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의 구역질, 스트레스성 두통 구취

[WHY 입냄새, WHAT 구취]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58>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08-12 11: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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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입 냄새, WHAT 구취
-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58> 단종의 구역질, 스트레스성 두통 구취 


조선 역사에서 불운한 임금이 단종이다. 생후 3일 만에 어머니를 여윈 임금은 11세에 아버지도 잃는다. 단종은 조선사 최초의 적장자 군주다. 세종의 손자로 7세에 왕세손에 책봉되고, 9세에 왕세자가 되었다. 2년 뒤에 아버지 문종이 승하 하면서 어린 임금으로 등극했다. 1452년 5월 20일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임금은 슬픔과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단종이 즉위한 지 두 달도 안 되는 7월 6일 왕조실록에는 특별한 기사가 눈에 띈다. 재상인 황보인, 남지 등이 고기 섭취를 청하는 장면이다. 
 
"졸곡(卒哭) 전에 병이 있으면 육즙(肉汁)을 섭취하라는 게 세종의 유교(遺敎)입니다. 성상께서는 어리고 혈기가 충실치 못합니다. 또 구역질 증세가 있습니다. 놀랍고 두렵습니다. 청컨대 육즙을 조금 드시옵소서.

 

이에 대해 단종은 내가 본래 구역질 증세가 있었다. 소식(素食)의 결과가 아니다. 임금은 전교를 한 뒤 통곡을 했다. 환관인 김연은 ‘성상께서는 매양 이 말을 들으시면 통곡하신다. 성상의 마음을 울적하게 하니 다시 아뢸 수는 없다’고 했다.“

아버지 상을 당한 단종은 육식을 금하고, 매일 통곡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법에 얽매여 매일 음식도 제대로 섭취하지 않으면서 슬픔을 표하면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다. 왕이 승하하면 왕족들이 병이 드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세종은 이를 걱정했다. 아들인 문종에게 “진정한 효도는 생명의 보존”이라며 왕자들의 상례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그중의 하나가 졸곡 전에 몸이 상하면 고기를 들어 체력을 추스르라는 것이다. 울음을 마치는 졸곡(卒哭)은 상을 당한 지 3개월 정도 지날 때다.

신하들이 진언을 할 때는 문종이 승하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난 때였다. 단종은 매일 육식금지는 물론, 음식도 절제하면서 곡을 했다. 소식(素食)은 고기나 생선이 없는 채식 위주의 음식이다. 황보인 남지 등은 비탄에 젖은 어린 임금의 옥체가 상할까 봐 고기를 올리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단종은 “나의 구역질은 채식으로 인한 게 아니다. 부왕의 승하 전부터 구역질 증세가 있었다”며 육식을 하지 않는다. 실록으로 볼 때 단종의 구역질은 고질이다. 구역질의 원인은 다양하다. 단종의 구역질은 운동부족으로 유추할 수 있다. 신하들의 육식 건의 후에도 임금의 구역질은 계속되고 건강은 악화 되었다. 두 달 후인 9월23일 김종서 등이 왕에게 걷기와 말을 타는 운동을 요청 한다. 슬픔에 젖은 임금이 영양 섭취도 제대로 안하고, 운동도 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스트레스성 구역질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많은 구역질의 원인이 식적상(食積傷)이다. 어떤 원인에 의해 폭식을 하고나 급히 먹은 경우, 또는 늦은 밤의 식사로 인한 위장 장애가 원인이다. 단종은 음식을 절제했기에 식적상은 아니다. 왕의 괴로움은 비위허약(脾胃虛弱), 심비허손(心脾虛損), 간위불화(肝胃不和), 담음조체(痰飮阻滯)로 설명될 수 있다.


단종은 어려서부터 구역질을 한 것으로 보아 원래 비장과 위장이 약한 비위허약(脾胃虛弱) 가능성이 있다. 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아픔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악화되는 심비허손(心脾虛損)도 생각할 수 있다. 정서적 불안은 간에 영향을 준다. 간에 문제가 있는 간위불화(肝胃不和)에 의한 구역질일 수도 있다. 아마 어린 단종은 위의 원인이 복합되면서 담음조체(痰飮阻滯)가 될 수 있다. 이는 기혈의 순환 이상으로 비위가 정상작용을 하지 못해 위장에 노폐물이 쌓이는 현상이다. 아래로 안정되어야 할 위기(胃氣)가 올라가면서 구역질과 함께 두통이 온다.

어린 임금의 구역질은 정서불안,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인다. 왕자 시절에는 어머니가 없는 아픔, 병약한 아버지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왕이 된 뒤에는 왕국을 이끌 책임감, 호랑이 같은 삼촌인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침이 마를 게 뻔하다. 더욱이 즉위 2년 후에 계유정난으로 수양대군이 정권을 잡았다.

어린 왕은 매일 근심으로, 걱정으로 살아야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소화기능에 이상을 일으키고 구취의 원인도 된다. 기록에는 단종의 증세가 구역질, 언어기능 등으로 단편적으로 나온다. 그러나 상황을 종합하면 스트레스성 구역질, 위장질환, 입마름, 구취 등으로 고생했을 개연성이 있다. 

 
글쓴이 김대복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으로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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