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전 의원, 국토 경관 - 환경문제 유기적 연결

“밭경지 사업으로 경계 분명히 해야”
강유진 기자 eco@ecomedia.co.kr | 2017-12-04 12:48:16

포천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철우 의원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한탄강 댐 반대에 앞장섰고, 국회의원 당시에는 소외지역인 포천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목도했다.

이철우 의원을 만나 우리나라에 필요한 환경 정책과, 평소 가지고 있는 환경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포천 17대 국회의원 이철우

 

 

국토경관의 이상적인 모습을 꿈꾸며
“우리나라 지형에 맞게 경계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환경 정책이 무엇인지 묻자 이철우 의원은 국토경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원전이나 미세먼지 같은 문제가 아닌 ‘국토경관개선(경계 정비)’ 문제를 꺼냈다.  

 

국토경관개선과 환경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국토 경관을 잘 구분 짓고 그에 따른 세부적인 환경문제를 접근해 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산지, 논‧밭, 주거지, 해안의 경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밭경지 사업’을 하면 산과 밭의 경계가 분명해 진다. 그리고 밭에 딸려있는 실개천과 수로 등 관개 시설에 대한 종합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제주도는 한라산, 농지, 취락지구, 해안이 잘 정리 된 편이다. 돌담으로 경계가 분명하다. 이철우 의원은 한반도 전체를 큰 제주도로 보고 경계를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의원이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그 동안 환경 운동과 국회의원을 거치며 국토경관과 환경의 밀접한 관계를 보아온 탓이다.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이었다. 4대강 사업은 홍수와 가뭄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명분이었지만 진정 홍수와 가뭄을 막기 위해선 지천을 정비한 뒤 큰 강을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토목은 대기업이 하다 보니 작은 지천에 관심이 없다. 큰 강 중심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아온 이철우 의원은 ‘밭 경지 사업’을 통해 지천을 정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천을 정비해 홍수와 가뭄 피해도 줄 일 뿐 아니라 산과 밭의 경계가 분명해 져 국토 경관도 훨씬 아름다워진다.  

 

또한 대기업 중심인 국가 토목에 중소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구조도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지천관리에 대기업이 설계와 감리를 맡고 중소기업이 용역을 맡는 방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관련 법이나 예산사용 면에서 시‧도 단위로는 힘들다.  

 

국토 경관개조의 의미는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자원을 잘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 위에 환경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지금은 국가 경관 따로, 환경문제 따로 다룬다. “유기체로 봐야 한다. 국토를 보는 사고방식을 바꿀 때가 왔다.”  

 

쉰 번째 흐르는 한탄강
사실 국토 경관과 환경문제를 유기적으로 보는 시각은 4대강 보다 훨씬 앞선 한탄강 댐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철우 의원에게 한탄강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한탄강 댐 사업에서 국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쓰여 지는 것을 봤다.”

목적을 위해 사실이 왜곡되고, 제어되지 않는 탐욕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지 목도한 그는 2000년에 한탄강 네트워크 사무처장을, 2002년에 한탄강 댐 백지화를 위한 3개 군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내며 본격적인 환경운동의 길에 들어섰다.  

△ 한탄강댐 건설 반대 운동에 나선 이철우 의원

 

 

사회 부패고리와도 깊이 연관된 개발 현장을 보며 강을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나섰지만 결국 한탄강 댐은 완공 됐다. 이후 이철우 의원은 한탄강에 대한 애착을 담아 ‘쉰 번째 흐르는 한탄강’이란 시집을 발표했다.

 

“한탄강 댐이 정부 뜻대로 되면서 이어 4대강 사업이 시작됐다. 이런 토목(댐건설)이 왜 필요한가? 환경을 보는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환경을 보는 인식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이제는 개발 할 때도 그에 따른 환경 영향, 민원 등을 개발비용에 포함시킨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이런 관점은 결국 환경을 대결·경쟁구도로 만든다. “환경문제는 늘 갈등의 문제였다. 환경 이슈에 대해 찬·반이 애초에 존재한다. 자신의 입지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할 뿐이다.”  

 

최근 원전 공론화 위원회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철우 의원은 2003년 원전 부안 방폐장 논란 당시 국민통합위원회 간사였다. 당시도 갈등이 심각했다. 정부가 어쩌지 못하자 국민통합위원회에서 부안 방폐장을 백지화하는 결정을 내렸고, 경주에 저준위 폐기물을 저장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이번 원전 공론화 위원회에서도 보듯이 갈등을 완충할 수는 있지만 해결하지는 못했다. 환경은 생존의 문제이고 나라의 근본을 만들어 가는 문제인 만큼 갈등이 아닌 큰 틀에서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 이철우 의원은 통합에 대해 “환경에도 헌법을 만들 듯이 헌장이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환경은 늘 개발 뒤치다꺼리만 한다”고 덧붙였다.  

 

포천, 개발에 환경 뒷전
개발에 밀려 환경을 지키지 못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포천’이다. ‘경기도 포천’을 검색하면 허브아일랜드, 포천아트밸리, 국립수목원, 산정호수 등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내용이 쏟아진다. 대부분 포천은 물 맑고 공기 좋은 청정 관광지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철우 전 국회의원은 달랐다. “지금 포천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환경”이라며, 소외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문제를 꼼꼼히 짚었다.  

 

포천은 기본적으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으나, 지리적 접경지이자 소외지로서 주요 국가 계획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서울이 개발되면서 밀려난 영세중소기업이나 폐기물사업 등 환경오염이 심각한 업종이 포천으로 밀려 들어왔다. 전에 비해 줄었지만 지금도 포천에는 염색, 피혁공장 등이 많다. 당연히 하천과 대기오염 문제도 심각한 편.

 

포천시는 2개의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관리에 나섰지만 참여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이철우 의원은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수질·대기 관리 면에서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산업단지에 설립되고 있는 석탄발전소가 그렇다. 포천은 시내에서 10km 근방에 석탄 발전소를 세우고 있다. 정부정책에 따라 신규 석탄발전소는 건설을 중단하고 있지만 포천의 경우 공정률이 80%이상이라 중단되지 않고 진행 중이다.

 

석탄 발전소의 본래 취지는 좋았다. 염색업체가 개별적으로 스팀(열)을 생산하던 것을 석탄발전소에서 일괄적으로 생산하기로 한 것. 발전 총량은 똑같지만 오염물 규제 등 관리‧감독이 수월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건설되고 있는 석탄발전소의 용량은 400메가. 산업단지에 스팀을 제공하는 용량을 훌쩍 넘는다. 결국 너무 많은 발전을 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포천시의 대기 오염과 이어진다. 심지어 일부 염색업체는 석탄 발전소에서 제공하는 스팀이 아닌 자체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석탄 발전소의 본래 취지마저 퇴색됐다.

 

이철우 의원은 포천의 상황을 보며 “정부 정책이 여전히 성장 위주다. 환경 비용문제 얘기 안한다. 이런 정책들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조언했다.

 

△ 포천 한탄강 8경중 제1경 대교천 현무암협곡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민도와 환경은 비례
물론 정부 정책만 탓할 수는 없다. 이철우 의원은 민도(民度)와 환경은 비례한다고 말했다. “민도가 낮으면 환경이 민도만큼 오염된다.” 민도, 즉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을수록 지역은 깨끗해진다. 그리고 주민이 조직화 되지 않고 환경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그런 지역으로 오염 산업이 들어오게 된다는 뜻이다.   

 

강남과 포천을 비교해 봐도 그렇다. 언뜻 생각하면 강남은 회색도시인 것 같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서 투자를 많이 한다. 인위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관리는 철저하다.

 

“과거 중랑천은 오염이 심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포천천보다 좋다. 강남엔 공장 하나도 없다. 대기오염이라면 자동차와 빌딩이 뿜는 게 전부다. 포천은 공장 굴뚝 하나가 뿜어내는 양이 강남 일대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그래서인지 옛날엔 공기 좋은 외곽에 살면서 서울로 출근하는 인구가 많았는데, 최근엔 반대로 삶의 질이 높은 서울에 살면서 외곽으로 출근하는 인구가 더 늘어났다.  

 

작은 마을에서는 주민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이장이 곧 민도다. 이장이 환경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동네가 망가진다. 이철우 의원은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았다. “작은 오염업체가 동네 하나 망가뜨리는 건 시간문제다.” 요즘엔 개발자도 환경문제나 민원에 신경 쓴다. 축사나 공장이 들어오기 전에 마을 이장부터 만난다. “이장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즉 환경문제는 낮은 민도(民度), 지자체장 철학, 행정 상급기관의 무관심, 정부정책 등이 엮여져 발생하며, 포천은 대표적 환경 소외지역이 된 것이다.  

 

환경운동은 자기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
한탄강 댐 반대에서 시작해 포천의 여러 환경 문제를 겪은 이철우 의원에게 환경운동은 어떤 의미일까.

“환경운동은 인간이 자기의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환경문제를 이해하는 수준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이 나온다며, 인간이 지구‧우주‧삶에 대한 폭 넓은 인식이 있다면, 일상에서 쓰레기 버리기 같은 작은 행동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환경을 위한 작은 행동이 사회 전반적으로 상향조정 될 때 발전이 있다. 양 극단은 결국 제로(0)다. 앞서 말한 환경을 보는 시각이 큰 틀에서 합의 돼야 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작은 이해관계에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환경에 대한 인식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더 발전된 IT시대를 맞이하게 되겠지만 환경은 이것을 초월하는 것이다. “인간의 고유 욕망인 탐욕으로 과학, 이성, 심지어 감성도 조정된다. 언젠가 로봇(IT)도 눈물을 흘리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환경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인간의 영역 중에 IT도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과학, 이성, 감성을 넘는 그 무엇. 나는 그것을 영성이라 표현한다. 영성의 차원에서 환경을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신이 우주를 창조한 원리가 있다. 작은 개미도 무시할 수 없다. 개미의 창조 원리대로 지구에 영향을 미치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자연이 창조된 원리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환경문제의 대부분은 땅속에 있는 걸 밖으로 내와서 생긴 것이다. 지구 생명 시스템을 꺼내오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플라스틱도 원래 땅속에 있는 것이다. 이렇듯 창조 원리를 거스를 때 상상하지 못한 카오스가 있을 것이다.”  

 

인간도 우주에서 보면 개미만큼 작다. 이철우 의원은 “인류가 겸손해져야 한다”며 과학과 이성으로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은 맞지만 환경 개발론자도 보호론자도 더 이상 과학과 이성의 관점이 아닌 ‘자연 창조원리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국토경관개조도 결국 창조원리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연을 잘 보존하기 위해 경계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차근차근 다뤄 나갈 때 본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금수강산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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