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크로젠 1세대 바이오벤처 유전체분석 기업으로 확고한 자리매김

끈질긴 자세와 기다림은 마크로젠을 만든 원동력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5-04 15: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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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 황원희 기자] 마크로젠이 설립된 지 어느덧 24년이 되었다. 마크로젠은 우리나라 벤처기업 1세대로 통하며 그간 크고 작은 부침을 겪어왔다. 당시 게놈 분석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막막함으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니 ‘생생한 재미가 가득한 성공스토리’였다고 서정선 회장은 회고한다. 본지는 유전체분석기업 마크로젠 회장과 한국바이오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서정선 회장을 만나, 회사 설립배경과 스토리,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24년 동안 세 번의 전환기 맞이하다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1997년 설립된 마크로젠은 유전자 및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전 세계 153개국 1만8천여 연구기관의 고객을 보유하는 명실상부 생명공학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정선 회장 

마크로젠은 세 번의 큰 사업적 전환을 가지면서 성장해왔다고 설립자인 마크로젠 서정선 회장은 말한다. 첫 번째는 1997년 창립 당시 주력사업이었던 마우스 사업을 영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이를 거쳐 2000년 인간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사업을 시작해 2002년 세계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그때부터 마크로젠의 사업은 가속도가 붙어 2006년부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이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해 2016년 10월 ‘한국인 표준 게놈 지도 완성’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하는 쾌거를 이뤄낸다. 이를 통해 마크로젠은 세 번째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올해 24년째를 맞이하는 마크로젠은 기술 중심 기업에서 고객 중심 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따라서 기존 연구자 시장에서 확보한 유전체 분석 서비스의 경험, 노하우, 기술을 기반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임상진단 및 개인유전체분석 분야 등 고객 밀착형 신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마크로젠은 다가오는 미래에 IT와 융합된 맞춤의학에 대비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화를 구축하는 일이라 할 수 있고, 그 핵심 중 하나가 바이오산업이라 할 수 있다. 즉 인간 유전체 분석을 통해 사람들의 게놈 정보와 병원 기록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면, 개개인의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개인별로 적합한 약물과 용량 선택 또한 가능해지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의료비용을 절감해 국민건강보험료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도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서 가명 처리된 개인의 건강 빅데이터를 산업계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강화돼 양질의 데이터 분석 기술의 정확도를 올리게 되고 이는 새로운 건강관련 정보를 데이터 소유의 주체인 개개인에게 돌아가게 함으로써 맞춤형 헬스케어가 가속화될 수 있다. 

 

마크로젠은 최대 강점이 높은 데이터 수탁 처리 능력 및 바이오 데이터 분석에 대한 깊은 노하우에 그간 누적된 바이오 빅데이터의 본격적인 활용을 가세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싱가포르 등의 해외진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마크로젠은 2004년 12월에 소마젠을 설립해 미주법인으로, 미국 유전체 분석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북미 임상진단시장으로 진출하는 동시에 DTC 유전자 검사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를 신규 상품으로 연달아 출시하면서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소마젠은 지난해 외국기업으로는 최초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으며, 최근 상장예비심사에서 기술특례 상장을 승인 받았다. 이는 외국기업 기술특례상장 1호로서, 상장에 성공할 경우,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등록된 최초의 외국 바이오 기업 첫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4차산업혁명 대비해 유전체분석 맞춤형 진단 가능해야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 각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갖가지 면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물론 개개인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한발 쉬어가며 그 동안의 나 자신을 점검하고, 쉼 없이 달려가기만 했던 일상도 늦출 수 있어 환경적인 면에서도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바이오업계도 예외는 아닌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제약 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백신과 진단키트,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돼 4개 진단키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고, 최근에는 우리나라 진단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K-바이오의 위상을 떨쳤다. 이렇듯 코로나 진단키트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간 사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얻었던 경험을 교훈삼아 철저한 준비와 개발을 지속해 온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 회장은 “전 세계가 K-바이오를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K-바이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지금처럼 제약 바이오 업계가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져 현 위기를 K-바이오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국부 창출을 위한 기회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마크로젠의 장내미생물 검사 서비스 '마이크로브앤미' 키트

특히 바이오 의약품은 일반 합성의약품과는 다르게 유전자 재조합, 세포배양, 세포융합 등 생물공학 기술을 이용해 생산되는 의약품을 일컫는다. 합성의약품보다 분자량도 크고 생산 공정도 훨씬 복잡하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생산도 어렵고 원가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의약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질환별 표적치료제 개발이 가능해 합성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고 임상 성공률이 높으며 희귀성 난치성 질환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백질 치료제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인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유전자 치료제는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첨생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이 눈앞에 와 있다. 이 법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이를 통해 국내 줄기세포 재생의학 분야의 기술 경쟁력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 인해 치료대상의 확대, 즉 재생이 어려웠던 말기 환자 또는 고령자에게도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환자와 관련업계에 희망과 가능성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직을 역임하며 회원들의 권익향상에도 힘쓰고 있는 서정선 회장은 “바이오산업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빠른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산업은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 2017년 국내 바이오산업 공급시장에서의 생산규모가 10조 1,264억 원으로 사상 최초로 10조 원대를 돌파했고 최근 5년간 연평균 7.8%의 성장률을 보였다. 2016년 대비 2017년 증가율을 살펴보면 생산규모가 9.3%, 수출 규모가 11.2%, 고용이 6.5%, 투자가 8.1% 증가하는 등 바이오산업 전반이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마크로젠 미주법인 소마젠(psomagen)의 DTC 서비스 'Gene & GutBiome' 키트

이렇듯 바이오업계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관련 정책은 미비한 점이 많다. 바이오산업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빨리 경험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2018년 개인유전체검사를 받는 사람 숫자가 1,700만 명, 다시 말해 미국 전 인구의 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현재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일부 형질유전자검사만 제외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바이오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법률이 중복규제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신기술 개발을 위한 규제가 모호하거나 전무할 경우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여러 부처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지만 미래의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서 회장은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바이오산업 선점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현재 유리한 위치에 있는데 그 요인으로 첫 번째 탄탄한 의료시설 기반, 두 번째 IT를 기반으로 한 정보화, 세 번째 아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한 유전체분석을 통한 컨텐츠 확보가 가능한 점, 네 번째로 정부 주도화를 통한 바이오산업 활성화 가능성 등을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정부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어 그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마크로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첫 번째 확진자를 대상으로 서울대 오명돈 교수팀과 함께 바이러스 전장 유전체를 분석하고 WHO에 등록, 논문을 국내 첫 번째로 선보인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전체 확진자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 바이러스를 분석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연구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는 향후 예상치 못하게 발생할 신종 바이러스를 대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대응책이다. 


보유장비와 시퀀싱 및 분석 역량 최대한 활용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을 보면 최근 10년 동안 큰 전염병은 대부분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호흡기에 의한 질병은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감기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하기 힘든 전염병이다. 또한 기후, 환경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다양한 변종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앞서 발생했던 사스, 메르스와 같은 계통이지만 변이를 일으켜 발생하면서 전파력이 높은 신종바이러스로 발병된 것이다. 바이러스가 발병했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이를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하고 대처하는 데 있다. 이번에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이 순발력 있는 기민한 자세로 진단시약을 만들어 공급이 신속하게 이루어진 덕분에 대규모 진단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됐고, 진단키트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K-바이오가 주목받을 수 있었다. 

 

마크로젠 역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하면서 국내 1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환자의 바이러스를 분석하는 데 일조했으며 이를 통해 바이러스의 특징을 알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마크로젠은 벤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네이처지에 16편의 논문을 게재할 정도로 학계에도 큰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보유 장비와 시퀀싱 및 분석 역량을 최대한으로 가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비임상모델로 사용 가능한 마우스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에 힘써왔다. 그뿐만 아니라 마크로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 해외 수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산업, 선점이 최우선이다


한 사람 혹은 한 분야에서 이룬 일, 그간의 궤적은 다른 사람, 후세에 가능성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뿐만 아니라 기후, 환경변화로 인해 우리 인류는 도전에 직면해있다. 그렇기에 이번 위기는 바이오 업계가 우뚝 설 수 있는 도약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서 회장은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바이오산업에서는 선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가 먼저 해당 시장을 선점하는가에 따라 그 산업의 방향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제안한 코로나19 등 감염병 진단기법 관련 표준안이 올해 안에 국제표준이 될 전망이라는 예상과 같이 한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 해외시장 진출과 선점을 하게 되면 한국 바이오 기업이 세계적인 표준을 만들고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날이 머지않아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마크로젠 역삼사옥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윈윈정신이 필요하고 경쟁이 아닌 자신의 목표를 성실히 이뤄가는 끈질긴 자세와 함께 ‘기다림의 미학’도 필요할 것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연구내용도 다양하다. 즉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견하는 방식, 완치된 환자의 혈액을 이용한 방식, 기존에 출시한 의약품에서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약물을 재창출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서 회장은 생화학업계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최인훈의 ‘광장’이라는 소설에서 인용해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참 많은 풍문 속에 산다. 풍문에 만족치 못하고 현장을 찾아갈 때 우리는 운명을 만난다. 운명을 만나는 자리는 곧 광장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가장 강한 욕구는 고립을 극복하는 데 있다. 사람은 사랑을 통해 고독감과 고립감을 극복하며, 전체성을 잃지 않는다. 그렇기에 광장으로 떠나는 길은 서정선 회장에게 인류를 구원하는 일이자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힘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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