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한국타이어를 ‘죽음의 공장’으로 방치할 것인가

30대 근로자 또 사망...당장 역학조사-상급의료기관 정밀검사 진행하라
박원정 기자 awayon@naver.com | 2015-12-29 15:30:56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젊은 30대의 근로자가 혈액암으로 숨진 것은, 예고된 사망사건의 한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다가 직업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확실함에도 산재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모(38)씨가 죽은 지 열흘이 지나도록 회사는 어떠한 사후 조치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배를 째라’ 식의 방관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한 탓이다. 병원의 첫 진단이 혈액암이었는데도 쯔쯔가무시가 사망원인이라며 언론플레이를 벌이고 있는 ‘죽음의 공장’ 한국타이어를 관계기관과 노동부 등은 그들과 함께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인가. 

 

10여 년 전인 2006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근로자들의 잇단 집단사망사고가 터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엔 MB가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던 때로 그의 사주를 받은 노사정위원회는 산업계의 핵심적 불안요인인 유해화합물을 직업병에서 배제시켜 버렸다. 또한 2007년 말에는 그의 하수인인 홍준표 환노위원장을 앞세워 질병판정위원회 설치 등 아예 산재보상보험법을 전면 개악하면서 유해화합물에 의한 산재 적용을 원천봉쇄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2008년부터 유해물질 노출에 의해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 처리가 불가능해졌고, 그 피해자가 지금까지 2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이전엔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었고, 3명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는데 말이다. MB는 선거에서 이기고 사돈도 살리는 쾌거로 만세를 불렀으리라.  

 

우리가 알고 있듯이 한국타이어는 MB의 사돈기업으로 정경유착의 단초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MB의 셋째 딸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둘째아들 조현범 부사장(현 사장)과 지난 2001년 결혼했다. 당시 해외유학을 가려던 MB 아들이 한국타이어 인턴사원 신청서를 제출한 것도 매형인 조 부사장이 권했기 때문이었다고 알려졌었다. MB는 2008년 대통령에 취임했고, 한국타이어는 2008년 눈부신 실적을 기록한다. 총 4조40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는데 이는 2007년에 비해 무려 9000억 원 가량이나 증가했던 것이다. 회사 2대 주주이기도 한 MB의 ‘사위’ 조현범 부사장이 주가조작 의혹을 받았고, 많은 근로자들이 돌연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경제 불황 속에서도 실적만은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이후 동종업계 중에서 고속성장을 하며 질주했고, 재계는 시샘어린 시선으로 지켜봤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회장 박응용) 관계자와  혈액암으로 사망한 고 박모씨 가족 등이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탄탄대로를 걷던 한국타이어가 요즈음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는 과잉투자와 현지 업체들의 반격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도 납품을 거부당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모 자동차에 장착된 한국타이어 제품이 문제가 돼 리콜조치를 당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또 업계 불황과 겹치면서 올 3분기(누계기준) 매출은 4조 8317억 원, 영업이익 6459억 원, 당기순이익 4670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4.3%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동기 대비 각각 18.0%, 14.2% 감소했다. 동종업계가 파업 등으로 내홍을 겪어 반사이익이 있었음에도 썩 좋지 않은 설적을 낸 것은 정경유착의 고리가 이젠 한계에 달했다는 반증이 아닌가. 한국타이어 공장은 벤젠, 톨루엔, 자이렌 및 각종 중금속 등 200여 가지의 유해 화합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 유해화합물이 없으면 타이어라는 제품을 생산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수많은 근로자가 죽어나갔고, 산재를 신청하려 하면 온각 협박과 회유에 시달려야 했고 심지어 자살까지 이어지는 비극도 있었다. 

  

우리는 한국타이어를 떠올리면 2007~2008년을 잊을 수가 없다. 워낙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당시 노동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특별근로 감독을 실시했다. 당시 무려 1394건이라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법사항 적발과 15명이 사망해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타이어 생산 공장이 아니라 무법천지 지옥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또한 국회의 국정감사까지 이어져 그동안 9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그 후 회사 측은 500억 원을 들여 작업환경을 개선했다고 큰소리치는데 근로자들은 여기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무엇을 고친건지 확인된 게 없으며, 고작 환풍기 몇 개 달고 그 많은 돈을 썼다고 하여 직원들이 실소하니 한국타이어는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유해화합물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상품명이 다른 제품을 쓰는 것일 뿐 바뀐 게 없다고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동안 중화학공업의 그늘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희생되고 지금도 많은 근로자와 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그리고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온 이들의 공로 속에는 직업병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응당 안전한 사업장에서 일을 해야 하지만, 우리의 기업환경이 안심은커녕 늘 불안한 가운데 근무해야 하는 곳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리하여 불안전한 환경을 개선하고 정책을 입안하여 감독하라고 정부, 노동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한국타이어 한 근로자의 죽음은 이런 면에서 당연히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단순한 법률의 근거를 떠나 당장 사망원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상급의료기관에서의 정밀검사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또한 30대 후반의 젊은 근로자가 죽었다면 회사도 당연히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그것은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막는 동시에 회사도 발전하는 지혜의 길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보면 더 큰 희생을 부른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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