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 문재인 정부와 환경정의 - 박광국 KEI 원장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7-07-04 10: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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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1962년도에 『침묵의 봄』을 내면서 근대적 환경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자연보전보다도 급속한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환경오염 해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시에라 클럽(Sierra Club)처럼 워싱턴 정가를 대상으로 활발한 입법추진 활동을 하는 단체, 미국 그린피스(Greenpeace USA)처럼 직접 행동을 위주로 하는 단체, 자연보전에 초점을 맞추는 세계야생생물기금(World Wildlife Fund) 등 수많은 단체들이 창설됐다.


1970년대 후반 미국 뉴욕 주 나이아가라폴스(Niagara Falls) 시의 러브커낼(Love Canal)에서 일어난 독성화학폐기물 입지장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환경정의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됐다. 러브캐널 사건 이후 독성물질 제거 기금 마련을 위한 슈퍼펀드법(Superfund Act)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제정됐고 이와 발맞춰 전국 각 지역의 위해폐기물 처분장 저지를 둘러싸고 풀뿌리 환경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전국적 환경운동단체들이 출범했다.


1990년대에 들어와 환경정의 운동은 점차 지리적 범위를 전 세계적으로 넓혀 나갔을 뿐만 아니라 환경정의에 관한 담론을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1991년도 미국에서 개최된 「제1차 전국 유색인종 환경지도자 정상회의」에서 다룬 환경정의 운동은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의 결과, 1994년에 클린턴 대통령은 ‘소수민족집단 및 저소득집단의 환경정의를 위한 연방정부의 활동’에 관한 행정명령 12898호를 공표했다. 이에 따라 EPA 내에 환경정의국(Office of Environmental Justice)의 신설되고 국가환경자문위원회(National Environmental Justice Advisory Council)가 발족됐다.


여기에 자극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에 「환경정의시민연대」가 출범하면서 환경정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4년도에 들어와 「환경정의」로 명칭을 변경했다. 하지만 행정학과 철학분야 등을 비롯한 학계와 환경운동계에만 국한됐을 뿐 일부 법·제도와 정책에서 산발적으로 다뤄오다가 2017년 대한민국 OECD 환경성과평가 보고서가 나오면서 환경정의 문제를 정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법규상에 정의와 관련한 명시적 표현이 없으며 이를 전담하는 조직도 부재한 실정이다. 현재는 환경정책기본법과 같은 개별 법률과 정책에 근거해 세대내 혹은 세대간 형평성 및 환경책임성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OECD에서는 한국이 환경정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분야에 역점을 두고 환경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첫째, 사회적 불평등과 환경 불평등 간에는 밀접한 상호관련성을 가질 개연성이 큼으로 환경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할 때에 광범위한 사회적 조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환경오염 유발시설과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간에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규명할 경험적 자료를 축적하고 그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며 규범적으로 어떻게 환경정의를 실현해 갈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도·농 간 상하수도 보급률 격차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효율적인 재원 투자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광역·지자체 상수도를 일정 수준을 넘어서까지 추가 확대하는 것의 경제적 효율성을 소규모 농어촌 상수도 품질개선 사업과 비교하여 평가해야 하며 동시에 형평성 측면도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리고 현재 전반적으로 낮은 상하수도 요금체계를 현실화하여 세대내 혹은 세대간 형평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넷째, 환경영향 평가시 위해 시설입지로 인한 저소득층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저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지선정 및 정책 수립시 개발 압력에 맞서 분배적 정의가 도모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다섯째, 수질, 대기, 토양 오염 등 자연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에 이에 대한 환경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염된 폐산업 단지 목록을 작성하고 해당 지역 오염 제거를 위한 재정 메카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절차적 정의 측면에서 환경정보에의 접근과 이용, 일반 대중의 환경의사결정 참여, 환경 사법 접근에 대한 절차상의 핵심적 권리를 법과 정책에 명시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권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오르후스 협약에 가입하여 법적 권리 강화를 위한 추동력을 제공해 줘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35조 제1항에서는 국민의 환경권과 국가의 환경보전 의무를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OECD보고서가 지적하듯,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국민은 누구나 연령, 성별, 지역, 소득, 학력 등에 의해서 기본권으로서 자신이 누릴 환경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환경 불평등이 대체로 개발과정에서 특정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반영되고 상대적으로 열등한 권력을 가진 집단과 계층의 불이익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환경부 정의가 쉽게 정당화되고 기존제도와 권력도 이의 은폐를 조장하는데 일정부분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는 과거 적폐청산의 일소를 국가재건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그동안 환경권의 부당한 침해를 받아온 환경약자들을 위한 환경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환경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에 일대 전기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환경미디어 온라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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