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입 냄새, WHAT 구취
-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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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복 한의학박사 |
<89>왕의 입냄새 해소법, 임금의 구취 예방약
조선의 왕들은 입마름을 어떻게 해소했을까. 임금도 생로병사의 고통을 피하지 못한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신하에 비해 더 많을 수도 있다. 왕의 업무는 만기(萬機)로 표현된다. 처리해야 할 일이 1만 가지에 이를 정도로 많다는 의미다. 과중한 업무는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걱정과 불안에 시달린 많은 왕이 직업병을 호소했다. 어의들은 이를 심질(心疾), 화증(火症)으로 기록했다.
심증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이목구비. 심장, 폐, 간, 위, 장 등 인체 모든 장부의 약화 원인이 된다. 진액 부족, 심장 약화, 음허(陰虛), 담(膽) 허약, 혈(血) 부족, 화기(火氣) 등 전신에 문제가 나타난다. 특히 소화력이 떨어져 번열증(煩熱症)을 일으킨다. 안면홍조 등을 부르는 번열증은 위장에서 발생한 열로 인해 신체 상반신은 뜨겁고 하반신은 차갑게 된다. 번열증, 불면증, 소화불량 등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기계 질환이 만성으로 진행되면 구강건조가 나타난다. 입이 자주 마른다. 영양성분인 진액도 감소된다. 침 분비가 적으면 입냄새가 악화된다.
심증으로 버거워 한 왕이 선조다. 어의는 선조의 상태에 대해 약한 폐맥(肺脈)과 비맥(脾脈), 번열, 갈증, 소화불량, 허화(虛火), 위열(胃熱), 후두염 등 다양하게 진단했다. 움직이는 병동 수준인 선조는 목마름도 심했다. 어의들은 갈증해소와 혀의 백태 치료를 위해 생맥산(生脈散)을 처방했다. 심기(心氣) 안정의 심리치료와 혈기를 북돋는 음식치료와 함께 번열과 갈증을 치료 방법으로 생맥산을 차처럼 수시로 마시도록 처방했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기 위해 와신상담 하던 효종도 생맥산으로 타는 목마름, 구강건조를 이겨냈다. 효종 4년(1653년) 5월 16일 승정원일기에서는 왕이 생맥산을 물처럼 가까이 했음을 읽을 수 있다. ‘생맥산(生脈散) 하절다음(夏節茶飮), 불구첩수지약(不拘貼數之藥)’ 문구다. 생맥산을 여름에는 차처럼 양에 구애받지 않고 마신다는 뜻이다.
영조도 생맥산으로 건강을 지켰다. 왕자시절에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왕이 된 후에도 정통성 시비에 시달린 영조는 한 평생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임금은 입이 타들어가는 경험을 수시로 했다. 바짝 마른 입술을 축이기 위해 생맥산을 찾았다. 영조는 5년(1729년) 12월 9일 응교 이종성에게 생맥산을 마시는 습관이 음주로 잘못 소문났음을 해명한다. 생맥산을 구성하는 오미자의 붉은 성분 때문에 사람들이 술 마시는 것으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갈증해소를 넘어 진액보충 효과가 있는 생맥산은 맥을 다시 살리는 약이다. 기력이 떨어지면 맥박이 약하다. 맥과 기는 폐와 심장이 기능이 좋아야 강하다. 생맥산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몸의 진액 생성을 왕성하게 한다. 허약한 몸에 원기를 불어넣는 약이다.
생맥산은 금나라의 이고가 비위(脾胃) 보강법 등을 적은 내외상변혹론(內外傷辨惑論)에 처음 소개됐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원기회복의 묘약으로 여름철에 물 대신 마시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제마도 사상체질의학론에서 여름철 갈증 때 복용하면 기가 솟는다고 기록했다.
조선의 왕과 고위층은 생맥산을 기력회복, 입마름, 입냄새 치료법 등 다양하게 활용했다. 스트레스가 많은 임금은 입마름이 구취로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때 생맥산은 입안을 시원하게 하고, 침샘 분비를 촉진해 활력을 불어넣는 묘약이 되었다.
글쓴이 김대복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으로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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