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했는데 또 오염?’, 토양정화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해결 방안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6-02 11: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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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정화사업은 도시 재개발과 환경복원의 핵심 과정이다. 특히, 미군기지 이전지, 철도부지, 공장 이전지 등 과거 산업 활동으로 오염된 지역은 주거지나 상업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반드시 정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장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의 토양정화 체계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국민 부담, 국고 낭비, 그리고 환경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조사 부실이 부른 수천억 원의 낭비
가장 큰 문제는 부실한 사전 조사에 있다. 토양오염 정화는 먼저 오염된 범위와 성분을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화 설계를 진행한다. 그러나 표면적 조사만으로 설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정화 과정에서 예상보다 심각한 오염이 뒤늦게 드러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미 수천 억이 투입된 지역에서 정화가 끝났지만 기름이 또 나온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사전 조사의 정확도 부족은 곧 추가 비용, 소송, 일정 지연으로 이어진다. 특히 유류 오염의 경우 땅속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예상한 범위를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정화는 반복되고, 피해는 결국 입주민과 국민 세금으로 전가된다.

정화했지만 또 오염…반복되는 실패
토양정화사업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수백억 원의 세금 낭비와 환경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전국 곳곳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 용산 미군기지 – 정화 ‘완료’ 후에도 계속 나오는 오염물질
서울 한복판, 국토의 중심이자 국가공원의 예정지로 주목받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 부지. 정부는 2022년 환경조사를 통해 일부 지역의 오염 정화를 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실시한 추가 정밀조사에서 기준치의 최대 600배를 초과하는 발암물질 벤젠과 총석유계탄화수소(TPH) 등이 검출되며 충격을 안겼다.


당시 조사 방식이 일부 지점 중심의 샘플링에 그쳐 실제 오염 확산 범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부는 “기지 내부 자료 부족으로 조사가 제한적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단체는 “정화가 아니라 은폐”라며 반발했다. 결국 해당 지역은 추가 조치 명령이 내려졌고, 공원 조성 일정도 연기됐다. 이에 환경컨설팅사 관계자는 “1차 정화 후에도 오염이 계속 검출되는 건, 근본적으로 조사와 설계 단계에서 이미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 땅을 파보면 다양한 오염물질들이 나온다.

▶ 부산 범일동 철도부지 – ‘추가 오염’으로 사업비 2배 증가
부산진구 범일동 철도부지는 철도공사 퇴역 부지로 2010년대 중반 주거단지 조성이 계획되며 토양정화가 진행됐다. 초기 조사에서는 비교적 경미한 오염으로 판단돼 약 9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하지만 정화 도중 예상치 못한 중금속과 폐유 성분이 대량 발견되면서 정화 면적과 공정이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최종 사업비는 200억 원을 초과했다.


문제는 사전 조사의 지점 수가 현저히 적고, 기존 철도시설 지하 구조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데 있다. 당시 시행사는 발주기관인 공기업에 책임을 묻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계약상 ‘예측 불가능한 추가 오염은 시공사 책임’ 조항에 따라 패소했다.

▶ 인천 부평 캠프마켓 – 20년 끌어온 정화, 여전히 진행 중
2002년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마켓(Camp Market) 부지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정화가 완료됐다고 발표되었지만, 2022년 재조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다이옥신·TCE·석유계탄화수소가 다시 검출됐다. 해당 부지는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일부 지역은 출입이 제한된 채 ‘정화 대상’으로 남아 있다.


시민들은 반복되는 오염 검출에 대해 “정화가 아니라 ‘지연과 은폐’만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와 인천시에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민간 참여 감시체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책임은 현장에, 비용은 국민에게
공공 발주처와 조사 기관 간의 책임 회피 구조는 토양정화사업이 부실하게 진행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조사기관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화가 진행되지만, 실제 오염이 더 깊거나 넓게 퍼졌을 경우, 발주처는 “시공사의 책임”이라며 비용을 떠넘기는 구조가 일반화돼 있다.


최근에는 “추가 오염 발견 시 시공사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현장의 정화업체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위험 부담을 떠안게 만든다. 책임은 크지만 권한은 부족한 구조에서 중소기업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화 방법은 다양한데… 법은 제자리
현재 국내에서 활용되는 주요 토양정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굴착·처리 방식: 오염 토양을 굴착해 외부로 반출하거나 처리 시설에서 정화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 생물학적 정화(Bioremediation): 미생물을 활용해 오염물질을 분해하거나 흡수하는 친환경적 방식이다.
· 토양세척(Soil Washing): 오염 입자를 세척해 정화하는 방법으로 중금속 오염에 주로 쓰인다.
· 고온열처리(Thermal Treatment): 고온의 열로 오염물질을 기화시키거나 분해한다.
· 기체추출법(SVE, Soil Vapor Extraction):휘발성 유기물질 제거에 적합하며, 토양 내 기체 상태의 오염물질을 추출해 처리한다.

 


이러한 다양한 기술이 있음에도, 국내 토양환경보전법 및 관련 고시는 여전히 굴착·반출 등 전통적 방식에 집중돼 있으며, 신기술에 대한 법적 기준은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현행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은 토양오염 조사 시 샘플링 기반의 분석법을 우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시간 분석이 가능한 정밀 센서 기반 장비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제도는 기술 진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


· 사전조사 기준 강화 및 고도화
o 정밀 센서, 드론 기반 탐지 등 최신 기술을 조사 방식에 반영
o 오염 예상 범위 외 반경까지 조사 지점 확대 의무화


· 조사·정화 단계별 책임 구조 개선
o 발주처·조사기관·시공사의 공동 책임체계 명문화
o “조사 실패는 시공사 책임”이라는 불합리한 계약 관행 폐지


· 정화계획 수립 시 유류·중금속 등 오염 특성 반영
o 이동성·잔존성 물질에 대한 정밀 모델링 설계 반영
o 추가 오염 발견 시 비용처리 기준 명확화


· 제도적 보완
o 환경부 주관 정밀조사 기술 인증 및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o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첨단 기술 도입 허용

토양정화는 ‘보이지 않는 환경’을 정비하는 일이지만, 이로 인해 보이지 않게 반복되는 비용과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단순한 환경 정비를 넘어서 국민의 안전과 세금, 도시의 미래를 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철저하고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 끝났다고 했는데 기름이 또 튀어나온다”는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법·제도·현장기술이 함께 정비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토양정화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조사·설계·계약·감독 등 전 과정에서의 제도적 허점이 누적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정화의 목적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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