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물관리 일원화... 국회만 보지 말고 유역으로 나가자!

통합물관리, 산 넘어 산
강유진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4-12 14: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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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물관리 비전이 세워지다
지난 1월 19일은 가히 역사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다수 국민들을 몰랐겠지만, 수 십년을 물과 함께 해온 민, 관, 산, 학계는 달랐다.

 

이날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이하 통합물비전 포럼)’ 3차 전체 회의가 열렸다. 2017년 7월 출범한 통합물비전 포럼은 6회에 걸친 유역별 순회토론회와 60차례 이상의 회의를 통해 1월 19일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의 물관리 비전과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물 관련 법률은 있었으나, 물 관리에 대한 철학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또한 헌법이 정의하는 ‘물’도 자원으로써 이용되는 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원으로써 물은 구시대적 패러다임으로 이제는 새로운 가치와 방향을 담은 비전이 필요했다.

 

또한 이런 논의는 ‘물관리 일원화’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깊이 있게 논의 된 것이다.  

▲ 통합물관리 비전과 핵심전략<자료제공=환경부>

 

 

그럼 통합물관리 비전과 핵심전략을 살펴보자.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을 비전으로 삼고 이를 위해 5가지 목표를 이룬다. 이는 ‘물순환 건강성 확보’, ‘수요와 공급의 조화로운 통합’, ‘유역 기반의 통합적인 물관리’, ‘주민참여 거버넌스 확립’, ‘지속가능 행정·재정체계 구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늘 야기해 오던 유역별 통합물관리 비전과 핵심전략도 마련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크게 보면, 신기후제체에 적응하도록 수량을 확보하고, 맑고 안전한 수질을 유지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물환경 생태계를 회복시킬 것인데 이를 위해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이라는 게 공통분모로 보인다.  

 

물관리 일원화,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
오랜 논의 끝에 비전이 완성됐다. 좋은 말은 다 들어갔다. 이 비전에 반대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이 비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이다. 첫 번째는 행정차원에서 조정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게 물관리 일원화, 즉 부처통합이다. 국토부가 수량을 관리하고 환경부가 수질을 관리하는 현 체제에서 통합된 비전을 이루기는 어렵다. 그래서 환경부가 수질과 수량을 함께 관리하도록 부처통합을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 

 

▲ 가뭄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물관리일원화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환경부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국민차원에서 홍보하고 인식을 바꿔야 할 부분이다. 물을 쓰는 최종 소비자는 국민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통합물관리에 대해, 새로운 비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동의 하는가 의문이 든다.

 

통합물관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거버넌스이다. 거버넌스는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 인만큼 국민에게 물 비전을 알리고 의견을 듣는 일을 중요하다.  

 

자유한국당 반대 이유는?

첫 번째 문제부터 보자. 부처통합이 안 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월 28일 임시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지난해 7월 임시국회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7월 주요 당 원내대표들은 올 2월까지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지만 마지막까지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며 이루어지지 못했다.

 

홍준표 대표 역시 대통령 후보시절, 물관리 일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엔 어땠을지 모르나, 현재 자유한국당이 말하는 물관리 일원화 방식은 결이 좀 다르다. 자유한국당도 하천유역별 통합관리를 원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통합물관리는 ‘물관리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즉 부처통합이 아닌 상위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환경부가 개발을 담당하면 규제는 해이해져서 환경파괴가 더 심해 질것이라 보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환경부를 향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지적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비유다. 통합물관리에 있어 국토부나 환경부 모두 선수다. 모두 깨끗하고(환경부) 충분한(국토부) 물을 확보하기 위해 뛰고 있다. 환경부는 “두 부처의 역량이 합쳐져 시너지를 낼 것이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이 최근엔 하천부분은 남기고 나머지만 옮기자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통합물관리 취지가 물을 통합해서 관리하자는 의미인 만큼 분절 관리는 타당하지 않다. 물을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은 자유한국당이 물관리 일원화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절대반대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한다.  

 

두 번째 문제인 국민소통과 합의 부분은 어떤가. 통합물비전 포럼 역시 이 문제의식을 공감했다. 이에 지난 3월 20일에는 ‘통합물관리 추진의 사회적 합의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여기서 논의 된 내용을 잘 살펴보면 사회적 합의의 방향과 더불어 자유한국당에서 버티고 있는 행정차원의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대답도 살펴볼 수 있다.

 

▲ 정책토론회

 


통합물관리 하면 뭐가 좋지?
우선 사회적 합의란 무엇인가를 짚고 넘어가자. 민주주의를 통해 권력이 공유된 사회에서는 사회적 합의는 필수 과정이다. 게다가 물은 독점의 대상이 아닌 모두의 물이기에 더욱이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이에 전문가 뿐만 아니라 최종 수요자인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높은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 경희대 교수이자 한국갈등학회 이사인 김광구 교수는 “합의는 진정성있는 협력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만장일치나 다수결이 아니다. 공정한 과정을 통해 논의를 진행하고 이에 수긍을 이끌어 내는 압도적 다수결”을 높은 수준의 합의로 정의했다.  

 

그럼 국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통합물관리 포럼에 참여중인 이동률 박사는 “합의는 국민이 미래상을 체감할 수 있을 때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다. 사실 좋은 말 잔치인 통합물관리 비전은 국민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수질과 수량 문제를 이해시킨다고 관심있게 들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고려대 최승일 교수는 과거 수돗물 품질 보고서 발행을 예로 들었다. 시민들이 수돗물에 대해 잘 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수돗물 품질 보고서를 발행해 각 집에 배달했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보를 줘도 받아 볼 마음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이 체험할 수 있는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은 중요한 지적으로 보인다. 이동률 박사는 “예를 들어 통합물관리하면 집에서 정수기 안써도 된다라고 상상할 수 있는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체감은 물과 밀접한 생활을 하는 사람일수록 빠르다. 예를 들어 도시인들은 물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 물 정책이 변해도 큰 관심 없다. 하지만 농촌의 경우, 특히 가뭄과 홍수를 심하게 겪어본 곳은 다르다. 이들은 물 정책에 관심가지고 본인들이 경험한 이슈가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고 변화될지 중요하게 생각한다.

 

▲ 김은경 환경부 장관

그런 의미에서 환경부는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가 되어 부처가 통합되면 가뭄, 홍수, 재난 시에 환경부의 답을 기다릴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부와 환경부 말고도, 농림부와 산자부 등 물 관리 주체가 나뉘어 져 있다. 이런 핑계로 환경부가 문제의 답을 쉬쉬한다면 현재로써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바라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부는 단순 국토부 통합을 넘어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상, 로드맵이 필요하다.   

 

환경부 능력을 보여줘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위해 필요한 첫 번째가 미래상과 로드맵이라면, 두 번째는 신뢰도 향상이다. 환경부가 통합물관리를 하기에 적합하고 할 능력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통합물관리 비전을 지금부터 실행하는 것이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이준경 위원장은 “유역위원회와 유역참여센터는 계속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 뭔가 하겠다는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멋진 비전을 세워놓고, 이 모든 것은 부처통합이 국회를 잘 넘어가면 그때 하겠다고 손 놓고 있다는 뜻이다.

 

환경부의 이런 모양새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금 시도할 것을 제시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서정철 이사는 “거버넌스의 핵심은 시도와 실패이다. 거버넌스를 말만 하고 해본 사람이 없다”라며 “계획·실천·평가의 한 텀을 가봤으면 좋겠다. 로드맵을 만들고 지키면 신뢰는 쌓인다”고 제안했다. 김광구 교수도 “국회 보지 마라. 환경부-국토부-농림부가 함께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현장으로 가면 충분히 합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4대강 특별법과 수계기금에 의해 유역 거버넌스의 구조가 어느 정도는 있는 상태다. 즉 의지를 가지고 실행하면 부처통합 이전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시도해 보자는 의미다.  

 

산 넘어 산, 그러나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
이는 앞서 말한 첫 번째 문제, 자유한국당이 발목을 잡아 하지 못하고 있는 행정통합의 문제까지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환경부가 나서서 거버넌스 구축과 유역별 비전을 실행하면 국민의 신뢰는 높아질 것이고, 자연히 통합물관리의 미래상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국민이 높은 수준의 합의에 이르면, 즉 대부분 유권자의 인식이 물관리 일원화를 공감하게 되면 당의 반대 역시 힘을 잃고 만다.  

 

지금 눈 앞에는 야당의 반대라는 큰 산이 있다. 하지만 이 산이 옮겨지길 넋 놓고 바라보지 말자. 환경부는 지금 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옮겨야 할 때이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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