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피플_ 인터뷰】 이지순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과거 방식으론 살아남을 수 없어...녹색성장도 사회적 약자에 혜택가야
원영선 wys3047@naver.com | 2016-09-05 10:44:53

ECO PEOPLE _ INTERVIEW

 

▷이지순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과거 방식으론 살아남을 수 없어
녹색성장도 사회적 약자에 혜택가야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녹색성장’이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환경과 성장이라는 가치를 충돌이라는 관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기필코 이뤄야 할 아젠다가 됐다. 우리의 인식이 변화하기까지 이지순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의 노고가 숨어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맡았던 이 위원장은 작년 12월 녹색성장위원회 공동 위원장에 위촉됐는데, 훨씬 이전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져왔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그는 국책연구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녹색성장연구팀에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며 이론적 초석을 다졌고, 녹색위원 2기에서 5기까지 활동하면서 실제적 감각을 넓혀나갔다. 녹색성장위원회 공동 위원장이 되고 세 번째 계절변화를 맞이한 그를 만났다.

 

Q. 지난여름 유례없는 폭염을 예상한 것처럼 올 2월에 녹색위에서 ‘기후변화 대응체계 관리방안’을 시작으로 후속조치들을 내놓았는데?

A. 처음에는 기후변화 문제에 회의적이었다. 인류 역사에 이런 종류의 기후변화는 늘 있어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자 심각하게 여겨졌다.

인류는 18세기 중반에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 이후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1760년경 평균 소득은 현재 화폐가치로 약 600달러였는데 지난해 1만 달러로 증가했다. 250년 만에 소득이 17배 증가한 셈이다. 같은 시기에 세계 인구는 약 10억 명에서 약 72억 명으로 늘어났고, 경제활동 규모로 놓고 보면 120배 정도 확대된 것이다. 그런데 경제활동의 내용이 복잡해지고 고도화 됨에 따라서 한 단위의 GDP를 창출하는 데 드는 자원의 양은 수십 배가 늘었다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인류가 일 년에 사용하는 자원의 양이 1760년 당시보다 수천 배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류가 사용하는 자연자원의 대부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가 아닌가.

 

결국 제1차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구가 흡수할 수 있는 한계치를 초과하게 되자 지구온난화 현상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기상이변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무서운 재앙이 닥쳐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지난 7월에 열린 녹색성장위원회-녹색기술센터 컨퍼런스
Q.
지난 7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기술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과거의 방식으로는 새로운 친환경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천명한 이유?

A.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존의 경제활동 방식으로는 새로운 국제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우리 한국 경제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대부분을 수입해 써야 하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탓에 에너지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더욱 큰 문제는 화석연료를 다량으로 사용한 결과 한국의 온실가스배출량이 총량으로는 세계 11위, GDP 대비 상대 규모로는 OECD 1위라는 점이다. 당연히 온실가스를 줄이라는 국제적 압력을 받게 된다. 그래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37%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우리와 경쟁하는 국가들도 같은 배를 타고 있다. 그런데 우리보다 훨씬 앞서 갈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우리가 과거의 성공방식에 안주한다면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
 
Q. 녹색위가 201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노력해 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반대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데?

A. 가야 할 길임에도 어려운 길은 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온실가스배출량이 늘더라도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주장이, 생산비가 크게 증가하더라도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자는 주장을 압도한 결과이다. 과거 50여 년에 걸쳐 형성돼 온 한국인의 화석연료중독증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다는 증거이다.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등 녹색성장 강국의 예를 보면 화석연료를 줄이는 일 자체를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도 성공해 온 과거에 매몰돼 우리 행동을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Q. 세계가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사활을 건 가운데 우리 정부도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발전에 4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술개발의 현주소?

A.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기에 우리가 처한 여건이 얼마나 우호적인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여건상 경제성이 너무 낮다고 평가하는데, 적극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태양광이나 2차 전지 등에서 이미 괄목할만한 성장도 이뤘다.

문제는 현재 에너지 가격이 너무 낮다. 저렴한 에너지를 쓸 수 있는데 구태여 비싼 돈을 들여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화석연료 가격이나 그것을 원료로 해서 생산한 전력요금이 싼 이유는 석탄처럼 국제시장 가격이 저렴한 데도 이유가 있지만 정부가 화석연료와 그 가공품 가격을 낮게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력요금이 생산비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원래대로 한다면, 화석연료 사용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가 우리에게 주는 해악을 비용화 해서 전력요금에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값이 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화석연료를 비롯한 자연자원이나 에너지 가격을 대폭 현실화 하고, 그것들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나쁜 영향을 비용화 한 것도 가격에 반영되도록 자원 및 에너지 가격 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기술개발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에 힘입어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보조금을 주지 않더라도 기술을 개발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기술개발은 정부가 선정한 특정기술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오고 있는데, 문제는 그렇게 선정한 기술이 과연 적정한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Q. 정부의 녹색성장정책 중 현재진행형 정책과 과제

A. 가장 중요한 것은 2030년까지 37%를 감축하겠다는 공약에 맞춰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작성하는 일이다. 연도별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담게 된다. 그리고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책조치들도 수립하게 된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서 정말 내실 있는 로드맵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Q.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한 국민의 노력

A. 사람이 변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동참하려면 그들이 마음속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소통과 설득에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가격기능이 주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을 고효율 에너지 첨단제품으로 바꾸려는 가정이 있다고 하자. 정부가 흔히 쓰는 방안 중에는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지원해서 제품가격이 낮아지도록 유도하거나 소비자에게 금전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가정용 전력요금을 인상하는 편이 더 낫다고 권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 소비자 스스로 전기사용을 자제하려 들 것이고, 가전제품을 교체할 때가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에너지 고효율 제품의 판매량이 늘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서 생산비가 내려가고 제품이 저렴해지면 결국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몇 년 지나면 가전제품들은 에너지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될 것이고, 가전제품 회사들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되어 수출량도 늘어날 것이다.

△지난 여름 로키산맥 트레킹때 부인과 함께
물론 문제는 전력요금을 인상했을 때 소비자가 보이는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이것이 녹색성장정책이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녹색위원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일

A. 그간 녹색성장 정책은 사회적 약자들 보다 강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이런 평가가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유념하고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언젠가 떠나도 향후 녹색성장위원회를 이끌어갈 분들이, 녹색성장의 혜택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이 돌아가게 하도록 유념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놓고 싶다. 말하자면 그냥 녹색성장에서 포용적 녹색성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우선 민간위원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부위원들을 설득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유엔에서 천명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들을 달성하는 데 녹색성장 정책이 핵심적 역할을 해나가도록 하고 싶다.     
[환경미디어 원영선 기자]

 


 


 

 


 

 

[저작권자ⓒ 환경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CO피플]

[친환경 기술/제품]

삼성안전환경
많이본 기사
KOWPIC
두배
포스코건설
논산시
종이없는벽지
한국시멘트협회
안성

[전시/행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