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담배 키스와 임금 앞에서의 니코틴 구취

[WHY 입냄새, WHAT 구취]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31>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05-09 11: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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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입 냄새, WHAT 구취
-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31> 소녀의 담배 키스와 니코틴 구취

세상에 독한 게 담배 냄새다. 담배를 몇 번만 피워도 입은 물론이고 손과 옷에도 냄새가 배여 있다. 데이트 중인 여성 10명 중 8명은 남성의 입에서 나는 담배 냄새로 인해 키스를 망설였다는 조사도 있다.

한 남성은 담배 피는 여자 친구와의 키스 때 역겨운 냄새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기도 했다. 여자 친구가 양치를 하고, 물을 마신 뒤 키스를 해도 코에서 나오는 냄새는 가시지 않는다는 경험담이다. 다만 그는 사랑은 아무리 심한 입냄새도 극복한다는 의견도 냈다. 잦은 키스를 하다 보니 담배냄새도 무감각해졌다는 것이다.

담배는 키스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인디언 전설에 따르면 담배는 키스를 하지 못하고 죽은 소녀의 환생이다. 순수하고 착한 인디언 소녀는 얼굴이 비호감이었다. 평생 연애 한 번 못한 소녀는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했다. 절망한 소녀는 "다음에 태어나면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삶은 마감했다. 그녀가 죽은 자리에 돋아난 풀이 담배라는 것이다.

키스 전설을 품은 담배는 임진왜란 무렵부터 조선 명나라 일본에 퍼지기 시작해 17세기에는 동양 삼국에 담배연기가 코를 찌르게 된다. 이는 담배가 만병통치약으로 포장된 결과다. 청나라 강희제는 1681년 운남 등에 근거를 둔 삼번의 난을 진압한다. 운남 정벌 때 청나라의 많은 군사는 풍토병으로 숨졌다. 그런데 흡연자가 많은 병영의 군사들은 풍토병을 이겨냈다. 이 무렵부터 동양 삼국에서 담배는 고가에 거래되고, 너도 나도 치료 목적으로 피우게 된다. 술이나 차를 대신해 상대에게 인사하는 접대문화로 발전한다.

그 결과 담배는 신선이 피우는 풀이라는 맹목적 믿음까지 나타나게 된다. 인조와 효종 때 문인인 장유는 계곡만필에서 ‘담배는 배고플 때 배부르게 하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하고, 더울 때는 서늘하게 해준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비판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장유는 조선의 대표적인 끽연가였다.

지나친 흡연은 많은 질병을 불러 일으켰다. 조선과 중국의 문헌에는 화기(火氣)로 인해 폐와 위가 손상되고, 치석의 누적과 용모를 어둡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담배독의 제거법, 담뱃진이 눈에 들어갔을 때 해소법도 소개됐다. 
  
조선시대 담배의 폐해 중 하나는 간접흡연이었다. 당시의 담배는 공정이 단순했다. 지금처럼 여러 단계의 약품처리를 하지 않았다. 독성물질이 거의 걸러지지 않았다. 더욱이 식후 담배참 시간이 2~3시간에 이르렀다. 강하고 독한 담배를 오랜 시간 피우는 문화였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1차 피해는 물론이고 간접흡연자의 피해도 컸다. 건강 문제를 차치해도 당장 고약한 냄새를 역겨워했다. 담배에는 니코틴, 노르니코틴을 비롯하여 당, 단배질, 질소, 회분, 에테르추출물 등이 있다. 당시의 담배는 니코틴 함량이 높아 독했고, 노르니코틴도 많이 포함돼 냄새도 역겨웠다.

임금도 간접흡연의 피해자였다. 어전회의 때 담배를 피운 신하의 입냄새로 인해 곤혹스러웠다. 담배가 보급되던 광해군 시대에는 니코틴 예절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선생과 학생이 맞담배질을 하고, 임금과 신하가 정사를 보는 정전(正殿)에서도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담배 연기가 눈에 들어와 눈물이 나고, 보고하는 신하의 입에서 구취가 나자 광해군은 어전에서의 끽연을 금지시킨다.

그러나 요원의 불길처럼 번진 끽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신하들은 임금이 보지 않는 곳에서 담뱃불을 계속 붙였다. 신하들은 순화되지 않은 담배를 연신 입에 댔다. 급기야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문 등 각종 보고서에 담배 냄새가 절게 된다. 효종대왕은 이 같은 신하들의 행태에 분노한다.

임금은 엄명을 내린다. 승정원일기를 인용한다. 傳曰, 入啓文書, 每有南草之臭, 故曾已傳敎申飭。當初則未聞其臭矣, 近日以來, 南草等不潔之臭, 還復如前。自今十分嚴飭, 俾勿如是之意, 本院知悉擧行。
임금이 말씀하셨다. “여러 보고서에서 매번 담배냄새가 배여 있다. 도대체 공문서에서 담배냄새가 날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단단히 타이른다. 오늘부터 담배 냄새가 상소문 등 각종 문서에서 배이지 않도록 하라. 예전의 냄새 없던 때로 되돌아가라. 이제 단단히 마음가짐을 해 모두 남김없이 깨달아 실천하라.”

이 같은 기록, 담배를 즐긴 내용으로 볼 때 조선의 관리들은 입냄새가 요즘보다 심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이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임금은 신하들의 구취로 인해 참 불편했을 듯 싶다. 


글쓴이 김대복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으로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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