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水), 어떻게 볼 것인가

물에 대한 3가지 관점에 대하여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8-10-05 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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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견 No.15’는 서문에서 물을 “유한한 천연자원이고 생명과 건강에 있어서 기본적인 공공재’로 규정하고 ‘물에 대한 인권은 인간의 존엄한 생활을 위하여 불가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물에 대한 인권은 개인적이거나 가정 내의 이용을 위하여 충분하고 안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물리적으로 접근 가능하며 입수 가능한 물에 대한 권리를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문 中에서-
소중한 자원인 ’물‘을 다시 한 번 환기하는 의미에서 지난 호에 게재한 ‘물, 생존을 위한 기본 권리인가, 거래 가능한 상품인가?’에 이어 ‘물에 대한 관점’을 싣는다. <편집자 주>

하나, 물은 공공재이자 인간의 기본적 인권
물은 자연의 힘으로 오랜 세월을 두고 만들어진 것이며 우주탐사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물의 존재 여부로 판단하듯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 물은 탄생 시점부터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자연 그 자체이다. 적어도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저술할 당시만 해도 물을 경제재로서의 희소성을 인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물은 더 이상 지천에 널린, 공짜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물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물은 생명과 건강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기본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는 물 자체가 부족하거나 비위생적인 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이러한 물에 대한 접근이 어렵거나 물의 빈부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물에 대한 접근에 차별을 없애기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조치가 필요한 지점에서 물에 대한 인권 문제가 촉발되었다.
물을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할 때 물은 상품의 형태에서 자격과 이에 상응하는 국가의 의무형태로 전환된다. 만약 국가가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 마땅히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물의 인권성에 대하여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과 UN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인정하고 있으며 1970년대 이래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구의 물 위기가 최초로 국제무대에서 표명된 것은 1977년 아르헨티나의 마르델 플라타(Mar del Plata)에서 개최된 ‘UN 물회의’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행동계획에서는 “발전의 단계와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질과 양에 있어서 기본적인 요구에 상당하는 음용수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함으로써 물에 대한 권리를 명확하게 인식한 이후 각종의 국제문서에 언급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물에 대한 인권과 관련하여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 중의 하나는 2002년 UN의 ‘사회권규약위원회’가 물에 대한 권리에 대하여 ‘일반 의견 No.15’(General Comment 15)를 채택한 것이다.
‘일반의견 No.15’는 서문에서 물을 ‘유한한 천연자원이고 생명과 건강에 있어서 기본적인 공공재’로 규정하고 ‘물에 대한 인권은 인간의 존엄한 생활을 위하여 불가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물에 대한 인권은 개인적이거나 가정 내의 이용을 위하여 충분하고 안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물리적으로 접근 가능하며 입수 가능한 물에 대한 권리를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물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공재는 비배제성(非排除性)과 비경합성(非競合性)을 본질로 함으로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지속해서 이용할 수 있는 재화로 인정하고 있다.
물에 대한 권리의 실현 방법은 이 권리가 현재 나아가 미래 세대에 실현되도록 확실히 함으로써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여 ‘일반의견 No.15’가 ‘사회권 규약’ 제11조1항(적절한 생활수준의 유지)과 제12조1항(건강권)에서 유래함을 분명히 하여 물의 인권성에 정통성을 부여했다.
‘일반의견 NO.15’는 물에 대한 인권의 규범적 내용을 명확히 하고 물이 모든 인류에 귀속되는 인권으로 주장하고 있는 점에서 물의 인권성에 대한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 하겠다.
UN 사회권규약위원회의 ‘일반 의견 No.15’와 함께 물의 인권성에 관한 중요한 성과는 2010년 7월 28일 UN총회의 ‘물과 위생에 관한 인권’(The human right to water and sanitation) 결의다.
“생명과 모든 인권의 완전한 향수(享受)를 위해 불가결한 인권으로서 안전하고 청정한 음용수와 위생에 대한 권리를 승인한다”고 물의 인권성에 대하여 획기적인 선언을 남겼다. 나아가 결의에는 UN가맹국과 국제기구에 대하여 안전하고 청정한 물에 접근하여 입수할 수 있는 음용수와 위생설비를 제공하는 노력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 특히 개발도상국에 재원.인재개발, 기술이전 등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물의 인권성에 대한 국제적인 선언과 합의에 따라 개별국가의 헌법상 물에 대한 권리를 명문화하는 국가들이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 제27조는 “누구나 충분한 물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다. 국가는 이러한 권리 하나하나를 점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가용자원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입법 조치 및 그 밖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하위법률에서는 집에서 200m 이내에서 하루에 1인당 25리터 또는 가구당 6킬로리터의 물을 사용할 자격이 있다는 내용의 무료기본물(Free Basic Water)법을 제정하였고, 수돗물 공급법은 “요금을 못 내는 사람에게서 기본 물 서비스 접근권을 박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물의 인권성에 대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물에 대한 인권이 국가를 포함한 각 주체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권리에 대한 내용과 범위 등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집행 가능한 형태로 다듬어져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둘, 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

물은 한정된 자원이다. 천연자원으로서의 물의 희소가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석유와 같이 희소성으로 인한 시장원리가 지배하게 된다. 세계적인 물 부족의 심화는 물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물을 공공재가 아닌 경제재로 인식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물을 기본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경제재로 보는 관점이다.
물을 경제재로 보는 논리는 물이용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물과 관련한 사업의 효율성을 개선하여 값싸고 광범위하게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물의 경우도 자원경제학의 원칙에 따라 재화의 싼 가격은 과소비를 초래하고 그 분배와 이용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시장이 국가보다는 재화의 배분 면에서 효율적이므로 물에도 시장 가격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물을 경제재로 보는 관점은 1980년대에 세계은행과 미국의 경제학계에서 시작되어 1992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열린 ‘물과 환경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채택한 ‘물과 지속 가능 개발에 관한 더블린 선언’에서 절정에 달했다.
더블린 선언은 제4원칙에서 “물은 모든 경쟁적인 이용에 있어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경제적 재화로서 인식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어서 2000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세계물포럼의 각료회의는 물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가 직면한 7가지 난제를 정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통합수자원 관리를 국제사회에 권고했다. 헤이그각료선언은 “모든 이용에 있어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여 물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내용을 주요과제로 정리했다.
이러한 국제적 합의는 물 공급에 있어서 민간부문의 참여 확대를 추구하는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으며 지구적 규모에서 물 서비스의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임스 샐즈만은 “이러한 전략은 국제금융기구들의 정책 특히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채무국들에서 추구하는 구조조정프로그램에 채택되었다. 볼리비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수도 공급망 민영화는 으뜸가는 대출조건이 되었다”고 하여 국제적인 금융마피아들을 민영화의 후원자로 지목했다.
세계적으로 이미 4억인 이상이 민간에 의한 상수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수도사업의 민영화 흐름을 배경으로 프랑스의 수에즈(Suez)사, 베올리아(Veolia)사 와 영국의 템즈워터(Thames Water)사 등이 물 공급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프라 구축에 드는 막대한 자금의 조달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의 물 시장은 다국적 물 기업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실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민영화의 구조로 영국, 폴란드, 모로코,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물은 더 이상 자유재, 공공재가 아닌 경제적 가치재로 인식하는 흐름이다. 그러나 물을 경제재로 보는 관점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외국 사업자가 물 서비스에 투자한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투자비용의 회수와 수익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는 공급 경비의 전액을 서비스 이용자에게 부담시키고 물에 대한 접근이 지급 의사보다도 지급 능력에 따라 주어졌다. 이러한 비용체계는 물의 공공성과 권리성을 주장하는 진영으로부터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셋, ‘다시, 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물을 인간의 권리로 인식하는 입장에서는 경제성이나 공공의 이익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물 공급을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침해당하면 법적인 구제수단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물을 경제재로 보는 관점에서는 물을 시장의 상품과 같이 취급하여 물 사용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민간 참여를 통해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물 관리를 위한 재원 조달이 손쉽다는 입장이다.
물이 인간의 생명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며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물의 인권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 물의 수요관리와 낭비적이고 환경 파괴적인 물이용을 극복하고 희소자원인 물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물에 대한 경제적 측면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이 재화냐 권리냐의 인식과 관계없이 그리고 물 공급의 공공영역과 사적 영역 어느 쪽이든 간에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해도 물에 대한 인권적 배려를 명확히 한 다음이어야 한다.
오늘날 물은 그 역할과 기능이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제도적인 여러 가지 여건을 동시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인권적인 고려는 물론이거니와 환경과 생태에 대한 고려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문이다.
이제 물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지구적인 문제로 확대되어 있다. WTO/FTA 체제하의 물 시장 개방 압력은 가중될 것이며, 산업적 접근은 결과적으로 물에 대한 민간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물은 생명의 구성 요소라는 근본적인 입장을 확실하게 하면서 이용의 효율성과 국제적인 통상관계를 고려하여 경제재로서의 물에 대한 관점을 수용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분명한 법제적인 대비가 필요할 때다.

덧붙여, 물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제적 관점
우리나라는 그동안 풍부한 수자원의 혜택을 입어 왔고 짧은 시간에 싼값으로 거의 전 국민이 상.하수도 혜택을 입는 체재를 구축하여 물에 대한 관념 자체가 형성되지 못한 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50년에는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물 부족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으며, 민간단체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1인당 가용 수자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물 부족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도시와 농어촌 간의 물 공급과 물 위생 면에 있어서 현격한 격차를 보여주고 있으며 상하수도와 관련한 재정적자 문제도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우려되는 문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물에 대한 인권적 접근은 활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며, 법제적으로도 물 인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수도법에서 ‘수돗물의 보편적 공급’(수도법2조6항)이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규정하여 물 복지적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맑은 물을 먹을 권리를 헌법 제35조의 환경권에서, 그리고 어떤 물을 먹을 것인가의 선택권은 헌법 제10조의 행복 추구권에서 도출하고 있다.(대법원 1994.3.8. 선고 92누 1728 판결/헌법재판소1998.12. 24. 98헌가1 판결) 물을 경제재로 보는 관점은 물의 민영화라는 형태로 나타나며 민영화의 개념과 유형이 획일적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므로 민영화를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이 가능하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들어 꾸준히 수도의 민영화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06년부터 물 산업 육성, 수도 산업 구조 개편 등의 이름으로 추진해 왔으며, 2008년 8월에 환경부는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률’이라는 민영화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발표한 후 진보진영과 노동조합 등의 반대에 부딪히고 정치 환경으로 인해 9월 법제정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대전시가 수도 민영화를 시도하면서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 민간투자 사업’이란 이름으로 정수장 민간 위탁을 추진하다가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대로 결국 2016년 11월 민간투자 사업의 철회를 선언했다. 이탈리아의 예에서 보듯 상수도에 대한 권역별 통합 추진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민영화를 위한 기초 다지기가 될 수도 있다. 하수도 분야는 이미 상당 수준 민간참여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상수도의 경우에도 수도법은 민간자본의 유치(수도법 제22조), 수도시설의 운영 관리 업무의 민간 위탁(수도법 제23조) 등 법제적으로는 언제든 민영화 내지는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되어 있다.
이렇듯 물 인권에 대한 명확한 규범적 조치 없이 우리나라는 이미 민영화를 위한 제도적 법제적 기초는 마련되어 있다 하겠다. 향후 물 인권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바탕으로 민영화에 더해 WHO/FTA 체제에서 물 시장의 개방 압력에 대비하여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에 대한 물 인권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법제적 장치가 필요하다 하겠다.

[글이 호 고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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