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26년 환경성과지수(EPI)에서 유럽 국가들이 다시 한 번 세계 환경 성과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평가 결과는 동시에 각국이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 달성에는 여전히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오염 관리와 자연자원 보전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일대학교 환경법·정책센터와 컬럼비아 기후대학 통합지구시스템정보센터(CIESIN)가 발표한 2026년 환경성과지수는 전 세계 177개국을 대상으로 환경 건강, 생태계 활력, 기후변화 대응 등 주요 분야의 성과를 평가한 지표다. 이번 보고서는 ‘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2026’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올해 평가에서 에스토니아는 74.7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에스토니아는 지난 10년 동안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발전 축소를 추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룩셈부르크, 영국, 핀란드, 네덜란드가 상위 5위에 올랐다.
상위권은 유럽 국가들이 사실상 독식했다. 이는 유럽이 강력한 환경 규제, 탄소가격제, 저탄소 에너지 인프라 투자, 생물다양성 보호 정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CIESIN의 알렉스 드 셰르비닌 이사는 유럽의 강세가 강력한 환경 규제와 탈탄소화 의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은 58.54점으로 27위에 머물렀다. 미국은 환경 보건 분야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보였지만, 생물다양성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 지표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9.6% 줄었음에도 2050년 순배출 제로 달성에 필요한 감축 경로에는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52.65점으로 177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일본 16위보다는 낮지만, 싱가포르 60위, 중국 129위보다는 높은 순위다. 한국은 전체 순위상 중상위권에 속하지만, 상위 유럽 국가들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국가들 역시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높은 순위를 기록한 유럽 국가들조차 농업 지속가능성, 생물다양성 보전, 장기적 온실가스 감축 경로에서는 추가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상위 20위 안에 포함된 유일한 비유럽 국가인 일본도 전체 순위는 높았지만, 농업 지속가능성 부문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잭 웬들링 2026년 EPI 수석 저자는 “각국이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 경로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배출 감축을 달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정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위권에서는 라오스와 인도가 가장 낮은 성과를 보인 국가로 분류됐다. 인도의 낮은 점수는 심각한 대기오염, 석탄화력 의존, 제한적인 생물다양성 보호 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실내 공기오염, 수질 위생, 고형폐기물 관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지표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전체 129위에 머물렀다. 중국은 청정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석탄화력 의존도가 여전히 순배출 제로 달성의 주요 장애물로 지목됐다.
이번 EPI는 인공지능 활용 확대도 주요 특징으로 제시했다. 전체 47개 지표 가운데 절반 이상이 AI 기반 도구를 활용했으며, 위성자료 분석과 머신러닝을 통해 과거에는 측정하기 어려웠던 생태계 변화와 환경 조건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했다. 특히 초원 보전과 관련한 새로운 글로벌 지표가 도입돼, 세계 초원의 상당 부분이 이미 훼손됐고 남은 초원도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예일 환경법·정책센터의 댄 에스티 소장은 “인공지능과 새로운 기술은 세계 환경 발전 상태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 결과는 우리에게 경고를 던진다”며 “가장 성과가 높은 국가들조차 지구의 핵심 지속가능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환경정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지속가능성 전환은 여전히 더딘 현실을 보여준다.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일부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과 환경성과를 함께 달성하는 사례를 보였음에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 문제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충분히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2026년 EPI는 각국 정부가 보다 정교한 데이터와 강력한 정책 수단을 바탕으로 환경성과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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