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내 작은 섬에서 식생의 공간분포는 물 흐름이 이루어내는 타발적 천이 (allogenic succession) 양상을 닮아 있다.
하천은 흐르는 물로 인해 침식, 수송 및 침전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이처럼 동적 공간이기에 하천변에서 식생의 공간 분포는 흐르는 물의 영향을 크게 받아 수로로부터 제방 방향으로 수명의 길이에 따라 일년생 식물, 다년생 식물, 그리고 나무가 지배하는 식생이 순서대로 나타난다. 하천 내에 침식물이 퇴적되어 형성된 작은 섬들에서도 식생의 공간분포는 이러한 순서를 보인다. 다만 그 섬을 이루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그 순서가 상류에서 하류 방향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방향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몬순기후 특성 상 강우가 장마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다. 따라서 홍수의 영향이 하천 환경에 크게 작용한다. 게다가 주식인 쌀 확보를 위해 하천의 상당 부분을 논으로 전환하며 그 폭을 좁혀 홍수 피해를 키울 조건을 갖춰 놓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꾸려 놓은 환경이지만 해마다 장마철이 다가오면 그 피해가 두려워 하천 다듬기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65% 정도를 차지하는 산악국가로서 하천의 기울기가 가팔라 유속이 빠르다. 게다가 하천의 폭을 좁히고 미지형까지 다듬어 놓았으니 홍수 시 물의 흐름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자연환경 특성과 인위적 교란이 더해져 하천에서 이러한 작은 섬들, 즉 하중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하천관리체제가 다른 나라들에서 연구된 바에 따르면 이러한 하중도는 생물다양성이 높고, 수질 개선을 비롯해 그들이 발휘하는 생태계서비스 기능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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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중도 (왼쪽)와 강변구역 (오른쪽)에서 식생의 공간분포를 보여주는 사진. 하중도에서는 상류에서 하류를 향해 종단방향으로 식생의 공간분포가 일년생 식물 (annual), 다년생 식물 (perennial) 및 큰키나무 (tree) 우점 식생의 순서 (산지하천, upstream 및 하구, estuary) 또는 그 반대 (모래하천, downstream) 순서로 나타났다. 강변구역에서는 이러한 공간분포가 횡단방향으로 나타났다. 식생유형 간 우점종의 수명과 그것이 보이는 생물다양성의 차이를 고려할 때 이러한 공간 분포는 천이단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그러한 천이단계는 홍수 주기와 강도가 이루어낸 것으로 판단된다. |
설악산 주변과 동해안의 민통선 가까운 지역에서 어렵게 이러한 하중도를 보유하고 있는 하천을 찾아 그곳에 성립한 식생을 분석하여 물의 흐름이 하중도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밝혔다. 하천 바닥 물질의 입자가 매우 큰 산지하천에서는 물의 흐름이 강하지만 입자의 크기가 크고 무거워 돌들이 굴러가며 하중도를 형성하여 그것이 상류방향으로 커간다. 식생의 공간분포가 이러한 하중도 형성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즉 상류방향에는 달뿌리풀이나 갯버들 같이 풀이나 작은 나무가 자라고 하류방향으로 이동하며 황철나무, 가래나무, 어린 소나무 등 중간키 나무가 자라다가 하중도의 높이가 높고 안정된 상태인 곳에 이르면 성숙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하층에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같은 활엽수들도 정착해 있다. 같은 장소에서 하천 변에 성립한 식생을 보면 수로로부터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횡단방향으로 이러한 식생분포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하천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 입자 크기가 큰 돌들이 흘러가며 마모되어 자갈하천이 되고 모래하천이 되며 바다에 가까운 하류나 하구에 가면 갯벌처럼 고운 입자를 가진 하천이 된다. 모래하천에 형성된 하중도에 성립한 식생을 보니 상류방향에는 나무가 지배하는 식생이 성립하고, 하류로 이동하며 다년생 식물이 지배하는 식생이 성립하고 이어서 일년생 식물이 지배하는 식생이 나타나 산지하천의 하중도에 성립한 식생의 공간분포와 반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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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1. 산지하천에 존재하는 큰 하상입자는 굴러서 (rolling, sliding) 이동하고, 중·하류 하천에 존재하는 모래 (sand)는 도약 (saltation) 후 낙하하며 미사 (silt)와 점토 (clay)는 부유된 상태로 이동한다. 한편, 하구에서는 강물의 해수의 영향이 함께 작용하여 이루어낸 하구순환 (estuary circulation)이 하상물질을 상류 방향으로 수송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
나무가 지배하는 식생은 버드나무가 중심이 되고 다년생 식물 집단은 갈풀, 부들, 줄 등이 지배하고 있으며 일년생 식물 집단은 명아자여뀌가 지배하고 있다. 홍수 시 강한 물 흐름이 정착한 식물에 막히며 모래를 부유시켜 하류방향으로 하중도를 이루어내는 결과의 표현이다. 여기서도 강변식생은 수로로부터 제방을 향해 이동하며 하중도에서 종단 방향으로 성립한 식생의 공간분포를 순서만 바꾸어 횡단방향으로 재현하고 있다. 강변구역에서 수로로부터 거리에 따라서 물의 범람주기와 강도가 달라지며 이루어낸 결과다.
하천을 따라 더 내려가 하천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에 도달하여 그곳에 성립한 하중도의 식생을 보니 이번에는 다시 그 순서가 바뀌어 있다. 즉, 상류에는 명아자여뀌와 물피가 중심이 된 일년생 식물이 지배하는 식생이 분포하고, 그 다음에는 갈대, 부들, 물억새 등과 같은 다년생 식물이 중심이 된 식생이 나타나며 그 다음에는 버드나무가 중심을 이룬 식생이 분포하였다. 그 결과 종단방향으로의 식생 발달단계는 모래하천의 하중도에 성립한 식생과는 반대 양상을 보인 반면에 산지하천의 하중도에 성립한 식생과는 같은 양상을 나타내었다.
물의 흐름을 타고 쓸려 내려온 토양 입자가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의 영향으로 역류하며 나타난 소위 하구순환 (estuary circulation)이 이루어낸 결과다. 여기서도 강변식생은 수로로부터 제방을 향해 이동하며 하중도에서 종단 방향으로 성립한 식생의 공간분포를 횡단방향으로 재현하고 있다.
이상의 결과에서 보여지듯이 하중도에서 식생의 종단분포는 홍수의 범람주기와 강도에 비례하여 성립하는 강변 식생의 횡단분포를 닮아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하상물질의 동태, 즉 타발적 과정 (allogenic process)이 다이나믹한 하천에서 식생의 공간 분포와 천이를 결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각 천이단계의 식생을 지배하는 우점종의 수명이 천이단계에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그 단계가 교란의 빈도와 강도에 반응하여 결정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아가 종 다양성 또한 그러한 단계에 비례하여 천이단계에 따른 종 다양성의 전형적인 변화 양상을 보여주었다.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이창석 교수는 환경부 지원 사업으로 수행한 이러한 연구결과를 SCI급 국제 저널 Water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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