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보고, 강촌천

온라인팀 eco@ecomedia.co.kr | 2016-11-03 13:28:32

강원도 강촌, 강촌에 대해 아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 그 엠티장소?” 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만큼 강촌은 펜션과 같은 숙박업소로 사람들에게 익숙한 곳이다. 그러나 강촌의 중심부를 흐르고 있는 하천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숙박업소도 많고 음식점도 많은데 똥물이 흐르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난 반 년 동안 지켜봐온 나는 강촌천을 생태계의 보고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고 느꼈다.


◆ 강촌천의 모습
춘천시 남산면에 위치한 강촌. 주말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숙박을 위해 찾아오고 놀러온 사람들이 탄 사륜바이크는 도로를 질주한다.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하천이 바로 강촌천이다. 춘천에서 학교를 다니며 경춘선 지하철을 타고 지나칠 때마다 저 하천에는 무엇이 살까 궁금했었다. 결국 따스한 5월 가슴장화와 족대를 챙겨서 친구 한명과 무작정 강촌역으로 향했다.
강촌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은 풀이 무성한 수변부였다. 사람에 의해 인공화된 하천은 수변부가 인공적으로 깎여서 돌로 이루어져 있거나 최악의 경우 콘크리트로 발라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강촌천은 완전한 자연하천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나 수변부가 풀과 모래로 이루어져있었다. 이렇게 되면 풀의 뿌리와 모래에 사는 미생물들이 여러 가지 오염물질을 분해하기 때문에 수질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수변부에 풀이 우거진 강촌천의 모습 

 
또한 풀숲 너머엔 흰뺨검둥오리 떼와 왜가리, 중대백로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있었다. 그 중 왜가리와 백로는 어류를 잡아먹고 사는 새이기 때문에 강촌천에 어류가 풍부하다는 반증이기에 더욱 흥분되었다. 바로 가슴장화를 착용하고 들어가 족대질을 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다양한 종의 어류들이 나왔다.
 
◆ 26종의 다양한 어종 채집..... 게다가 50%가 대한민국 고유종!

△어류조사를 진행중인 친구

족대질을 하니 처음에 참갈겨니가 잡혔다. 2급수의 지표어종이기도 한 참갈겨니는 대한민국 고유어종으로써 피라미와는 같은 속(genus)에 속하는 친척지간인 어종이다. 족대에 들어온 녀석은 마치 5월이 산란기인걸 자랑하듯 화려한 혼인색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선명한 비늘과 타오르듯 붉게 물든 주둥이와 배부분, 암컷에게 과시하기 위해 더 커진 지느러미들, 그리고 다른 수컷과 암컷을 두고 싸우기 위해 산란기에만 돋아나는 두드러기처럼 보이는 입가의 하얀 추성! 잡은 순간 탄성을 자아나게 하는 발색이었다.
 

△대한민국 고유종 참갈겨니 수컷의 화려한 혼인색, 입가의

추성이 돋보인다.  

또한 줄납자루가 채집 되었는데 줄납자루는 살아있는 민물조개의 몸 속에 산란을 하는 독특한 습성을 가진 대한민국 고유종 어종이다. 납자루아과 중 물살을 타며 헤엄치는 것을 좋아하는 줄납자루는 물이 오염된 곳에는 서식하지 못하는 어종이다. 

 

이렇게 흥미로운 어종들이 채집되자 아에 본격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마음 먹고 내가 속해있는 강원도연합생태동아리(FIMP)의 부원들과 함께 매달 어류모니터링을 실시했다.
하천의 폭도 넓지 않고 길이도 비교적 짧아서 별 기대를 안했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대한민국 고유종 줄납자루 수컷. 오염된 물에서는 살지 못한다.

족대와 유인어구만을 사용한 6개월간의 모니터링에서 총 533마리의 담수어류를 채집하였고 총 26종의 다양한 어종을 만났다. 그런데 그 중에서 무려 13종, 즉 50%의 어종이 대한민국 고유종이었다.

◆ 다양한 생명이 서식하고 있는 강촌천
어류 모니터링을 주로 하다보니 어류 말고도 다양한 생명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다양한 수서곤충이다. 그 중에서도 게아재비와 장구애비가 반가웠다. 이들은 사

△강원도연합생태동아리 부원들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잡힌

어종들을 풀어주는 모습.   

마귀와 같은 큰 앞다리를 가지고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들을 잡아서 날카로운 입으로 찔러 체액을 빨아먹는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엉덩이 끝에 긴 호흡관이 있는데 이 관을 물 밖으로 내밀어서 호흡을 한다. 그래서 호흡관만 물 밖으로 내밀고 몸은 물 속에서 가만히 멈춰서 사냥을 할 수 있다. 
또한 물가하면 빠질 수 없는 개구리들도 보였다. 폴짝폴짝 뛰어다녀서 잡기 힘들었던 참개구리와 족대질을 하다보면 족대 속에서 펄쩍 뛰어서 놀라게 만드는 옴개구리도 강촌천의 소중한 식구이다.
 

△힘이 좋던 참개구리(좌)와 옴개구리(우)

어류조사를 하던 중 풀숲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바로 커다란 메기의 사체였다. 무엇인가에 잡아먹혀서 몸통부분은 없고 단단한 머리만 있었는데 부패하지 않고 피부가 깨끗한 것으로 보아 최근에 먹힌 것 같았다. 머리의 크기만 해도 8cm가 넘어가는 대형 메기였는데 머리 부분을 자세히 보니 날카로운 이빨자국이 보였다, 그 말은 대형 포유동물 즉 너구리 또는 수달이 잡아먹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잉어같은 어종과 달리 메기는 물 깊은 곳 바위 밑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수달에게 잡아 먹혔을 확률이 높다 (자연다큐멘터리 감독 윤순태감독님의 자문). 즉 강촌천에

△모니터링중 발견한 메기의 머리. 몸통은 누군가에게 먹혔다. 

멸종위기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서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가장 큰 수확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무분별한 공사에 의해 신음하고 있는 강촌천
이토록 아름다운 강촌천을 10월 초에 찾아갔을 때 나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천 바닥은 다 파헤쳐지고 정화작용을 해주던 풀숲들은 전부 토사로 뒤 덮여 있었으며 물길은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강촌천은 대대적으로 공사 중이었고 필요성이 의심되는 인공적인 돌다리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주변 분들께 여쭤보니 하천을 잘 공사해서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듣는 순간 어이가 없고 너무나 화가 났다. 그렇지 않아도 숙박업소와 음식점에서 나오는 오폐수와 관광객들이 버린

△물길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다. 수변부의 아름다운 풀숲은 이미

자갈과 흙으로 뒤덮혀서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건만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또 공사를 한다니 말이다.
모니터링을 하던 장소 중 몇 곳은 확인해보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몇몇 어종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니터링 장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있고 남아있는 곳마저 상, 하류가 모두 공사 중이어서 모래와 자갈이었던 하상도 토사로 뒤덮인 채로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다.
그리고 어류, 조류, 포유류, 곤충 등 다양한 생명을 품고 흘러가던 강촌천을 이렇게 인간이 순식간에 파괴하는 모습을 보자 너무나 허탈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날이 어두워져도 인부들과 공사장에서 모래와 자갈을 싣고 나오

는 차량들로 인해 공사 현장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 날 모니터링에서 확인했던 족대에 잡힌 물고기의 눈이 그날따라 슬퍼 보였던 것은 내 착각일까??   

<글·사진 그린기자단 김정훈, 한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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