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백두대간 수목원 심포지엄에 다녀오다.

그린기자단 최준호, 충남대학교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7-11-29 16: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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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타고 봉화 근처에진입하자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이 우리를 맞이하였다. 높이 올라감에 따라,기압이 낮아지며 귀가 멍멍 해졌다. 그리고 작아진소리들 덕분에,창 밖에 보이는산들의 붉어짐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시골길을 따라줄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들은 신기하게도 왼쪽은 푸르렀고, 오른쪽 가로수들은 단풍이 들어있었다.규호형도 이를 알아 차리고,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여러 가설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하자, 은행나무들은 우리를 비웃듯이 서로의 색을 바꾸었다. 나무들의 개성일까, 아니면 그들도 마음이 있어 조금 더 늦게 물들기를 작정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꼬리를 문 질문들이 ‘이걸 알아 낸다고 돈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다다랐을 때,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은행나무가 가로수길이 끝이 나고,봉화에서도 꽤 시간이 지나서야 백두대간수목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이미 심포지엄은 시작됐었고, 우리들도 명찰을 받고 심포지엄이 진행되는 발표장으로 들어갔다.

 

이번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심포지엄은 핵심시설인 씨드볼트(Seed Vault)의 운용과,올해 개원한백두대간수목원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되었다. 수목원의씨드볼트는 자연재해나 폭발 등과 같은 지구 대재앙에 대비하여 인류에 필요한 식물유전자원을 영구 보전할 수 있는 시설로서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린다고 한다. 백두대간수목원의씨드볼트는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소이후 두 번째 씨드볼트이다. 스발바르씨드볼트가 작물종자보존을 목표로 하는 반면,백두대간수목원의씨드볼트는 야생산림식물종자의 보존을 목적으로한다.

 

두 씨드볼트는 기존에 운영되던 씨드뱅크(Seed BanK)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씨드뱅크는 종자가 마치 돈과 같이 경제적 또는 연구 목적에 따라서 상시 이용이 가능한 시설이지만, 씨드볼트의 경우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복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자를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시설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오전과 오후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전 세션에서는 백두대간수목원 역할을 주제로 진행되었고 오후 세션에서는 세계적으로 식물을 어떻게 보존할 것이냐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오전 세션에서는영국왕립식물원 Kew의 종자 보존 프로그램의 팀장인 Jonas Mueller와 ‘이든 프로젝트(Eden project)’의 교육분야 매니저인 Samantha Kendall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Jonas Muller는 Kew식물원의 밀레니엄 씨드뱅크(Kew’s Millennium Seed Bank, MSB)에 대해 소개하였다. 그는 MSB의 보존 절차와 기준이 높은 수준의 저장능력을 보장하며, MSB에는 4만 종의 식물 종자가 저장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MSB의 Data Warehouse라는 플랫폼을 통하여, GIS에 기반한 식물종자의 위치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러한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백두대간수목원과 또한 보다 효율적으로 전세계의 식물자원 보존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Samantha Kandall은 교육자선 단체인 ‘이든 프로젝트’의 배경과 목적에 대해 설명하였다. 또한 식물원,수목원,대학과 같은 기관들에게 이든 프로젝트에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접근법을 예로 보여주며, 백두대간수목원이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 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오후의 첫 세션의 첫번째발표자는 한국의 Alium속에 대해 연구하는 최혁재 연구원이 발표를 진행하였다. 그는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수십 가지의 Alium속의 식물들을 소개하며,형태적인 특징과 분포지역을 설명하였다. 또한 Alium속의 종들의 분포를 바탕으로 백두대간이 식물의 구계를 나누는 중요한 지형임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 연사인 Takashi Shiga는 식물원의 표본들 속의 씨앗들의 발아력을 시험하는 연구에 대해 발표하였다.

 

그는 그가 만든 기준에 따라 131종, 722개의 식물원 표본의 씨앗을 연구의 재료로 사용하였으며 그 중 84종(64.1%), 336개(46.5%)이 발아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는 이 연구결과가씨드볼트에서 채집이 어려운 희귀한 식물종자 수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마지막으로 백두대간수목원의 장정원 박사는 백두대간 수목원의 설립배경과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앞으로 백두대간수목원이 수행해 나갈 임무들과 다짐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국립수목원의 지원을 받아 식물자원조사가 진행되었던 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즈스칸에서의 연구와 각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식물자원보존 활동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카자흐스탄의 ShynarDagarova는 카자흐스탄의 야생식물종자은행에 대해설명하였고.BulkairMambetov는 Ile-Alatau주립국립공원의 종자들과 식물원에 대해 소개하였다.타지키스탄의 TaitianaNovikova는 국립수목원과 협력하여 진행된 Tian Shan 식물상의 연구결과에 대해 발표하였으며 키르기즈스탄의Elmira Kachibekova는 키르키즈스탄의 식물다양성 보존을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모든 세션의 발표가 끝난 후,모든 발표자에게 들어온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가졌다. 질문은 상대적으로 왕립 Kew식물원의 Jonas Muller에 집중되었다.그가 받은 질문으로는 열대종자와 같은 recalcitrance 종자들의 보존에 특별한 방법이 있느냐, 종자 보존을 위해 특수한 기계를 직접 만드는가,종자 세척 시 어떤 방법을 사용하냐’라는 질문들이 있었다.

 

이는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종자처리기법에 대한 궁금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나는‘식물이라는 분야를 다루는 예비전문가로서 그들이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토론의 중재자였던 한 교수님이 사용하신 ‘끊임없이’와 ‘포기하지않고’라는 추상적인 단어들은 뻔한 이야기였지만 결국에는 맞는 말이었다.그 단어들은 오늘 이곳에서 발표한 연사들이 가지는 공통점으로서 설명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두 연사의 발표가 인상 깊었다. 첫 번째 연사는 우리나라의 Alium속 식물에 대해 발표를 했던 최재혁 연구원이다. 이어서수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연구자의 입장에서, 최재혁 연구원의 연구성과를 보면서 그의 열정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 식물에 십년 이상 관심을 주며 연구한 그의 발표에서보았던 자신감과 자부심이 부러웠고 배우고 싶었다.

 

또 중앙아시아의 식물자원 조사를 하면서 단 하루 동안 그가 평생 보았던 우리나라 Alium속 식물보다 많은 수의 식물들을 찾고 허탈했다는 그의 발언은 그가 그 식물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주었다.또한 Takashi Shiga 교수가 발표한 ‘수목원 표본들의 종자 이용가능성’은연구소재의틀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어준 강연이었다. 희귀식물의 종자 채집이 힘들다는 점과,식물원의 오래된 표본의 종자들이 발아능을 가지고 있다는 가능성을 엮은주제선택과정은 연구 주제 선택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사람들은 요즘은 빅데이터 시대라고 이야기한다.이 시대에는 정보가 곧 석유이다. 이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AGTC로 이루어진 생물의 유전정보를 포함한다. 유전정보는 한 생물이 세대를 거치며 완성시켜온 고유의 생존법으로서, 종의 분화를 위해서는 보통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 놓은 유전자원들은 화장품,약품 같은 형태로 이용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증진 시키고 있다.

 

생물의 다양성은아직도 정확히 추산할 수 없다. 그 만큼연구하지 못한 생물들에게서 발견될 수 있는 잠재적인 데이터들은 충분히 보전되어야 할 근거를 가지고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핵전쟁과 같은 급격하고 광범위한 환경변화는생명의 데이터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삭제’ 시켜버릴 수도 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는우연히 호박 속에 갇힌 모기의 피를 이용하여 멸종된 공룡들을 재현시켰다.영화에서 ‘호박’이 모기속의‘데이터’를 보존하는 ‘금고’ 역할을 했던 것이다.


사람들은백두대간수목원의씨드볼트이 중앙아시아의지붕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 역시 이제 씨드볼트의 공공적 목적과 기능을 배웠기에 이 금고가 우리의 다양성을 유지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씨드볼트는 결국 보험에 지나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판도라의 상자와 같이, 이 금고가 열리는 순간이 온다는 것은 이미 자연은 스스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탄성력을 잃어버린 고무줄과 같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거대한 지붕은 생물의 다양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아닌, 최악을 상기시킬 상징성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현돼지 않을 미래를 위해서. 

[그린기자단 최준호, 충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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