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KEI 원장에 듣는다, 인류와 생명종이 함께 더불어 사는 환경 정책

김한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4-12 13: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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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조명래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은 90년대 중반부터 환경산업을 서포트 해왔다. 그는 당시 대표적인 환경 잡지 ‘환경과 생명’에 몸담았던 경험을 더불어 환경은 공동체 그 자체라고 말한다. 조명래 원장이 바라는 인류와 생명종이 함께 더불어 사는 환경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조명래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원장

 

 

토지는 전형적인 환경이자 자연이다. 조원장은 토지는 인간이 독점해 소유할 수 없고, 그것이 바로 토지의 본질적인 가치라고 말한다.  

 


“옛날 인디언들은 땅은 우리 소유물이 아니라 잠시 빌려 쓴다는 개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토지를 경제적 재화로 받들었던 자유주의 철학자들조차 아주 처음부터 토지는 다른 상품적 가치를 지닌 재화와는 다르게 생각했죠.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대전환」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는 오래 전 살림 경제론, 쉽게 말해 시장화 안 된 경제의 삶을 살았습니다.”


과거 우리는 김치가 먹고 싶으면 밭에서 배추를 길러 직접 만들어 먹으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김치가 먹고 싶으면 시장에 가면 된다. 그곳엔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게 구비되어 있으니까. 시장에서 원하는 재화를 얻기 위해선 화폐가 필요하고, 화폐를 얻기 위해 우리는 우리 몸을 상품화시켰다. 이렇게 얻는 소득으로 필요한 재화를 교환하게 됐다.


“우리의 삶속에 배어 있던 것들이 독립성을 지니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삶과 경제적 삶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바로 사회적 경제 운동이죠.”


조 원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성미산 마을운동을 들었다. 육아라는 것조차 재화를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 상품이 되어버린 지금, 성미산 사람들은 서로의 자녀들을 돌봐주며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돌봄 자체가 생활이자, 육아이자, 돈을 버는 수단이 된다는 게 사회경제인 것이다. 환경도 사실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가 열리며 사람의 노동과 자연의 토지 같은 것들이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조원장은 환경이 부(富)의 한 부분에 종속된다면 앞으로 발생하는 환경문제들은 해결하기 힘들어 질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사회 경제의 가장 큰 모순된 출발점이 상품화 되면 안 되는 것들이 상품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의 몸과 토지죠.”


지난 만년의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나면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때부터 문명이 탄생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필요에 의해 자연을 우리 입맛대로 파괴하고 침범했다. 또한 산업 발전으로 생성되는 노폐물을 자연에게 맡기고 방치했다.


“자연이 더 이상 인간이 저질러놓은 노폐물들을 감당할 수 없는 때가 오고만 것입니다. 자연이 스스로의 치유능력을 잃어버린 지금, 많은 학자들은 ‘인류가 만든 세대’라는 뜻인 ‘인류세’라고 부릅니다.”


이 ‘인류세’를 특정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닭 뼈’다. 현재 지구의 지질층은 인류들이 만들어 놓은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 만큼 생명 종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많이 변화했다. 하루에도 지구에 사는 동물들 중 약10종정도가 멸종된다. 하지만 일부 종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인간 그리고 닭이다. 인간들의 수요 증가로 인해 산업적 축산 기술이 생기며 예전과 달리 닭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하고 있다.


“1년에 사람들이 먹는 닭의 무게가 3천 500만 톤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정도의 닭 뼈가 지구의 지질층에 매립된다면 아마 미래에는 인류세를 특정 짓는 화석이 닭 뼈가 될 확률이 크겠죠.”
조원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또 다른 대표작으로 플라스틱을 언급했다. 알루미늄, 플라스틱은 만들기 시작한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무려 86억 톤이 생산됐다. 이중 79%가 땅에 매립됐는데, 매립된 플라스틱들은 부패되지 않고 마모된 상태로 생태계를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저지대인 해수면으로 흘러들고 곧 표면을 뒤덮거나 부유물이 되어 떠다니게 된다. 북대서양의 경우 잡힌 물고기의 76~78%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결국 피해는 물고기를 먹은 인간에게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플라스틱이 배출하는 독소인 환경호르몬은 인체에 쌓여 환경 질환을 유발했다.


“전체 질환의 60%를 환경 질환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환경의 역습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인간이 환경을 오염시킨 결과를 돌려받는 거죠.”

환경 문제의 스케일은 이미 행성 급으로 확장됐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환경문제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미세먼지 문제 또한 정확한 이유를 밝힐 수 없는 것이다. 환경의 고리 중 하나가 부동산, 토지를 상품화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집을 과소비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주택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오염물질들도 환경을 위협한다. 조원장은 고층 아파트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 때문에, 아파트 안에선 공기청정기를 켜고 숨을 쉰다고 꼬집어 말했다. 환경이 비용이 되고 있는 시대다. 따뜻한 햇살과 맑은 공기를 편익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끝나고 비용을 지불해 얻어야 하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문명적인 대전환이 있지 않은 이상 환경적 미래는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산업, 복지, 교육, 지방자치, 도시개발 등 한국사회의 녹색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자로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정책기관에서 몸담고 있는 조원장은 계획했던 일들을 직접 실현시킬 수 있는 점을 뺀다면 많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을 5년째 하다가 물러났는데, 끝날 무렵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 결국 큰 논리, 대세를 내가 어쩌지 못한다는 무력감 때문이다.


“생활에서 환경을 옥죄는 주 정체를 바꿔야 하는데 그것을 건드리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결국 환경을 ‘나의 경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제는 더 이상 환경이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원장은 연구원에 ‘생활환경부’ 부서를 신설했다. 생활 속에서 미세먼지나 유해화학물질 등 피부에 와닿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근(近)환경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최근 조사 결과 연간 새롭게 등장하는 유해화학물질이 약1000가지이다. 주로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들은 우리나라에 현재 4만 가지 정도가 된다. 유해물질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이 IMF 이후부터였다. 그만큼 산업이 발달하면서 환경오염이 증가했다는 말인데, 유해물질 외에도 미세먼지 노출도 또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 속에도, 숨 쉬는 대기 속에도 인간을 위협하는 유해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선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하는데, 현재의 수준에서는 환경의 복잡성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환경문제는 근본적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 대기, 토양, 수질 이외에도 사회 환경문제에 관해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원장은 환경에 대해서 수용체들이 겪는 편익(Benefit)과 비용(cost)는 다 똑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른바 ‘환경 불평등’에 관한 것인데, 환경이 재화가 되고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소득의 수준이 낮은 수용체 일수록 상대적으로 환경오염에 더 노출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저소득층 인구가 일반 소득층 인구보다 천식 발병률이 무려 30-40%가 더 높다고 조사된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환경서비스도 환경 약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정책이 연구되어야 한다.


조원장은 OECD의 환경정책 처방과 같이 환경민주주의, 환경정의 실현, 환경정보 및 자원의 접근, 정책참여 등이 제도적으로 충분이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환경 피해를 받았다면 그것은 환경권리 침해다. 환경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골고루 나눠져야 하고, 이를 담아내기 위해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환경이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흐름을 교란시키지 않는 발전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비환경부서의 정책을 녹색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제적 목적을 위해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 옳지 않다. 올바른 발전을 위해선 비환경부서도 생태적 가치를 알아야 함께 환경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다.


조원장은 환경영향평가는 장기적으로 환경의 가치를 올곧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선 스코핑, 다루는 항목, 평가 방법도 달라져야 하고, 정책연구부와 결합해 평가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해 제도로 운행되다보니 정부기관들과 공청회, 협의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보다 형식적으로 진행되거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항들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가 이번부터 환경영향평가 검토과정을 개방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여러 주체들의 검토를 받게 되면 평가과정도 더 신중해지고, 원안이 무리하게 바뀌는 경우도 사라질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개방적인 협의절차를 통해 서로 보완하고 공감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로 바꿔나가는 것을 현재로서는 가장 중점에 두고 있습니다. 참여형 환경평가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또한, AI(인공지능)의 알고리즘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평가 자체를 디지털화 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금까지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문제점의 피드백을 위한 TF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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