협조 받아 사용했다. 가락지를 받아간 사람이 남한의 원병오이며, 한자이름 또한 자신의 아들과 같다는 것을 확인한 원홍구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 원병오 박사가 북으로 날려보낸 찌르레기와 발목에 매단 인식표. 사진-조선중앙TV


이 소식은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의 생사만 확인할 뿐 끝내 철책선을 넘어 만나지는 못하였다. 다행히 외국학자들을 통해 안부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결국 원병오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2년 만에, 헤어지고는 47년 만에 아버지의 묘에 절을 올릴 수 있었다.

-비극을 뒤로하고 남북의 산림협업...새로운 시작
남북은 판문점 선언의 연장선으로 지난 4일 산림 협력 분과회담을 가졌다. 양묘장을 현대화하고, 임농복합경영과 사방 사업, 산불방지 및 공동대응과 같은 남북의 산림조성과 보호를 위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남북 접경지역에서 산림 병해충 동동 방제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지역보건과 생태계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남북 공동 방제작업은 남측이 북측에 꾸준히 제기한 사안이다. 북한에 서식하는 얼룩날게모기(Anopheles sinensis)가 휴전선을 넘어와 말라리아를 옮긴다. 또한 소나무 수액을 빨아 먹는 솔잎혹파리(Thecodiplosis japonensis) 등이 바람을 타고 남한지역을 넘나들면서 DMZ와 접경지역 생태계를 파괴한다. 솔잎혹파리가 감염시킨 소나무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2~3년 내로 고사한다.
남북을 통틀어 가장 가치 있는 산림자원이 DMZ(비무장지대)라는 것에 의혹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곳은 비무장지대 지정 후 65년간 인간으로부터 배제되어 그 속에서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동해안에서 태백산맥을 지나 서해안까지의 산과 계곡, 늪, 평야가 있으며, 동해로 흐르는 남강, 서해로 흐르는 북한강과 한탄강이 존재하는 이곳은 북방계생물과 남방계생물이 함께 서식하는 생물다양성 구조를 가진 유일한 천연보호구역 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대한민국 멸종위기야생생물종 267종 중 101종의 동, 식물 서식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DMZ의 가치를 인지한 대한민국 역대 정부는 지금까지 DMZ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2001년 남북공동으로 DMZ와 인근지역에 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하려 시도했지만 북측의 비협조로 무산되었다. 2010년에는 환경부가 DMZ일대를 백두대간, 동해, 서해, 남해 도서연안과 함께 '한반도 3대 핵심 생태축'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보전과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2013년엔 정부를 필두로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을 밝혔다.
단순히 생물 한 종을 보존하는 것은 멸종위기종이나 복원종 지정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훌륭한 국립공원이 필수적이다. 앞서 등장했던 원홍구 박사는 북한에서 많은 지역을 국가적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 선포하였다. 남한의 원병오 교수 또한 한라산 국립공원과 설악산 국립공원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필자가 우연한 기회에 입수한 원병오 교수의 소장 자료들만 보아도 국립공원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다.

 

▲ 원병오 교수가 소장했던 각종 국립공원 자료들 일부.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사진-본인
▲ 문서에 원병오 교수의 도장이 선명하다. 사진-본인


-우린 언제쯤 철책을 넘는 새가 될 수 있을까?
이번 판문점 선언 이전부터 북한은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 왔다. 북한은 올해 습지와 습지의 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 환경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평안남도 문덕 철새보호구와 함경북도 라선 철새보호구를 람사르 지역으로 지정했다. 올해 5월 16일엔 북한의 람사르 협약 가입을 기념해 평양에서 워크숍이 열렸다. 그 날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날이었다. 환경 문제를 정치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5월16일 평양에서 열린 람사르 습지의 보전과 관한 워크숍. 사진-새와 생명의 터


북한은 람사르 협약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환경 문제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접근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습지를 조사하는 영국 조류학자 나일 무어스는 북한의 국토환경보호성 사람들이 조류에 대해 배우는데 매우 관심이 있었다고 전한다. 65년이란 시간을 단숨에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쪽이 한걸음 다가서면 다른 한쪽은 한걸음 물러서는 이전과 달리, 남과 북이 지금과 같이 서로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간다면 서로의 간격은 빠르게 좁혀질 것이다.
몇 년 전 생전의 원홍구 박사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필자의 친할아버지와 놀랄 만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북방계 얼굴에 진한 눈썹을 가지고 푸근한 미소를 짓는 그 모습은 필자의 아버지조차도 할아버지와 닮았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황해도 출신으로 6.25당시 경상도로 피란을 오셨다. 그리고 원홍구 박사와 마찬가지로 새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명절에 내려가면 고향에서 꿩을 사냥하던 이야길 종종 해주시고, 마당엔 비둘기들을 키워 교배시켜 품종을 만들어내는 것을 즐기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병으로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인터넷으로 염주비둘기와 흑비둘기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북한에서 원홍구 박사를 기리며 발행한 우표. 사진-본인



여느 이산가족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도 꼭 고향을 다시 밟아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결국 이루지 못하였다. 남북 분단의 아픔에 떠오르는 노래가 하나 있다. 1988년 시인과 촌장이 부른 ‘가시나무’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옛날 켈트 신화에는 가시나무새라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등장한다. 그 새는 태어나서 단 한번만 우는 새이다. 알에서 깨어나서부터 새는 평생 동안 가장 뾰족하고 튼튼한 가시가 박힌 가시나무를 찾아다닌다. 마침내 그런 가시나무를 찾아내면 새는 그 가시에 돌진하여 자신의 심장을 찌른다. 그제야 가시나무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죽어간다. 한반도의 가슴은 이미 65년전 가시에 박히었다. 이제 목소리를 틔워 주는 것은 우리 세대의 몫이다.

[그린기자단 김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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