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플라스틱산업, 재활용문제 소비자에 전가

일회용품 사용 관련 절충안 나와야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6-01 15: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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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재활용은 매립이나 소각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자원도 아낄 수 있는 친환경적 쓰레기 처리 방법이다. 그러나 재활용 쓰레기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탄생하는 과정은 재활용산업이 위험산업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 정부가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인식에서 기인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일회용품에 과잉 의존함으로써 ‘제2의 쓰레기 대란’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편리함을 넘어 일회용품이 안전하다는 편견, 그리고 조금씩 느슨해진 규제로 급증한 쓰레기 문제는 재활용이 능사가 아님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때다.

코로나19 또 다른 플라스틱 재앙
우리가 열심히 분리해서 배출한 재활용 쓰레기는 정작 수거용 트럭에 한꺼번에 쏟아부어 실어간다. 한 곳에 섞을 쓰레기를 왜 분리해 배출하라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이렇게 싣고 나간 재활용 쓰레기는 재분리과정을 다시 거친다. 그렇다면 과연 몇 %나 재활용이 가능한 걸까? 2018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2016년도 국내의 재활용률은 58.5%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재활용가능자원시설에 반입된 플라스틱 양을 계산한 것에 불과했다. 실제로 재활용제품 생산량을 계산해본 결과, 실질 재활용률은 20.8%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이 모두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며, 재활용 쓰레기도 결국은 쓰레기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수거 대상에서 재활용 가능 자원이 되는 비닐류, 플라스틱류, 스티로폼, 종이류, 종이팩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중에 플라스틱이 총 쓰레기의 20% 이상을 차지하는데 2013년 연간 1469.5t에서 2017년 2841.7t으로 4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조사결과 대부분 모든 지역에서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이 전년 대비 2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 사태로 증가폭은 더 커졌다.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각각 1529t, 1521t이던 재처리 뒤 판매된 플라스틱 반출량은 3월에 1843t으로 급증했다. 수원시자원순환센터는 재활용 쓰레기 반입량은 집계하지 않고 가공해 처리한 반출량만 통계를 내기 때문에 실제로 반입된 쓰레기양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활용쓰레기 비축이 해결책?
실제 코로나 사태로 일회용품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 2월 말부터 전국 카페나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에선 일회용 컵과 그릇 사용이 허용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감염병 위기 경보 ‘경계’ 이상이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일같이 바꿔 쓰는 마스크나 택배 증가로 포장재도 늘었다. 주거지 일회용품 통계를 집계하는 서울시 관계자도 “자치구별로 일회용품 양이 약 15% 정도 늘었다”고 했다.


환경부가 협약을 맺은 패스트푸드점 등(지난해 말 기준 패스트푸드점 2395곳, 커피전문점 1만1454곳)에서 수거된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 11월 4만1000여㎏에서 발생 후인 올해 2월 3만6000여㎏으로 줄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제활동이 침체하면서 카페나 식당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늘지 않았다”고 했으나 감염병으로 ‘테이크아웃’ 선호 경향이 확산한 것을 고려하면 통계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관계자는 “재활용품이 적체되어 빠지지도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환경부 창고에 비축하는 방향으로 1년에서 길게는 2년간 일회용품을 보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페트병 재생원료는 주 수요처인 미국, 유럽으로의 수출이 둔화하면서 4월 기준 업체 보관량이 약 1만3000t에 달한다. 허용보관량(1만6000t)의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에 환경부는 일단 5000t가량을 비축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해둔 상태다.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공감대가 있지만, 개인 컵·손수건 사용 등 일회용품 줄이기를 권장하던 사회 분위기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중국의 수입 금지로 폐기물 재활용업체들이 폐비닐 수거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쓰레기 대란’ 이후,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컵과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 사용을 제한하는 등 관련 정책들이 나왔으나 코로나19 이후 방역이 폐기물 관리보다 앞서게 된 결과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2021년부터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종이컵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 방침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방역품으로 택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증가는 다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올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생활방역’으로 방역 기조를 전환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일회용품 사용과 관련한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활용도 능사는 아냐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소각, 매립, 재활용으로 처리되는데, 소각할 경우 인간에게 치명적인 다이옥신이 검출된다. 매립도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매립지는 이미 포화 직전 상태이며, 쓰레기 매립지는 대표적인 님비(NIMBY)시설로 신설도 어렵다. 설령 플라스틱이 매립된다 해도 땅속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유해가스가 배출되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재활용도 능사는 아니다. 폐기물량이 급증하면서 재활용업체들은 난색을 표한다. 사실 재활용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산업이 아니다. 현시점에서는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병이나 캔, 골판지 같이 활용도 높은 재활용품조차도 많은 곳에서 바로 쓰레기장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재활용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상존한다. 우선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다. 최근 몇 년간 플라스틱의 원자재인 석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데다 플라스틱 제조 원가 역시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재활용 가치는 폐기물을 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데 소요되는 비용 대비 플라스틱 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쌀 때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여파로 유가 하락이 이어져 플라스틱을 만드는 비용이 재활용 비용보다 싸지면서 경제성이 떨어진 것.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동안 플라스틱이나 혼합제지를 수입하던 중국이 중단을 선언하면서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할 거대한 시장을 잃게 된 것도 큰 타격이 됐다. 세 번째는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플라스틱병을 갈수록 얇게 만들기 때문에 재활용할 경우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져 재활용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쓰레기 대란 막을 특단의 대책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지난 4월 12일 발표한 ‘재활용시장 안정화 대책’은 ‘재활용품 가격 연동제’가 골자다. 가격 연동제는 재활용품 수거업체가 아파트와 맺은 재활용품 매입 계약에 시장 가격을 반영하는 제도로 재활용품 매입 단가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처럼 재활용품의 가격변동이 큰 상황에서 민간수거업체가 공동주택에 지급하는 재활용품 매각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재활용품 수거·운반 업체들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동안 폐기물 처리업체들은 아파트와 재활용품 매입 가격을 연간 단위로 맺어 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재활용품 가격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재활용품 업체에 불리한 계약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를 통해 환경부는 올해 2분기 재활용품 매각 수거대금의 39.2%를 하향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주요 재활용품목 시장가격 변동률과 물가상승률, 처리비용 상승률, 유통구조상 수거업체의 실질이윤 감소율 등을 반영해 권고안을 산출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영세 재활용품 수거업체에 대한 지원책도 내놨다. 앞서 올해 1분기 재활용산업 육성융자자금 650억원을 집행했고. 2분기에는 984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재활용품이 몰려 민간업체가 처리하기 어려우면 정부가 대신 보관 및 처리하는 내용의 ‘공공비축 제도’ 시행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에도 재활용품 처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면 환경부는 민간 중심의 수거 체계를 즉시 지방자치단체 체계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아파트 입장에서는 입주민들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재활용품을 수거대금 한 푼 못 받고 지자체에 넘기느니 저렴한 가격이라도 민간업체에 넘기는 게 이득인 셈이다. 환경부는 재활용품 수거 체계를 근본적으로 안정시키면서 수거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공공수거 체계를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폐기물 발생 저감이 최우선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의 대책에만 기댈 수는 없다. ‘제2의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우리의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우선은 1회용품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1회용품을 사용해야 안전하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충분한 세척을 거친 다회용기는 1회용품보다 안전할 수 있으며 환경에도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배달음식, 배송서비스 또한 최소화하고, 기업들에게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한 배달을 요구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정부도 지속가능한 재활용대책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고, 플라스틱 제품을 표준화·규격화해 사용 후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하는 게 중요해졌다. 제품의 포장 단계에서도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고, 포장재 사용도 재활용이 안 되는 포장재를 제한하거나 사용하는 업체에 세금 등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쓰레기 수거·선별 단계에서의 공적 관리를 통해 수거 거부에 대응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주지할 것은, 재활용이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플라스틱산업은 재활용에 대한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 지난 수십 년간 산업계는 기업이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감소시키기보다 개개인에게 재활용하는 것이 환경에 부응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강요돼왔다. 따라서 앞으로는 국가가 재활용산업에 얼마나 자금 지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인들과 정부가 재활용 기술을 향상시키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즉, 생산-소비-관리-재생 등 전 과정에서 폐기물 발생 저감을 최우선으로 발생한 폐기물은 생산에 재투입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자원수입국으로서 신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순환경제 실현은 반드시 해결할 핵심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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