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보노보노', 고통받는 '해달'

그린기자단 한나라 (중앙대학교, 3학년), 8월 우수기사
김성아 기자 eco@ecomedia.co.kr | 2017-08-10 14:56:05

다시 돌아와 준 해달을 위하여

 

우리는 바다 위에 누워 분홍색 조개를 품은 채 ‘포로리야~’ 하고 말끝을 흐리는 보노보노를 사랑한다.

지난 4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에세이가 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보노보노는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하는 일본 만화 캐릭터이다. 순진무구한 눈빛과 미세하게 떨리는 귀여운 목소리로 사람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있는 보노보노, 하지만 이토록 사랑받는 보노보노와 달리 이 녀석의 원형 동물인 해달은 인간들의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위협을 받으며 고통받아왔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절멸될 위기에 처했던 해달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 까지,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걸까?

 

  △ 보노보노(좌)와 해달(우)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pixabay>

 
족제비과 포유류인 해달과 수달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마치 한 종류의 동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강과 같은 민물에 사는 수달과 달리, 해달은 바다 연안 암초대에서 서식한다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또한 보노보노의 원형 동물답게, 해달은 배영을 하듯 누워 수영을 하며 성게, 대합, 홍합, 전복 등 쌍각류를 비롯한 갑각류, 연체동물, 달팽이류 등을 배에 올려 둔 후 돌로 쪼개서 먹는다. 동그란 눈과 통통한 몸을 가지고 느릿느릿 배영을 하고 있는 해달을 보고 있으면 보노보노를 최초로 그려낸 작가의 관찰력에 놀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해달은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사라지게 되었고 어쩌면 보노보노라는 캐릭터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1800년대 후반, 해달은 모피를 얻으려는 밀렵꾼들의 무분별한 사냥에 의해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녀석들이 인간들의 욕심에 희생된 이유는 바로 두가지 층으로 이루어진 털 때문이다. 길고 단단한 바깥쪽 털과 짧고 부드러우며 매우 조밀한 안쪽 솜털은 잠수를 할 경우 바깥쪽 털이 솜털 위를 덮어버려 물에 젖는 시간을 늦춰 주고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킨다. 이는 인간들의 사치를 위한 모피코트가 갖추어야할 조건에 완전히 부합했다.
결국 모피코트를 위해 피부가 벗겨진 해달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미국에서 가장 큰 해양보호 구역인 몬테레이만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하지만 해달의 소멸은 인간들이 더 이상 길거리에서 자신의 따뜻한 모피 겉옷을 뽐낼 수 없게 된다는 단순한 결과만을 낳지 않았다.

해달들이 모두 사라지자 해달의 주 먹이인 성게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마리 당 매일 50개의 성게를 섭취하던 해달들이 사라졌으니 당연히 성게가 남아 돌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몬테레이 만의 ‘켈프 숲’이 사라지는 결과를 맞이했다.

 
300여종의 물고기와 수천종의 무척추동물이 살아가는 몬테레이만, 이 생태계는 켈프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켈프는 엄연히 말하면 식물이 아닌 조류(algae, 藻類)인데, 식물처럼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얻거나 혹은 흡착기관을 이용하여 돌바닥에 붙은 채 해수로부터 직접 영양분을 흡수하여 성장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양분을 얻은 켈프는 아마존의 열대우림만큼이나 무성한 해양숲을 형성하고 있다.

 

  △ 무성한 캘프 숲(kelp forest) (좌)과 성게 (우)                                                                    <출처=pixabay>

 
해수면 아래의 켈프 숲은 찬란하고 기이한 모습을 한 채 다양한 생물 종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몬테레이만 생명의 근원지인 켈프 숲도 특정 생물의 위협을 받는데, 바로 성게이다.
성게는 다른 해양 생물들과 달리 켈프의 잎이 아닌 흡착기관을 노리는데, 황산칼슘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다섯개의 이빨은 해양 폭풍에도 끄떡없는 켈프의 흡착기관을 통째로 잘라버린다.


이러한 성게의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해달이다. 다시 말해 해달은 켈프를 괴롭히는 성게를 먹음으로서 그들의 개체 수 급증을 막는 중요한 임무 수행 중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해달은 몬테레이만 해양 생태계의 전체 균형을 유지시키는 핵심종(생태계의 군집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종)으로 분류 된다.


이 같은 핵심종 해달의 절멸은 해달의 먹이인 성게를 급증시켰고, 켈프를 위협하는 성게의 개체수 증가로 인해 켈프 숲은 더이상의 존속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켈프 숲의 소멸로 인해 어류와 무척추동물의 수는 급감했고, 거대한 해양 동물들은 다른 생태계를 찾아 떠나갔다. 인간의 욕심이 한 지역의 생태계를 완전히 파멸시킨 것이다.


해달의 절멸이 연쇄적으로 일으킨 생태계의 변화. 이 참혹한 이야기는 우리가 왜 생물 종 다양성을 지켜 나가야 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있다. UNEP (유엔환경계획 : United Nations Environmental Programme)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1천만∼3천만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과학자들에 의해 이름 붙여진 생물 종은 겨우 2백만 종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구상의 생물 종 가운데 80% 이상이 인류에 의해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상태로 지구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생물들과 그들 사이의 연결 관계, 그리고 그 연쇄적인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알 지 못한다. 모피를 위한 해달의 희생이 결국 몬테레이만의 해양 생태계를 무너뜨릴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즉, 생태계와 인류의 파멸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생물, 그리고 그 생물의 멸종이 연쇄적으로 일으킬 불특정한 관계성에 달려있기 때문에 함부로 다양한 생물들을 해쳐서는 안된다.


결국 인간들은 1911년 몬테레이만의 해달사냥을 금지하였고, 해달은 해양동물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국제적인 규제를 통해 보호받기 시작했다. 사실, 때 늦은 재제에 몬테레이만의 다양한 생물보고는 빛을 잃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1938년, 300마리의 해달들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주었다. 인간의 사치를 향한 욕심이 만든 비극, 그리고 뒤늦은 반성을 통해 얻은 두번째 기회. 해달은 물론,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생물들이 주고 받는 일련의 관계가 깨지는 순간 인류는 파멸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겨야한다.


또한 개인적인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여 의견을 나누고 좋은 방안을 강구하는 국제적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인류의 현재는 조금 더 지속 가능 할 미래로 향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생물다양성 보존은 더 나은 미래는 물론, 우리의 현재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이며 이것은 해달이 우리에게 준 마지막 기회이다.

<그린기자단 한나라, 중앙대학교>

 

<참고자료>
EBS 해외 다큐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 - 해양생물의 보고, 몬테레이만
두산백과 – 해달
환경부 web data – 생물 다양성이란 무엇인가? (김 종원)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 멸종동물의 보험금 타기 대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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