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DMZ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대안

서정수 박사(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박순주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09-11 1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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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수 박사 
우리나라 비무장지대 태동은 1950년 한국전쟁 후 휴전협정에 따라 1953년 한반도 중부지역의 동서에 걸쳐 설정된 아픈 역사의 산물이다.

이후 70여년간 인간간섭으로 부터 배제된 생태계, 과히 지구상에서 유일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천연보호구역이 되어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서의 축으로 나뉜 이 지역은 동해안의 적호(跡湖)로부터 태백산맥을 넘어 서해안에 이르기까지 험준한 산악지대와 계곡, 그리고 분지와 대지(臺地)가 있고, 북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주입되는 남강, 서해에 주입되는 북한강, 한탄강 등이 연원(淵源)하는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갖추고 있는 곳이므로 생물지리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식물구계지리학적으로 볼 때는 관북(關北), 관서(關西), 갑산(甲山)의 소아구와 중부아구가 교차하는 지역이기도 하여 많은 북방계식물과 남방계식물이 함께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1966년도 미국의 스미소니언연구소와 한국의 한국자연보존연구회(현, 한국자연환경보전협회)가 공동으로 종합적인 학술조사를 시작한 역사도 있다.

비무장지대(DMZ)는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동서길이 250km, 폭 4km로(면적 886㎢),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민통선이북지역, 1561.49㎢), 접경지역(10개 시·군, 6474㎢)과 인접유역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곳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267종의 멸종위기야생생물종 중 101종(37.8%)이 서식·분포하고 있다(국립생태원 자료).

개인적 견해이지만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대형 포유류 서식 소식도 간간히 들려와 실질적 생물다양성 구조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지구상 유무일한 지역으로 판단된다.

 

다만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현실에 사람과 동물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 실상 파악이 수월치 않다.

이중 핵심적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을 간략히 소개하면, 향로봉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뻗고있는 청량산맥인 태백산맥의 일부로 해발 1,293m의 험준한 산이며, 북에서 유명한 금강산과 남으로는 설악산국립공원을 바라보는 중간 위치에 자리잡은 명산이다.

이 일대에는 동쪽에 건봉산, 서쪽에 도솔산과 대암산이 둘러싸고 있어 전형적인 산악지대를 이룬다. 이 지역에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금강초롱, 칼잎용담과 개느삼의 분포 중심지로서 많은 개체를 찾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또 고산식물인 체꽃, 꽃쥐손이, 구절초 등의 군락이 잘 발달되어 있다. 수계에는 산천어와 열목어가 있고, 봄에는 진달래, 철죽 등 붉은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활엽수의 붉은색, 노랑색, 갈색의 단풍으로 일대 장관을 이룬다. 이 지역은 1973년도에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 되었다.

한편 대암산 서북쪽에는 남한 유일의 고층습원인 용늪이 있다. 지형상 국지적으로 직용 직각상의 하계망을 나타내고 있으며 외국의 전형적인 고층 습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침엽수림은 없고 낙엽활엽수림으로 되어 있으며 연중 안개 일수가 많은 특이한 위(僞)고층 습원이다.

지질학적으로 특이한 지세와 기후적인 특이성으로 인하여 백두산 중복에 있는 대택, 장지 등의 습원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물이끼군락과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군락, 백두산에 흔히 분포하는 비로용담, 장백제비꽃과 조름나물 등이 발견된다.

이밖에도 습원내에는 매미목 수서곤충과 물방개, 애물방개, 물땡땡이 등이 발견되어 1989년도에 자연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 되었다.

철원평야 일대는 과거의 경작지가 오래 방치되어 습지화 됨으로써 두루미, 재두루미 등 세계적인 희귀 조류 등이 찾아와 월동‧서식하고 있는 철새의 낙원으로 오래 전부터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지로 부각되어 온 곳이며 이미 천통리 철새도래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철원평야는 추가령열곡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오리산에서 분출한 현무암에 의하여 형성된 용암평원으로 여러개의 단층으로 구성된 단층계곡이다. 이 지역의 지형 변천과정은 약 27만년전의 용암유출에 의해 형성된 용암평원의 생성을 전후하여 용암유출 이전의 선지형과 원지형, 오늘에 이르기까지 차지형에로의 개석(開析)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제4기 지질과 지형의 변천과정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표식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지역은 1953년 이후 1970년대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휴전선 남방 완충지대 및 인접 지역의 논과 밭은 초지와 관목림으로 크게 바뀌었으며, 철원평야 북방 지역은 소택지를 포함하는 다양한 초지군락지로 자연스럽게 형성 되었다.

평야지대인 관계로 오래전 특유의 생태계는 파괴 되었지만 금꿩의다리, 매자나무, 매화말발도리, 풀싸리, 지리오갈피, 참배암차즈기, 병꽃나무, 벌개미취, 분취 등의 한국특산식물과 세계적 희귀조류인 흰날개해오라기의 서식과 번식이 확인된 곳이며 붉은배새매, 새매, 두루미, 재두루미 등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최근 독수리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관계로 더욱 관심을 기우리는 곳이 되었다.

강화 갯벌지역은 대부분 해안선이고 주변이 갯벌로 이루어져 있어 독특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아울러 한강과 서해를 경계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인간간섭이 비교적 덜했던 지역으로 야생 동식물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근에 산재해 있는 도서에는 세계적 희귀 조류의 번식지가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광활한 갯벌 생태계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높게 평가되고 있다.

 

국제보호조류이며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재두루미와 붉은배새매, 참매, 황조롱이, 소쩍새, 솔부엉이 등이 전 해안에서,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적색자료목록에 등록되어 있는 노랑부리백로는 볼음도에서 40여마리가 관찰 되기도 하여 국제 조류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도 있다.

한강의 끝 종점에 해당하는 유도에는 우리 나라에 불규칙하게 서식하는 조류로 알려진 백로과의 해오라기 200여개체가 백로류와 함께 번식하고 전 세계에 200여마리 밖에 없다는 저어새가 번식하고 있음도 확인되고 있다.

한강 하류와 인접한 이 지역은 상류로부터 운반된 토사에 의해 삼각주가 형성되거나 모래펄갯벌이 발달 되었으며 여기에는 기수 및 해수성 생물들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어 연안 생태계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생물들은 우리들에게 중요한 먹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들을 먹이로 하는 물새와 철새들에게도 중요한 먹이가 되고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출입 제한과 각종 환경오염이 없는 탓에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철새들의 에너지 보급을 위한 중간 경유지로서도 그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는 곳이다.

역대 정부는 DMZ와 관련하여 다양한 시책을 추진한 바 있다. 2000년대 초 김대중 정부의 남북화해 분위기 조성에 따라 2001년 북한과 공동으로 DMZ와 민통선지역에 접경 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하는 계획이 정부의 중점 정책과제로 추진되었으나 북한의 무응답과 비협조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후 남북관계의 현실여건을 고려하여 DMZ 남측지역을 우선 추진키로 결정하고 2011년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 하였으나 철원지역의 용도구역 미흡을 사유로 지정 유보되었다. 

 

그러나 유네스코 ‘DMZ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신청을 계기로 생물권보전지역이 DMZ 일원의 보전과 지속가능발전의 실행전략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아쉽게도 당시 분위기는 남북협력이나 DMZ 보호의 상징성이라는 기대효과에 치중한 바 있다. 

DMZ 일원은 각종 자연생태계 보호지역과 군사보호지역으로 잘 보전된 자연환경, 그리고 냉전의 역사와 함께 만들어진 유무형의 역사자원과 지역문화를 지속가능발전의 큰 강점으로 지니고 있으나, 군사 목적으로 가해지는 각종 통제와 행위제한으로 사업실행에 한계가 상존했다. 

2010년 환경부는 DMZ일원을 백두대간, 연안도서와 함께 '한반도 3대 핵심 생태축'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 미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DMZ는 남북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생물다양성 핵심지역이다. 이중 설악산에서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생태축 복원은 한반도 생태계 축을 이루는 핵심이기에 온전한 백두대간 산경도를 다시 그려볼 온 국민의 숙원사업이다.

이 지역은 DMZ 내에서도 핵심지역 중 한 곳으로 백두대간 연결성에서 시급을 요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남북 신평화체제 상징인 '한반도국립공원' 적합지로 판단된다. 한반도의 분단 체제 극복은 세계 평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아마존 열대우림 생태계를 능가하는 전 세계적 생태계 보고임을 증명할 수 있을 기회가 될 것이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사전적 의미처럼 남한과 북한을 지리적인 특성으로 묶어 어떠한 이데올로기의 간섭도 배제한 순수한 자연의 통합을 이루는 한반도국립공원의 설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협의해야 한다. 이곳이 남북 화해의 장인 동시에 전 지구인의 보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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