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일회용 기저귀와 요실금 제품, 생리용품 등 흡수성 위생제품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기 배변훈련 지원, 재사용 제품 확대, 재활용 기술 개발, 퇴비화 가능한 제품 설계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에서 흡수성 위생제품(AHPs, Absorbent Hygiene Products)의 설계와 사용, 폐기 방식을 바꾸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일회용 기저귀를 비롯한 위생제품이 건강과 돌봄, 존엄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그 환경 영향은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흡수성 위생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억6천만~2억t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쓰레기 수거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사용한 기저귀가 무단 투기되거나 불에 태워지면서 플라스틱 오염, 수질오염, 질병 확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UCL 기계공학과 엘제 포르테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매분 30만 개 이상의 기저귀가 버려지고 있다”며 “영국에서만 약 1,400만 명이 요실금을 겪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일회용 요실금 제품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흡수성 위생제품은 플라스틱 폐기물 위기의 주요 원인이지만 대부분 인식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흡수성 위생제품의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세 가지 핵심 개입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사용량 자체를 줄이고 재사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의 배변훈련 시기가 늦어지면서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이 늘고 있는 만큼, 가정과 보육 현장에서 조기 배변훈련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조기 배변훈련이 폐기물 감축뿐 아니라 어린이의 방광과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적인 장벽도 있다. 보호자들은 명확한 지침 부족, 돌봄 시간 부족, 일회용품의 편리함 때문에 기저귀 사용을 쉽게 줄이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진의 구체적인 안내와 함께 직장, 보육시설,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재활용 기술의 고도화다. 일회용 기저귀는 플라스틱, 섬유, 고흡수성 수지, 인체 배설물, 의약품 잔류물 등이 복잡하게 섞여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일부 재활용 기술은 이미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재료의 일부만 회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구진은 기저귀 구성 물질을 대규모로 분리·회수할 수 있는 기술과, 사용 후 제품에 남아 있는 병원균과 의약품 잔류물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오염 제거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셋째는 완전히 퇴비화 가능한 제품 설계다. 연구진은 산업용 퇴비화나 혐기성 소화 시스템에서 안전하게 분해될 수 있는 소재만으로 기저귀를 만들 경우, 매립과 소각을 줄이고 퇴비나 바이오가스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현재 ‘생분해성’으로 판매되는 제품 중 상당수는 완전한 퇴비화가 어렵고, 사용 중 건조함 유지와 오염물질의 안전한 분해 등 기술적 과제도 남아 있다.
규제와 경제적 장벽도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배설물이 포함된 퇴비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은 퇴비화 가능한 기저귀 확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제품 개발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 기준, 위생 안전성, 퇴비 활용 규제까지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문은 UCL 플라스틱 폐기물 혁신 허브가 운영하는 ‘빅 토일렛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배변훈련 시기가 왜 늦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기저귀 사용량과 폐기물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왔다. 영국의 경우 평균 배변훈련 연령은 1950년대 약 2년 4개월에서 2000년대에는 3세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는 아이 한 명이 사용하는 일회용 기저귀 수가 그만큼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지역별로 해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기저귀 사용량 감축과 재활용 기술 개선이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 폐기물 처리 인프라가 부족한 저소득 지역에서는 지역 여건에 맞는 퇴비화, 소각 대체 처리, 안전한 수거 체계가 우선될 수 있다.
다만 위생제품은 선택재가 아니라 필수재인 만큼, 변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취약계층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기저귀와 요실금 제품, 생리용품은 건강과 돌봄, 인간의 존엄과 직결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일회용 위생제품 폐기물 문제가 단순히 소비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 설계, 돌봄 체계, 재활용 기술, 폐기물 인프라, 공중보건 정책이 결합된 복합 과제임을 보여준다. 흡수성 위생제품의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편리함과 위생, 비용, 환경성을 동시에 고려한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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