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을 향한 기습공격! 바이오블리츠

생명을 마주하고 이름 불러주기
강유진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7-02 12: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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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블리츠는 bio(생물)과 blitz(기습공격), 한국어로 의역하면 ‘생물다양성번개’라는 뜻으로 24시간 동안 생물전문가와 일반인들이 함께 행사지역의 모든 생물종을 찾아 목록을 만드는 과학참여 활동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과 같은 이유로 급속히 감소하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이 행사가 국내에 도입되었고 ‘바이오블리츠 서울’은 2015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6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 동안 ‘바이오블리츠 서울 2018’은 제 1광장을 베이스캠프로 두고 관악구 관악산에서 개최됐다.

 

탐사는 50명의 ‘생물다양성 탐사대’와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탐사 팀, 그리고 미리 선정된 8개 지점에 배치된 분야별 교육담당 전문가와 280명의 시민이 조를 나눈 교육탐사 팀으로 나뉘었다. 

 

전문가 탐사팀은 식물, 곤충, 양서파충류 등 17개의 조로 편성되어 24시간 동안 발견한 생물종을 ‘네이처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에 기록해 생태지도를 만드는 조사활동을 하였고, 교육탐사 팀에서는 곤충탐사, 식생조사, 어류탐사 등 8개의 지점에서 해당 지점 일대의 생물을 탐사했다.

제1광장 베이스캠프에서는 생물다양성 한마당이 열렸다. 참여한 15개의 부스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과 전시를 준비했다.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는 야생조류의 둥지 표본을 전시하고 있었고, 서울대공원에서 운영한 부스에서는 동물표본 만져보기, 부채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 어치의 둥지표본



첫째 날 탐사는 2시부터 시작되었다. 포유류 전문가 우동걸 씨와 함께했는데, 분야별 전문가 한 분당 최대 4명까지 동행하지만 신청자가 적었는지 단둘이서 가게 되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도 다람쥐는커녕 포유류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숨은 점점 가빠지고 속도도 느려지고 있었다. 그러다 등산로를 벗어나 들어간 곳에서 넓적사슴벌레를 발견했다.

▲ 넓적사슴벌레


누구나 한 번쯤은 키워봤을 법한 생물을 채집통이나 책이 아닌 자연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잠시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며 넓적사슴벌레를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에 옮겨주었다.

산을 거닐면서 많은 풍경을 보았다. 산불이 났는지 까만 옷을 입고 말라버린 나무들, 은은한 광택이 있는 까치 깃털, 그리고 쉴 때 앉아서 본 산과 새소리는 지친 나를 다독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는 눈살을 찌푸려지게 했다. 숲 길 중간에 비닐봉지째 버려진 쓰레기, 곳곳에 그냥 던져져 있는 쓰레기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탐사를 시작한지 3시간이 되어 가는데 포유류는 단 한 종도 찾지 못했다. 우동걸 씨도 “작년에 바이오블리츠가 열린 수락산에서 5종정도 발견했을 때는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진짜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다 잠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쪼르르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혹여나 도망갈까 숨을 죽이며 그 다람쥐를 카메라에 담았다. 

▲ 다람쥐


저녁을 먹고, 제 1광장 베이스캠프에서 세 명의 전문가가 생태에 대한 이야기와 연구과정을 소개하는 ‘전문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졌고,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결국 프로그램이 중단되었다. 사전예약자에 한해 진행될 예정이었던 야간 곤충탐사도 취소되었고, 참가자들은 아쉬움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새벽 5시, 미리 프로그램을 신청한 조류탐사팀은 부지런히 일어나 길을 나섰다. 새의 이름과 특징을 배우고, 여러 새 소리를 들으며 새를 찾아다니다 박새 둥지를 관찰하기도 했다. 조류탐사를 다녀온 사람들은 베이스캠프에서 서로 사진을 공유하거나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어서 본격적인 탐사는 8시부터 시작됐다. 참여한 분야는 벌목이었고 전문가 이흥식 씨와 함께했다. 포유류 탐사와 달리 시작부터 많은 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농사에 큰 지장을 주는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궁둥이가 위로 들려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밑들이메뚜기, 암컷만 침을 가지고 있는 좀뒤영벌, 쉽게 보기 힘든 큰광대노린재 등 다양한 생물을 관찰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내려가는데 등산로 시작 부근에서 나비 한 마리를 발견했다. 사람이 곁에 있어도 도망가지 않고 날개를 잘 펴지 못하는 것으로 볼 때 우화한지 얼마 안 된 개체 같았다.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방금 발견한 나비의 동정을 나비 전문가 이봉우 씨에게 부탁드렸다. 핀셋으로 조심스레 날개를 펼쳐보니 은하수를 연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색이 펼쳐졌다. 

▲ 은날개녹색부전나비

 

▲ 은날개녹색부전나비


이름은 ‘깊은산녹색부전나비’ 같다고 했다. 원래 강원도 부근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이곳에서의 발견에 무척 놀라워하셨다. 하지만 후에 다른 전문가에게 자세한 동정을 부탁드려 이 나비가 ‘은날개녹색부전나비’임을 알게 되었다. 

(참고)깊은산녹색부전나비<사진제공=네이버블로그 攻彼顧我(공피고아)>


사람들은 생명의 이름을 외우고, 특징에 대해 자세히 외우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빠른 랩가사를 뱉듯이 생명을 동정하고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고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묻는다.

 

그들에게 별다른 것은 없다. 평소 지나쳤던 나무의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것. 그 나무의 잎이 언제 떨어지고 언제 싹이 트는지 관심 가져주는 것. 그들은 그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행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악산에 사는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지나친 길을 조금 더 천천히 걷고, 내가 걸어갈 길보다는 길 주변을 바라보고, 생물을 보면 한 번 슥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마주하는 것.

 

탐사가 끝난 뒤 베이스캠프에서 모인 사람들이 저마다 채집한 생물들과 사진을 보며 왁자지껄한 모습은 자연을 관찰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무언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행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24시간동안 기록된 생물의 종의 수가 공개되었다. 991종으로 역대 최고였다. 이틀 동안 그 만큼 많은 생물들의 이름이 우리들 사이에서 불리었을 것이고, 기습공격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 글.사진 : 그린기자단 이우고등학교 이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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