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의 역습

박순주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1-30 16: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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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양으로도 우리 몸에 해로운 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

 

밀폐용기, 캔, 생수통, 영수증 용지, 비닐 등등 우리 실생활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널리 포함된 유독물질이다. 불임, 유방암, 성조숙증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스페놀A가 ‘비만’을 일으키는 물질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30대 여성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진다. 

 

비스페놀A가 지방세포 생성과 지질대사에 여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지방대사 및 인슐린 농도에 관여해 대사성 질환도 일으킨다고 알려진다.

실제 일회용 팩에 든 식품을 자주 섭취하거나 생수통의 물을 지속적으로 음용한 경우 소변에서 최대 약 1.5배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생수병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페트병에는 비스페놀A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비스페놀A’ 왜 위험할까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스페놀A가 들어있는 용기에 담겨진 일회용 식품을 구입했다면 바로 유리 용기에 옮기고, 캔에 들어있는 음식보다는 유리에 담긴 음식을 구입하고, 영수증 용지를 만졌다면 바로 손을 깨끗이 씻을 것을 권고한다. 

 

여름철 자동차 내부에 플라스틱 음료・캔 음료・비닐에 담긴 음식을 뒀다면 마시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비스페놀A는 1950년대부터 플라스틱제품 제조에 널리 사용돼 온 화학물질이다. 앞서 1891년 러시아 화학자 디아닌(A. P. Dianin)에 의해 처음 합성됐다.

현재에는 폴리카보네이트나 에폭시수지 같은 플라스틱 제조의 원료로 사용된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CD의 재료나 음식 용기로 사용되며 젖병에도 이용된다. 에폭시수지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레진이나 음료수 캔을 코팅하는 데 이용된다.

그렇다면 비스페놀A가 실제로 위험할까? 학계 등에 따르면 강력한 세제를 사용하거나 산성 또는 고온의 액체 속에 비스페놀A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넣으면 적은 양이 녹아 나올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온 비스페놀A는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1930년대에 난소가 없는 쥐에 비스페놀A를 주사한 실험을 통해 비스페놀A가 합성 에스트로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이후 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매우 낮은 농도에서 내분비계교란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따라서 인간에게도 정자 수의 감소나 여성화 같은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업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비스페놀A의 안전성에 대해서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제조업자들은 11여개의 안전한 연구결과를 내놓았으나 104여개에 걸친 독립적인 연구에서는 90% 이상 위험성이 나타났다고 한다.

아주 적은 양에서도 비스페놀A가 신경 발달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때문에 아직까지 비스페놀A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열지 비스페놀A 안전기준, 규제 無 


특히 최근 들어 감열지(Thermal paper) 사용 분야에서의 비스페놀A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종이영수증을 발급받거나 은행에서 순번대기표, 극장에서 티켓 등을 발급받게 된다.

이는 종이에 열을 가해 염료를 발색시키는 정보를 표기하는 방식의 감열지로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감열지에는 발색제‧현색제‧바인더 등이 사용되는데 현색제로 비스페놀A가 사용된다.

2018년 기준 국내의 경우 신용카드‧체크카드 결제를 통해 발급된 종이영수증은 129억장에 이르며, 영수증 발급 비용도 5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헌데 비스페놀A는 내분비계 독성을 가지고 있어 내분비계장애물질, 생식독성물질, 고위험우려물질 후보군 등으로 지정돼 있다. 또한 국내 감열지에서 유럽연합 기준의 최대 60배를 초과하는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실제 비스페놀A 함유량의 경우 국내에서는 0.06~1만2113㎍/g(유럽연합 기준 200㎍/g의 최대 60배), 해외에서는 2.93~4만2600㎍/g(유럽연합 기준의 최대 200배)의 분포로 조사된 바 있다.

문제는 해외에서는 비스페놀A 함유 감열지를 규제하기 시작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감열지에 대한 안전기준이나 규제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유럽연합은 올해 1월부터, 스위스는 6월부터 비스페놀A를 함유하고 있는 감열지를 시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시작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스페놀A를 ‘기존 화학물질’, ‘중점관리물질’, ‘유독물질’로 지정‧고시하고 있고, 젖병이나 합성수지에 적용되는 용출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감열지에 대해 안전기준이나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

성인 체내 비스페놀A 농도 지속 증가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비스페놀A는 젖병‧식기‧파이프 등에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캔‧병마개‧포장재 등의 코팅재로 쓰이는 ‘에폭시수지’, 종이영수증‧번호표 등의 ‘감열지’에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 하나로서 연간 680만톤이 상업적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유럽연합 내에서만 연간 100만톤 이상 생산‧수입되고 있는 물질이다.

또 우리나라 성인의 체내 비스페놀A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4일 발표한 환경부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스페놀A의 체내 농도는 제1기 0.75㎍/L, 제2기 1.09㎍/L, 제3기 1.18㎍/L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제1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2009~2011년) 이후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2015~2017년)까지 체내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화학물질은 VOCs 대사체(t, t-뮤콘산)와 비스페놀A 뿐이다.

그리고 많은 제조사들이 비스페놀A(BPA) 대체물질로 비스페놀S(BPS), 비스페놀F(BPF) 등을 사용하면서 ‘BPA-free’를 표시하고 있고 안전함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을 통해 비스페놀A 대체물질이 비스페놀A와 구조적으로 유사해 내분비계 독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감열지는 종이 위에 발색제, 현색제 등 열에 반응하는 물질을 미립화해 바인더와 함께 코팅돼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1960년대 미국의 NCR사가 처음 개발했다.

개발 초기에는 팩스용지로 사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카드영수증, 순번대기표, 스티커, 티켓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광업‧제조업자’에 따르면 국내 감열지 영수증 제조업체는 2017년 기준 22개소이며, 생산액은 617억3800만원에 달한다.
 


더욱이 감열지에 함유된 비스페놀A 농도는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1.6%, 해외의 경우 최대 4.2%까지 검출되고 있다. 

 

지난해 신창현 국회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다중이용업소에서 사용 중인 감열지의 비스페놀류 함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감열지의 비스페놀A가 0.06~1만2113㎍/g의 분포로 함유돼 있었다.

앞서 2017년 송옥주 국회의원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서울시 산하 기초단체에서 사용 중인 순번대기표, 영수증의 비스페놀류 함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스페놀A는 7218~1만6407㎍/g(유럽연합 기준의 최대 80배), 비스페놀S는 5089~9734㎍/g 수준으로 검출됐다.

2016년 송옥주 국회의원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정부 산하기관에서 사용 중인 감열지의 비스페놀류 함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스페놀A는 39~1만6469㎍/g(유럽연합 기준의 최대 80배), 비스페놀B는 3910㎍/g 수준으로 검출됐다.

비스페놀A 함유 감열지 유해성
여기서 우리는 비스페놀A를 함유한 감열지가 어떤 형태로 유해성을 발휘할까 궁금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화장품이나 피부 관리제품을 사용한 피부에 비스페놀A가 도포된 감열지를 접촉할 경우 비스페놀A가 피부에 흡수될 우려가 있다.

미국 의학도서관 생명공학기술정보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비스페놀A는 물에 거의 녹지 않지만, 아세트산‧벤젠‧에탄올 등에는 대체로 잘 녹는 친지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핸드크림이나 스킨‧로션, 립글로스 등 화장품이나 피부 관리제품에는 친지성 분자의 피부 침투를 촉진시키는 성분이 포함돼 있고, 비스페놀A는 이런 성분들에 쉽게 용출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화장품이나 피부 관리제품을 바른 손이나 입으로 비스페놀A가 도포된 감열지를 접촉할 경우, 비스페놀A가 피부에 흡수될 우려가 있다.

일례로 2014년 핸드크림을 바른 채 비스페놀A가 도포된 감열지를 만지는 해외 실험결과에서 감열지를 만진지 2초 만에 235㎍의 비스페놀A가 피부에서 묻어나고 45초 만에 581㎍이 묻어나며, 그 이후에는 피부에 흡수되는 양이 증가해 묻어나는 양이 감소하지만 4분 이후에도 425㎍이나 묻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2016년 국내에서 종이 영수증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대형마트 여성 계산원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그룹이 장갑을 착용한 그룹에 비해 체내 비스페놀A 농도가 2배 이상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식품안전청에 따르면 체내 비스페놀A에 대한 주요 노출원인은 1위가 음식물 섭취였고, 2위가 감열지 노출이었다. WHO는 비스페놀A를 내분비계장애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내분비계장애물질은 체내에서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해 미량으로도 내분비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을 일컬으며 소위 ‘환경호르몬’으로 불린다.

특히 임신 단계에서 산모가 내분비계장애물질에 노출될 경우 미량으로도 태아의 세포 분화과정 및 조직 발달과정에서 호르몬 작용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은 2017년부터 비스페놀A를 생식독성 1B등급으로 지정했고, 고위험우려물질 후보군으로 구분하고 있다. 고위험우려물질은 유럽연합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제도(REACH)’상 ‘등록 대상물질’로 지정되기 전 후보물질이다.

후보물질은 아직 등록 대상물질은 아니지만 등록 대상물질과 유사한 수준의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이며, 내분비계 교란성이나 지속성‧생축적성‧독성‧고지속성‧고생축적성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는 물질들이다.

유럽연합이 비스페놀A를 고위험우려물질 후보군으로 구분한 이유는 비스페놀A가 내분비계 독성을 가지고 있고 환경과 인간의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비스페놀A의 저용량 효과(ppb 혹은 ppt의 농도로도 화학적‧생리학적 효과를 나타내는 것)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고 논란이 있었지만, 2013년 450개 연구를 종합한 결과에서 저용량 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이외에도 유럽연합은 ‘분류 및 표지 규정’에서 비스페놀A를 생식독성 1B 등급, 안구 피해도 1등급, 피부 민감도 1등급, 1회 노출 특정표적장기독성 3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 비스페놀A 규제 한계
▲ 우리나라 비스페놀A 제품 규제 <자료=국회입법조사처>
그렇다면 비스페놀A에 대한 규제는 어떤 정도일까? 국내 비스페놀A 규제는 ‘물질 규제’와 ‘제품 규제’로 구분된다.

물질 규제로는 비스페놀A를 ‘기존 화학물질’, ‘중점관리물질’, ‘유독물질’로 지정‧고시하고, 등록의무, 물질 함유제품 신고, 취급기준 준수, 장외영향평가서 제출 등으로 규제하고 있으나 소비단계의 위해성 저감을 위한 조치로는 한계가 있다.

제품 규제로는 젖병 등에 비스페놀A 사용금지, 합성수지 용출기준이 마련돼 있으나 종이영수증과 관련된 규정이나 안전기준, 규제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행법상 비스페놀A가 함유된 제품에 대한 규제로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영‧유아용 기구 및 용기‧포장에서 비스페놀A 사용금지와 합성수지 용출기준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영수증에 대해서는 ‘발행’, ‘발급’, ‘수령’, ‘제출’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안전기준에는 종이영수증에 대한 기준이 없다.

또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조‧수입 등의 금지가 가능한 ‘안전 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에도 종이영수증을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반해 프랑스 식품안전산업보건청은 2014년 6월, 감열지에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할 것을 제안하는 규제 제안서를 유럽화학청에 제출했다.

그리고 유럽위원회가 프랑스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위해성을 줄이는 수단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해 2016년 12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제도’ ANNEX XVII(제조, 시판, 사용 제한물질)에 비스페놀A를 포함시키고, 2020년 1월2일부터 중량 대비 0.02% 이상의 비스페놀A를 함유하고 있는 감열지를 시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유럽 산업계는 비스페놀A 규제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비스페놀S를 대체재로 사용하고자 하나, 비스페놀S 역시 비스페놀A와 유사하게 건강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있어 유럽위원회 차원에서 비스페놀S에 대한 위해성평가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도 2020년 6월1일부터 중량 대비 0.02% 이상의 비스페놀A와 비스페놀S를 함유하고 있는 감열지의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이 조치는 유럽위원회가 2020년 1월부터 비스페놀A 함유 감열지를 규제하기 시작한데에 따른 조치로, 비스페놀A 뿐만 아니라 대체물질인 비스페놀S까지 규제하는 유럽의 첫 사례다.

이는 비스페놀류로부터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비스페놀A의 대체물질로 사용해 온 비스페놀S에 대해서까지 위해성이 우려되므로 대체물질로 활용하지 않도록 산업계에 보내는 신호라는 평가다.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일본(2001년), 대만(2011년), 벨기에(2011년)에서도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감열지에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일리노이 주가 2020년 1월부터 감열지에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주가 감열지에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제품 안전기준, 대체 수단 마련 필요
▲ 우리나라의 비스페놀A 물질 규제 <자료=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는 “비스페놀A와 대체물질에 대해 이미 유럽연합과 스위스, 미국 등에서 감열지의 함량을 규제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 현황 조사, 독성 평가‧노출 평가 및 위해성 평가를 통한 제품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2019년 국정감사에서 신창현 국회의원이 비스페놀A가 함유된 감열지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11월27일 제품안전정책 실무위원회를 개최해 ‘벽지 및 종이장판지’를 관리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감열지를 관리하기로 하고, 위해성평가 결과에 따라 안전기준 마련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또한 “대체물질 개발 및 대체 수단 마련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비스페놀A는 건강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사전주의 원칙에 입각한 정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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