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회성 IPCC 의장

새 기후체제 변곡점 넘어
문광주 기자 | liebegott@naver.com | 입력 2016-01-05 09: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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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자원 없는 우리에겐 축복
신재생에너지 도입 땐 기회
이회성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4일부터 열렸던 파리기후협약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향후 IPCC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소견을 피력했다.
지난해 10월 6일, 그의 가장 친한 동료이자 라이벌인 쟝 파스칼 반이페르셀 레 벨기에 교수를 누르고 임기 7년의 IPCC 의장으로 선출된 이회성 박사는, “여러가지 학설이 있지만 지구온난화에 대한 변화는 과학적 증거가 분명한 사실이다. 새로운 기후체제를 맞이해야 할 시점에 와 있고 이미 변곡점을 넘었 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이후 IPCC 행사에 다시 등장한 북한의 모습은 새로 운 것을 시사한다. 탄소배출 규제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과의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잘못 판단한 것이다. 개발도상국이 화석연료의 과정 을 생략하고 곧바로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하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했다.“ 지하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게는 신기후체제가 오는 것 이 일종의 축복이다”고 표현했다. IPCC 의장에 선출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 와 신기후체제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대에 선진국은 어떻게 대응하 고 있는지, 우리 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 이회성 IPCC 의장

동양인으로서 유일하게 후보에 올라 6명이 참여한 치열한 경합 속에 의장이 된 그는, 다른 후보자와 구별된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의장이라는 직책이 IPCC의 향후 7년 동안 기후대책을 어떻게 잘 수립해 나갈 것인지 이끌어가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후보에 오른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열심히 하겠다’ 정도로 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있었다. 과거처럼 했다가는 IPCC 존립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1992년부터 IPCC 일을 해왔으니 누구보다도 내부를 잘 알고 있다. 많은 것을 관찰했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IPCC가 1988년에 조직이 만들어진 이후 줄곧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고 판단을 했다”고 했다.


기후변화 과학적 증명…보고서 만들어
인터뷰 내내 군더더기 없이 핵심적인 내용으로 답변을 하는 이 의장은 “기후 온난화에 대한 과학은 의심할 것이 없다. 그런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정책입안자와 시민사회에 아무리 호소를 해도 설득력과 추진력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후보자와 달리 나는 정책입안자, 시민사회, 그리고 비즈니스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보고서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다른 후보자들과의 차별성을 설명했다.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외국의 지인들, 선후배들에게 “실제로 비즈니스 투자를 할 때, IPCC 보고서를 어느 정도 참고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하며 ‘아무도 참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산업계에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보고서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큰 문제로 삼았다”고 했다.


기후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과학기술의의 중요성을 언급한 그는 실현가능성이 높은 기술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30년 전의 여건에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기술을 예측 못했듯이 예견할 수 없다. 단지 어떤 과학기술을 특정해서 정부가 그 기술만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IPCC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학기술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 심각…북한 처음 나와
이번 COP21에 특이할 점은 아프리카와 북한의 관심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이 의장은 “아프리카가 심각하다. 물부족을 심하게 겪고 있고 특히 사막화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생사가 걸려 있다. 문자 그대로 아프리카는 그들의 생존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해서 해결방안이 빨리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을 얘기하는데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은 자본이다. 이미 지구온난화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적응하고 방지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기술도, 돈도 없어서 선진국으로부터 지원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북한 김정은이 ‘산림황폐화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외국 보도를 언급하자 북한의 변화된 태도를 상세히 언급하면서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개막식 때 왔다. 반기문 사무총장, 유엔총회의장, 당사국총회 사무총장과 나까지 네 명이 단상에 있었다. 그 자리에서 리수용 외무상이 발표를 했다. 북한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했다.


이 무렵 독일방송이 북한의 참여를 이례적으로 보도한 것을 귀띔하자, 이 의장은 한국에 어느 정도 보도가 됐는지 물었다. 그리고 리수용 외무상과의 대화를 전했다. “리 외무상은 ‘IPCC회의에 북한 학자, 전문가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앞으로는 적극 참여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2008년까지는 가끔 참석했었는데, 이번에 8년 만에 처음으로 참석을 한 것이다”고 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란?
요약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이다.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인정돼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파리 신기후체제에 유럽 산업계 동의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나라다. 정부는 2030년까지 기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37%까지 줄이겠다고 약속을 했다. 에너지경제학자로서 우리나라가 접근해야할 방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이 의장은 “산업계의 반발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산업계가 반발을 했다. 지금은 하지 않는다. 파리 회의 개막일인 11월 30일, Exxon Mobil, BP, 로얄 더치 셀, TOTAL 등 세계 주요 석유회사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첫째, 파리 신규체제 협상이 성공하기 바란다. 둘째, 탄소세가 필요하다. 이것은 자기가 파는 제품에 세금을 부가하라는 것이다”고 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그는 ‘바람 부는 방향이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분위기가 이미 변곡점을 지났다는 것이다. 정자세로 있던 그가 이 부분을 설명할 때 더 열정적인 표현을 했다. 그는 비슷한 사례로 오존문제가 제기됐을 때와 비교했다.


“당시 산업계 특히 화학업계가 얼마나 반대했는가. 거의 10년 동안 반대가 있었다. 미국정부도 반대했었다. 내부적으로 듀퐁에서 그 사이에 대체 물질을 개발하고 ‘할 수 있다’고 회신을 보내자. 그 다음날 미국이 태도를 바꿨다”며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사람이 하나를 알면 열 가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화석에너지 스스로가 이제 구시대 산물이라고 스스로 인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우리에겐 기회인데 사람들 잘 몰라”
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해서 그는 일반인의 사고를 훨씬 넘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신기후체제는 우리나라에게는 엄청나게 좋은 것이다. 왜냐하면 신기후체제를 두려워하는 나라는 부존자원이 많은 나라다. 갖고 있는 것을 앞으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에 예금이 있는데 못쓰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예를 들어, 경제를 얘기할 때 가장 걱정되는 표현이 ‘석유 한방울도 안나오는 나라’라는 표현이다. 그것을 극복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것이 축복이다. 이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데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알만한 사람들이 ‘에너지 석유자원이 고갈되고 가스자원도 부족하니까 기후대책도 시급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말이다. 이런 자원이 없으면 기후대책을 아예 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규제가 강화되면 개도국과 선진국의 격차가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개도국은 물론 힘들 것이다. 가난도 살펴야 하고 경제개발도 해야 하므로 그럴 수 있다. 개도국에는 인프라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인프라를 화석에너지 과정을 생략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된다. 예를 들어 유선전환기를 사용하지 않고 곧바로 무선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현재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그리드 패러티 싯점이 기술발전으로 앞당겨지고 조만간 연료저장시스템 등에 기술투자가 많이 되고 있어 기술이 향상되면 화석연료에너지에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게 된다. 개도국에 고통이라는 것은 아무 투자를 안하면 고통이 되지만, 투자방향을 알고 빚을 내서라도 준비를 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며 “못 보는 사람들이 바보다”라고 거침없이 표현했다. 즉 고통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바보라는 의미다.


IPCC가 평가보고서 쉽고 유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
IPCC의 앞으로 방향에 대해서 “여태까지는 지구온난화를 과학에 의해서 평가하고 그결과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앞으로는 실소비자, 산업계, 금융계 쪽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기 위해 IPCC가 평가보고서를 통해 기여를 해야 한다. 이것이 비전”이라고 말했다.


△ 이회성 의장이 프랑스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회의장으로 가고있다.
IPCC를 이끌어가는데 선진 강대국들의 실천력이 어느 정도 있을지 궁금하다. 어떻게 이끌고 가겠는냐는 질문에 “195개 국가가 서명했다는 것은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고려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동참하면서 자국 경제에 마이너스를 감내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한 곳도 없다. 그런 점에서 변곡점을 지났다고 표현을 한 것이다. 중국의 경우처럼 대기가스 정화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부수적인 효과가 많다”고 했다. 이회성 IPCC 의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흔하게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와 대화를 하고 나면 기후체제 변화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정연한 논리에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왜 그가 IPCC의 막중한 책무를 짊어질만 한지’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 의장과의 인터뷰 후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다른 후보자들이 목소리를 높여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 박사는 겸손하고 신중하며 회의 때 다른 회원들 모두에게 기회를 주며 듣는 사람이다. IPCC의 비전과 함께 할 의장에 적격이다”

[환경미디어 문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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