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 인간의 욕심이 부른 잔인함

그린기자단 한림대학교 노혜연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1-01 14: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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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30일, SBS ‘TV 동물농장’에선 ‘모피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모피 생산과정과 고통받고 있는 모피동물의 현실을 보여줬다. 프로그램은 중국 현지 모피시장을 취재해 좁은 철창 속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생생하게 전했다. 먹이와 배설물이 좁은 철창 속에서 엉킨 채 병에 걸린 동물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신의 몸을 뜯거나 심지어는 동족까지 잡아먹는 동물들까지… 그곳에서 동물들은 그저 소모품이나 다름없었다. 사람들은 동물들을 산 채로 마구 잡아 둔기로 때리거나 전기 충격기 등으로 충격을 줘 잠시 기절시킨 채로 생피를 벗겨냈다. 그곳에서 동물들은 울부짖었고, 눈물을 흘렸다.

모피 생산 과정의 충격적인 진실을 본 시청자들은 경악했고, 프로그램 방영 직후 포털사이트 검색순위는 ‘TV 동물농장’과 ‘모피’에 대한 검색어들이 장악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모피에 대한 시선을 바꾸게 된 계기라고 볼 수 있다.

모피의 불편한 진실
모피는 동물의 털이 달린 가죽을 일컫는다. 뛰어난 보온성 때문에 예로부터 방한용 의복 재료로 사용됐다. 모피동물의 종류는 육생 및 수생 동물 모두 포함되는데, 대부분 포유동물에 속하고 그 수는 100여 종을 넘는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물로는 여우, 족제비, 담비, 너구리, 토끼, 바다표범, 물개 등이 있다.

송아지 가죽은 태어난 지 6개월 미만의 송아지를, 송치가죽(털을 조금 남긴 상태로 가공한 가죽)은 어미 소의 뱃속에서 6개월 정도 된 태아소를 강제로 끄집어내 피부를 벗겨 만든다. 이 가죽들은 고급 의류ㆍ신발ㆍ가방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겨울철 모자, 목도리 등에 사용되는 토끼ㆍ라쿤 털은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가죽과 털을 뜯어낸다. 윤기 있는 모피를 얻기 위해서다. 스웨이드(소, 양), 울(양), 앙고라ㆍ캐시미어(산양)와 겨울철 패딩이나 이불의 충전재로 사용되는 오리ㆍ거위털 생산 과정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좁은 철망에 갇힌 채 괴로워하는 모피동물들 <사진출처=google>

 

국제동물보호단체 ‘애니멀 디펜더스 인터네셔널’ (Animal Defenders InternatinalㆍADI)은 “매년 모피 농장에서 1억 1000만 마리의 동물이 희생당한다”면서 “한 벌의 모피코트를 만들기 위해 35마리의 여우가 죽는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수입ㆍ유통되고 있는 털 열쇠고리와 고양이 장난감 등 14개 제품 가운데 3개 제품에서 고양이 모피가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고양이의 털을 벗겨 만든 장난감을 고양이가 갖고 놀게 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 아닌가.

전 세계 모피 퇴출 선언
지난 9월, 세계 4대 컬렉션 중 하나인 런던 패션위크에서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각종 브랜드에서는 모피에서 손을 떼고 ‘모피 퇴출(fur-free) 운동’을 선언, 인조 모피로 돌아섰다.

 

▲ 아르마니 F/W 2018 중 인조 모피 의상
<사진 출처=아르마니 홈페이지>

 

유명 패션 브랜드는 빠르게 모피를 버렸다. 구찌, 마이클 코어스, 존 갈리아노, 메종 마르지엘라, 지미추, 베르사체, 조르지오 아르마니, 자라, H&M 등은 모피 사용을 중단했다. 버버리는 최근 모피로 만든 모든 의류 라인을 없앴다.

버버리 최고관리자 마르코 고베티는 “동물 모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모든 력셔리,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8일에는 미국 LA 시가 모피 판매 및 제조를 금지하는 최대 도시가 됐다. LA 시의회는 관련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시 검찰에 세부안 작성을 요청했다. 폴 코레츠 시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에 따르면, 앞으로 LA에서는 동물 털로 된 옷과 모자, 핸드백, 털이 달린 열쇠고리 등을 판매할 수 없다. 단, 면허 소지자가 놓은 덫에 걸린 동물의 털이나 유대인들이 쓰는 모피 모자 등 종교적인 목적의 제품은 예외다. 또 중고품은 계속 팔 수 있다.

국내 패션 시장, 모피 상승세
세계 패션업계가 모피 퇴출을 외치고 있지만, 국내 반응은 미지근하다. 오히려 한동안 하락세였던 국내 모피 시장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11일 ‘조선일보’의 모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신세계 백화점에서 2015년 –11% 역신장을 기록한 모피 매출은 2017년에 17%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4.9%까지 매출이 치솟았다. 연령별 매출 실적을 살펴보면 30대 매출 비중이 2015년 20%에서 지난해 27%까지 늘었다. 매년 혹한이 계속되고, 모피 원피 가격에 하락에 따라 상품 가격이 3~4년 전보다 30% 이상 저렴해지자 20ㆍ30대 젊은 층의 모피 구매율이 상승하고 있다.

인조 모피의 문제점
그렇다면 인조 모피는 윤리적인 대체재일까? 사실 인조 모피도 문제가 있다. 동물 모피가 동물권을 해치는 비인간적인 행위였다면, 인조 모피는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조 모피는 합성 섬유인 모다크릴릭 파이버로 만들어진다. 석유를 원료로 한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제조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인조 모피를 염색할 때 쓰이는 화학 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 그리고 세탁 과정에서 초극세사를 방출하는 것은 지구친화적이지 못하다. 더구나 인조 모피를 분해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린다.

지속 가능한 안전한 대체재
환경친화적인 ‘털’을 만들기 위한 과학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 센터’의 미나 주고빅은 “생물 공학은 식품, 패션 및 그 밖의 분야에서 동물에게 친화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주고빅은 런던 대학교의 한 학생 채임버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채임버스는 현재 장미 넝쿨에서 새로운 셀롤로스 섬유를 만들어 인조 모피에 적용하려 연구 중이다.

지속 가능한 인조 모피를 만들기 위한 조직인 ‘바이오퍼(BioFur)’는 줄기세포로 모피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조 모피 기관’에서는 40%를 식물로 만든 섬유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동물 모피와 인조 모피에서 벗어난 안전한 대체재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린기자단 노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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