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水),생존을 위한 기본적 권리인가,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인가?

UNDP 보고, 11억 인구가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없고,
24억 인구가 비위생적인 물로 인해 15초에 한 명씩 아이들 사망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09-06 12: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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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007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는 본드 영화의 22번째 영화로 2008년 11월에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는 세계 물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다국적기업을 새로운 공공의 적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007 영화는 악당들의 역사이며, 새로운 시리즈마다 사회적 이슈를 영화의 모티브로 삼아 왔다. 이 영화에서 친환경 주의자를 표방한 도미닉 그린이 새로운 공공의 적으로 등장하는데, 표면적으로는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환경주의자지만 실은 거대 조직의 수뇌부로서 지구상의 수자원을 독점하겠다는 야욕에 찬 인물이다.  

 

도미닉 그린은 악당이며, 볼리비아에서 그의 첫 음모가 시작된다. 우선 거대한 지하 대수층(帶水層)을 매입해 볼리비아 수자원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군사 쿠데타에 자금을 제공한다. 이로써 볼리비아 사회당 정부를 무너뜨리고, 민영화에 찬성하는 대통령을 취임시켜 볼리비아 수자원을 독점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볼리비아의 수자원을 통제해서 떼돈을 벌겠다던 도미닉 그린은 본드와의 격투 끝에 절뚝거리며 사막 한가운데에 버려져 물 한 모금을 그리워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던 물, 경제적인 무기로 삼으려고 했던 바로 그 물을 사막에서 그리워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물 전쟁
영화의 배경인 볼리비아에서는 실제로 코차밤바(Cochabamba) 지역의 물을 사유화한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주민들이 맞서 격렬한 ‘물 전쟁’을 치렀다. 두 달에 걸친 항쟁은 주민들의 승리로 끝나고 진두지휘하던 지도자들은 볼리비아 정치의 중심에 섰다. 코차밤바의 승리는 유사한 물의 환경을 가진 남미 주변국들에 큰 영향을 미쳤고, 198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다국적기업 중심의 세계화 정책에 정면 도전한 일로써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코차밤바의 ‘물 전쟁’의 배경에는 볼리비아에 대한 세계은행의 2500만 달러 대출과 관계가 있다. 세계은행은 볼리비아가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려면 자본이 필요하고, 외국계 자본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각종 민영화가 필수적이라고 권고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세계은행의 권고를 수용해 국제컨소시엄 ‘아구아스델투나리(Aguas del Tunari)’에 이 지역 상수도 운영권을 부여했다. ‘아구아스델투나리’에는 미국의 벡텔사를 비롯한 다국적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상수도 운영권을 확보한 국제 컨소시엄은 2000년 1월 수도요금을 35%나 인상한다. 대다수 가정에서는 수입의 5분의 1을 수도요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코차밤바 주민들은 마침내 폭발하게 된다. 시민단체는 상수도 공급체계와 요금인상의 부당성을 제기하면서 저항했고 운동은 급속히 확산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강경 진압 방침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했다. 우여곡절 끝에 볼리비아 정부는 2000년 3월 상수도 민영화를 철회하면서 물 전쟁은 주민들의 승리로 종결됐다.
코차밤바의 승리는 물 분배에 있어서 시장의 적절한 역할은 무엇이며, 물에 대한 접근을 다시금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폈다.
볼리비아에 차관을 제공하면서 물의 민영화를 강요한 신자유주의의 선봉장격인 세계은행, 이윤획득에 급급한 다국적기업에 저항한 볼리비아 민중들, 그리고 NGO들의 투쟁은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물을 둘러싼 국제분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의 민영화 문제와 관련한 논쟁은 항상 거대 다국적기업과 집요한 NGO 간의 경쟁적 양상을 띠면서 전개된다. 양측은 각각 극단적인 지지자들이 존재해 사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를 분간하기조차 쉽지 않다.

지구촌에 당면한 물
‘21세기는 물의 세기’. 이는 물에 대한 밝은 전망을 예측한 말이 아니다. 이말은 1995년 당시 세계은행 부총재 이스마일 세라겔딘(Ismail Serageldin)이 “20세기가 석유를 둘러싼 전쟁이라면 21세기는 물을 둘러싼 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말에서 비롯됐다.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불행하게도 세라겔딘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구는 ‘물의 혹성’이라고도 불릴 만큼 물이 풍부하다. 그러나 WMO(세계기상기구)에 의하면, 지구상의 물은 97.5%의 해수와 2.5%의 담수로 구성되어 있다. 2.5%에 불과한 담수는 그나마 태반이 극지나 빙하의 물이고 기타 증기나 구름 등의 형태로 대기 중에 있다. 우리가 이용 가능한 물은 하천, 호수, 강우 등의 표류수(表流水)로 지구상 존재하는 물의 0.008%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으론 20세기 초에 25억 정도였던 지구 인구는 점점 증가하여 60억을 돌파하였고 UN은 2025년에는 80억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환경파괴와 수질오염 등을 초래하고 귀중한 수자원을 감소시키고 있으나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마땅한 묘책도 없는 상태다. 급격한 도시화와 그에 따른 수질오염, 그리고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취수원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 국가 간의 수자원 분배를 둘러싼 국제적인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  

 

물은 인간의 생명 그 자체다. 인체는 60~7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체내의 수분 중 10%만 잃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비교적 저렴하게 양질의 수돗물을 사용해 왔으며, ‘돈/시간을 물 쓰듯 한다’는 속담처럼 오랫동안 물 걱정 없이 살아왔다.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 얻을 수 있는 물로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지구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06년 UN개발계획(UNDP)의 보고에 의하면, 11억 인구가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없고, 24억 인구가 비위생적인 물로 인하여 15초에 한 명씩 아이들이 죽어간다. 세계는 오염된 물이지만 먼 거리의 취수원에서 물을 길어오기 위해 여성과 소녀들이 매일 2억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중화장실로 인해 야간에 납치나 성폭행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식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씻을 물은 생각지도 못해 사람 만나기를 꺼리거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심화하는 물 부족 현상
100년 내 최악의 가뭄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은 2018년 2월 도시 전체의 수돗물 공급을 차단하는 ‘데이 제로(Day Zero)’ 카운트다운에 돌입헀다. 사용량 제한 등 물 절약으로 시행일이 늦추어지고는 있지만 물 부족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물 문제와 관련하여 UN 관련 기구에서 마련한 ‘UN 세계 수자원 개발보고서’에 의하면 인구증가, 수질오염, 지구온난화 등의 원인으로 지구는 금세기 중반쯤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하고 그 영향을 받는 인구는 최악의 경우 60개 나라의 70억 인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물위원회(wwc)는 세계인구의 30%가 현재 생활하거나 씻는데 필요한 충분한 물을 갖고 있지 못하며 2025년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경고했다.
나아가 WHO(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의하면 세계에는 안전한 음료수를 이용할 수 없는 인구가 11억인, 하수도 등의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인구가 24억인에 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물 배분과 관련한 빈부의 격차는 세계 안정을 위협하고 전쟁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물 부족 요인
첫째 나라마다 수자원의 부존량이 달라 물이 풍부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물이 부족한 나라도 존재한다. 여기에 더하여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상.하수도 인프라 정비가 불충분하여 물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된다.
둘째로 물 수요가 확대하고 있다. 세계인구의 증가, 도시로 인구 집중, 개발도상국의 공업화, 지구 온난화, 식물에서 추출하는 대체연료인 바이오에타놀 생산의 증대 등으로 물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구증가는 UN의 추계에 의하면 2050년에는 세계인구가 92억 인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연평균 6000만 명씩 증가하여 생활용수, 곡물 생산을 위한 농업용수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셋째로 지구온난화에 의한 수자원에의 영향이다. 지구 온난화로 증발산(蒸發散)량의 증가, 기온상승, 수온 상승, 해수의 열팽창과 육지 빙산의 감소 등의 현상이 발생하여 갈수록 수질악화, 하천유량의 감소, 수질악화, 지하수의 염수화, 하천취수의 곤란 등의 수자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는 자원의 불평등 현상이 정치적인 힘과 시장 메커니즘이 관계하고 있듯이 물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견해도 있다. 2006년 UN개발계획(UNDP)에서 마련한 ‘인간개발보고서-물 위기 신화를 넘어서’에서는 인구증가에 따라 세계의 물 수요가 증대하고 장래에는 물 부족에 이를 것이라는 ‘우울한 산술’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 논점이다. 국제적인 물 위기의 중심에서 물 결핍이란,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양이 아니라 권력과 빈곤, 불평등에 뿌리내리고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의 이용이라는 영역에 있어서 더욱 명확하다고 언급함으로써 물 부족 문제를 인위적인 제도와 권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견해가 그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글 I 이 호 ()고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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