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스마트그리드가 에너지 공유시대 앞당긴다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에 필수불가결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4-06 14: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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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김명화 기자] 에너지 분야의 스마트 바람이 본격화됐다. 전력 산업에서 정보통신(ICT)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지능형 전력망)‘가 구현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전기 소비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 중심에 스마트그리드가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 사회의 효율적인 전기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스마트그리드의 효율적인 전기 소비에 대해 알아본다. 

 

▲ 스마트그리드의 개념 <출처=제주 테크노파크(2010), Smart Grid Test Project Guide>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해소
집 안에 설치한 스마트계량기를 보면서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때를 실시간 확인한다. 적당한 시간에 스마트폰 앱으로 스마트세탁기를 작동해 자신만의 전력사용 패턴을 만들고 전기요금을 절약한다. 또 에너지 저장장치(ESS)에 저장해놓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한다. 저장하고 남은 전기는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전력 네트워크 시스템 스마트그리드가 필요하다. 전력망에 ICT(정보·통신)기술을 융・복합하여 에너지 이용효율을 최적화한 시스템이 스마트그리드이다.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함으로써 소비자가 사용한 전기를 지역별로 실시간 확인하고 예측해서 생산량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가 있다.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전기를 만들 수도, 전기 사용량을 조절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전력 계통에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 스마트그리드를 꼽는 이유도 이처럼 양방향 전력 정보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발전에서 송전, 배전, 다양한 전력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전력시스템 전 분야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광역 모니터링 및 제어 기술로 광범위한 지역에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가 가능하다. 컴퓨팅, 시스템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등과 함께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ICT통합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신재생에너지 및 분산발전 통합기술은 에너지저장시스템, 실시간 발전예측 등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분산발전원의 전력망을 연계 관리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공급 위주서 수요 중심으로 이동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목표는 바로 실시간 전기 변동 요금제로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다. 향후 스마트그리드가 널리 확대되어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미래 소비자들의 전기사용 패턴은 지금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는 요금이 올라가고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는 요금이 내려가며 전기요금이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소비자는 그동안 가격이 고정된 전기를 일방적으로 제공받는 데서 벗어나 직접 전력시장에 참여해 전기 사용량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전력 정보를 확인해서 전기가 저렴할 때 전기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전기요금이 비싼 저녁시간에는 집에 보유한 태양광 발전 등으로 생산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가정에서 생산된 전기 중 쓰고 남은 전기는 되팔 수도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소비자들이 아낀 전력을 되파는 시장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 2014년 11월부터 절약한 전기를 수요관리사업자라는 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전력산업이 기존에 ‘공급’ 위주에서 점점 ‘수요 중심’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이처럼 실시간 변동 요금제 등 전력 수요관리 시장이 보다 활성화하는 데에는 스마트미터(Smart Meter)가 필수적이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김동재 기획본부장은 “스마트미터의 획기적인 기능은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량 데이터를 전송하여 전력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에는 월별 총사용량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스마트미터를 이용하면 시간 단위로 전기 사용량 패턴을 파악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내가 쓴 전기를 바로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어 가계부를 쓰며 돈을 절약하는 것처럼 전기를 절약하겠다는 새로운 의식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이점도 있다. 스마트미터는 가정뿐 아니라 사무실, 공장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지역 수준에서 전력의 수요와 공급량을 제어할 수 있다. 또 검침원이 직접 돌아다닐 필요 없이 원격으로 검침할 수가 있어 비용 절감과 더불어 업무 효율까지 높일 수 있다. 결국 스마트미터는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의 측면에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스마트미터 시장의 성장

▲ 기계식(기존계량기, 왼쪽)과 전자식(스마트미터, 오른쪽) 전력량계 비교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전력 부문에 정보기술, 통신기술, 디지털 제어기술을 결합한 스마트그리드는 사물 인터넷의 한 분야인 에너지 인터넷(Internet of Energy)의 산물이다. 스마트그리드에서 대표적인 사물인터넷이 바로 스마트미터(Smart Meter)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억 대의 전기계량기가 존재하는 가운데 약 50%가 스마트미터기로 교체됐다.
현재 스마트미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미터는 스마트그리드 투자에 가장 기본적인 설비로,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EU 회원국은 스마트미터 보급률을 2020년까지 80% 이상을 의무화, 영국은 2020년, 독일은 2031년까지 보급률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59% 보급률을 밝혔다. 한국전력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지난해 아파트 140만 호(정부)와 주택 230만 호(한전) 등에 스마트미터를 신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스마트그리드 산업계 현황

▲ 출처=KETEP(2013.12)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산업 육성을 위해 2012년부터 지능형 전력망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프라 확충에 힘써왔다. 2018년부터는 소비자 활용 가능 서비스 창출을 중심으로 하는 제2차 기본계획의 실행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스마트계량기(AMI) 중심의 내수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KOTRA에서 발간한 ‘스마트그리드 시장동향 및 해외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간 연평균 20.9%의 성장률을 기록, 2023년 613억 달러 규모로 글로벌 스마트그리드 시장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도 구좌읍 일대의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전라남도 가사도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자립섬의 준공식을 개최, 새로운 전력 공급 시스템인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을 시작했다.
LS산전은 ESS, EMS,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 효율적 사용을 가능케 하는 스마트 에너지 토털 솔루션의 모든 제품군을 확보하여 전력 및 자동화 솔루션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미터기 및 IHD(In-Home Display)를 미국과 국내에 이미 시범 공급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한국전력과 2020년까지 에너지 신사업 분야에 총 5000억 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하고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전기차 충전시설 공동사용, 나주 에너지밸리 전기차 자율주행기술과 솔루션 개발, 스마트시티 내 소규모 독립 전력망 구축과 확장 등을 계획 중이다.
누리텔레콤은 이동통신 및 무선망(Zigbee)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다수의 SUN 구축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원격검침기 등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옴니시스템은 디지털 전력량계(전력량 측정), 디지털 설비미터(수도, 온수, 가스, 난방량 측정), 원격검침시스템, 스마트그리드 및 홈네트워크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원격검침이 가능한 디지털 전력량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실시간 요금제 도입과 보안은 과제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스마트미터기에서 네트워크 보안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광범위하고 적용범위도 매우 다양하다. 때문에 전력산업의 일부분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동력산업으로 분류하여 산업 차원에서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스마트그리드 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여 중소기업이 스마트그리드 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전력계통 전문가들은 스마트그리드 산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IT분야의 기술과 혁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전력분야 주도가 아닌 외부역량 주도형으로 변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스마트그리드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신규 사업자가 전력 산업에 진출하는 방식의 일방향식 융합은 기존 사업자인 한국전력의 경직성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업자 간 상호 진출을 통한 양방향형 융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보다 더 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기요금 체계를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실시간요금제(RTP, Real-Time Pricing)의 도입이다.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1단계(2010~2012)에서 실시간 전기요금제 개발을 계획했다가 지금까지 실시간요금제에 이르지 못하고 중간단계인 계시별요금제(TOU, Time-Of-Use), 최대피크요금제(CPP, Critical-Peak Pricing)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요금제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소비절약, 투자비 감축, 에너지 소비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즉, 전기차의 확산, 배터리 충전소 등을 확대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보안문제다. 스마트그리드가 전력망의 사고 위험에 대한 사전 감시 및 보호 기능으로 인해 안전성은 높아지지만, 통신 네트워크와의 결합으로 해킹과 같은 보안위협도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술적 측면에서의 보안대책이나 사이버 보안 관련 법제화 등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당면한 숙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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