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식물 : 식물의 수면운동에 대하여

그린기자단 송형지, 숭의여고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1-01 1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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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pixabay
우리는 잠을 잔다. 오늘도 참 힘들었다며 고된 하루를 잠으로 마무리하기도 하고, 일과 시간 중 나른한 때에 잠시 눈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잠을 자는 일’인 수면은 사전적으로, ‘피로가 누적된 뇌의 활동을 주기적으로 회복하는 생리적인 의식상실 상태.’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잠을 자는 것의 가장 큰 목적은 휴식이다. 잠이 부족할 경우 인지능력 저하, 면역력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은 필수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을 잔다. 당장 키우는 강아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동물도 잠을 잔다. 그런데, 식물은 어떨까? 겉으로 보기엔 항상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식물이기에 ‘식물의 잠’ 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과연 식물도 밤에 잠을 잘까?

포유동물의 경우, 간뇌의 시상하부에 ‘송과선’이라는 내분비샘이 있다. 송과선은 피부를 통과하는 빛을 받아들일 수 있어 밤과 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의 변화 등 광주기를 감지하고,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바로 이 호르몬이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에 우리가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이 멜라토닌이 식물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식물은 밤에 잠을 ‘잔다!’

 
▲ 서양벌노랑이(사진=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스웨덴의 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05.23.~1778.01.10.)는 어느 날 한 식물학자에게 서양벌노랑이(Lotus corniculatus) 표본을 선물로 받았다. 노란색 꽃이 예뻐 다시 한번 보고 싶었던 린네는 그 날 저녁에 온실로 달려갔으나 꽃을 볼 수 없었다. 꽃은 온데간데 없고 줄기와 잎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린네는 다시 온실에 들어갔다가 꽃이 예쁜 모습 그대로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많은 식물들은 하루의 활동에 대한 주기를 가지고 있다. 이때 몇몇 식물들은 낮에 꽃잎을 열고 있다가 밤이 되면 닫기도 한다. 식물학자들은 이것을 ‘식물의 수면운동(nyctinasty)’ 이라 부른다. 식물에게서 이러한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는 식물이 받는 빛의 파장에 따라 감수성이 달라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식물은 ‘피토크롬’이라는 색소단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낮 동안에 주로 받는 빨간 빛(적색광)에 민감한 적색광흡수형(Pr)과 밤에 더 많이 받는 적외선에 민감한 근적외흡수형(Pfr)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Pr 형태의 피토크롬이 적색광을 흡수할 경우 Pfr 형태로 전환되고, Pfr 형태의 피토크롬이 적외선을 흡수할 경우 다시 Pr 형태로 돌아가는데, 이러한 상호변환에 따른 두 피토크롬의 상대적인 양에 따라 식물이 낮과 밤을 구별하게 되는 것이다. 린네의 서양벌노랑이가 꽃잎을 접은 이유는 이러한 기작이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잎을 활짝 편 정오의 콩과 잎을 내리고 잠이 든 자정의 콩 (사진=네이버 지식백과)

동물들은 저마다 잠자는 모습이 다르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밤이 되면, 콩은 잎을 아래로 드리우고, 괭이밥은 잎맥을 따라 잎을 접어 넣는다. 클로버는 잎을 한데 모아 꽃을 에워싸며 아까시나무는 활짝 펼쳤던 잎을 몽땅 오므린다.
▲ 잎을 펴고 있는 한낮의 자귀나무
(사진=네이버 이미지검색)
▲ 잎을 모두 접은 한밤의 자귀나무
(사진=네이버 이미지검색)


 

▲ 잎을 편 한낮의 괭이밥 (사진=직접촬영)

 

▲ 잎을 접은 한밤의 괭이밥(사진=직접촬영)


식물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를 꼽는다. 그런데 제자리에만 가만히 있는 줄 알았던 작은 식물들에게서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들을 제일 모르고 있다는 말처럼, 식물은 우리가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개만 돌려도 바로 보이는 우리 주변의 식물들을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어쩌면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린기자단 송형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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